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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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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1-08-09 17:13 조회4,0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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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금) 맑음, 33°

아침식사 (조식뷔페 2인 / 사발면, 모닝빵, 토스트 2인)

쇠소깍 검은모래해변

송악산

마라도 (2pm 마라도행 승선 ~ 5pm 모슬포항 하선)

- 승선료 (성인 2, 소인 2 : 왕복)

41,000

- 마라도 해양도립공원 입장권

4,600

- 점심식사 (마라도 : 짜장면 3, 해물짬뽕 1)

22,000

- GS25 (아이스크림)

4,600

- 아이스커피

3,000

- 쥐포

2,000

테디베어박물관

26,000

초콜릿랜드&체험 (소인 2)

18,000

- 백년초 크런치 초콜릿

10,000

믿거나말거나박물관

26,000

저녁식사 10pm (덤장 / 갈치조림정식 소, 공기밥 5, 사이다 1)

42,000

199,200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조식뷔페를, 나머지 두 명은 대충 때우기로 했다. 예상대로 아내와 아들이 8시도 전에 일어나 남은 두 장의 쿠폰으로 별로 맛이 없는 조식뷔페를 다녀왔다. 모닝빵과 토스트를 조금 챙겨왔기에 그것과 사발면으로 나와 딸아이가 아침을 해결했다. 오늘 일정도 결코 만만치가 않다. 날씨는 희망사항처럼 흐리지가 않고 아침부터 햇볕 쨍쨍 이글거린다. 오늘도 변함없이 땀으로 범벅이겠다.

쇠소깍으로 향하며 투명카약을 탈 수 있기를 바랐지만 그러질 못했다. 어제 저녁에 제주도 어디선가 비가 내렸다고 한다. 그 물이 계곡으로 모이며 급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은 일단 카약 영업을 못한다는 주인장의 설명이다. 1박2일에 출연해 갑자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투명카약을 타지 못하는 아쉬움을 해변에서 달랜다. 검은 색깔의 모래로 이루어진 해변이다. 맨발로 걸어본다. 화상을 입을 것처럼 뜨거운 검은 모래가 기묘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쇠소깍은 그 자체로 아담하고 멋지다.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그곳 약 1km의 계곡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쇠소깍 투명카약 체험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곧바로 두 번째 행선지로 향했다. 송악산과 용머리해안이다. 제주도에 있기에 더욱 빛을 발하는 송악산이듯 싶다. 웅장하면서 소박한 송악산 전경을 배경으로 사진 한 컷 찍고 뒤를 돌아보니 멀리 하멜이 타고 왔다는 범선이 보인다. 그 너머로 용머리해안인데 왕복 1시간은 족히 소요될 것 같아 지레 겁을 먹고는 포기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다. 지치긴 했나보다. 용머리 모양의 해안이겠거니 하고는 통과한다.

세 번째 행선지는 마라도다. 1시 50분에 도착해서 2시 여객선을 잡아 탈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마라도에 가고 있다. 빈자리 하나 없이 만원이다. 바람이 거세니 배가 심하게 요동을 친다. 배멀미를 하는 아들에게 쥐포를 사먹여 가며 겨우 도착한 우리나라 최남단 섬 마라도에는 제주도보다 조금 더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배에서 내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자마자 시야에 들어오는 광경은 도열해 있는 수 십대의 골프 카트다. 그리고 귀청을 때리는 호객행위로 일순간 난장판으로 변한다. 직접 운전하며 마라도 일주를 할 수 있다며 3만원을 부른다. 애써 시선을 돌리며 나아가니 이번엔 짜장면을 먹으면 카트를 공짜로 태워주고 섬도 한 바퀴 돌아준다는 중국음식점 사장님의 목쉰 외침이 귓전을 때린다. 마라도에서는 짜장면을 먹어야 한다는 공식은 대체 언제부터 생긴 걸까? 옛날 옛적, 모 핸드폰 광고에 처음 나온 이후로 이제는 마라도와 짜장면은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잖아도 밥때를 넘겨 출출하던 차에 중국집 사장님의 호객에 못이긴 척 전동카트에 올라 탔다. 사장님은 시계 방향으로 차를 몬다. 중간 중간에 서서 친히 우리 가족사진도 찍어주고 나름대로 마라도에 대한 간단한 설명도 곁들여 주신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돌고 도착한 중국음식점에서 짜장면과 짬뽕으로 늦은 점심을 해치웠다. 짜장면에 새우와 톳이 곁들여져 있어 나름대로 맛이 괜찮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중국음식점이다. 대충 세어 보니 6개가 반경 20미터 안에 모여 있나보다. 지금 생각해봐도 3만원에 카트를 빌리느니 이렇게 식사도 해결하고 식당 주인의 가이드도 받는 게 훨씬 실속 있는 것 같다. 장군바위 꼭대기까지 기어 올라가 사진 찍기는 빼놓아서는 안 될 포인트다.

중문관광단지에는 여러 개의 관광명소가 모여 있다. 시간 관계상 세 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누구나 좋아한다는 테디베어박물관에서 그동안 몰랐던 곰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다. 우연히 본 신문기사에서 출발한 테디베어의 신화 같은 역사와 성공스토리 말이다. 뭐라도 하나 사고 싶었지만 턱없이 비싼 가격은 끝내 지갑을 열지 못하게 한다. 바로 옆에 위치한 초콜릿랜드에서 간단한 초콜릿 만들기 체험을 애들에게 시켜주니 좋아한다. 의무감에 초콜릿 한 상자를 산다. 길 건너에 바로 믿거나말거나박물관이 있다. 의외로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한다. 구석구석 볼 것들이 꽤 많아 시간을 많이 써야 했다.

어느새 시간은 밤 10시를 향해 간다. 늦었다 싶어 식당에 전화를 해 보니 다행히도 자정까지 영업을 한단다. 지인의 소개로 찾아간 그 식당은 바로 덤장이다. 9만원짜리 상차림 메뉴가 눈에 들어왔지만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그 메뉴는 성인 4인은 되어야 감당할만한 분량이란다. 직원의 추천 메뉴인 갈치조림정식을 시키니 푸짐한 밑반찬과 함께 칼칼한 갈치조림이 나온다. 공기밥 하나를 추가하여 배불리 맛있게 먹고 나니 11시다.

30일(토) 맑음, 33°

아침식사 8am (사발면, 소시지, 쥬스)

주상절리대 (중문관광단지)

6,000

- 주차료

1,000

협재해수욕장

- 튜브 2개 (원형, 돌고래)

10,000

- 파라솔 대여

10,000

- 피자

15,000

- 샤워장 (성인 2, 소인 2)

6,000

점심식사 5pm (흑돼지촌 / 삼겹살 3, 철판볶음밥 2)

57,000

제주공룡랜드 (성인 1, 소인 2)

17,500

저녁식사 8pm (롯데리아 공항점 / 한우더블팩 1)

13,500

136,000

3박4일 여정의 마지막 날이다.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냉장고에 있는 음식물들로 가볍게 아침식사를 때운다. 아이들의 학습에 보탬이 될까 싶어 정한 장소는 중문에 있는 주상절리대다. 오늘도 역시 날씨가 너무 덥고 습해 나다니기가 무척 힘이 든다. 그렇게 찾아간 주상절리대는 생각보다 조금은 시시하다. 금강산에 있다는 주상절리대에 비교하면 정말 작고 소박한 규모였지만 이런 주상절리대라도 볼 수 있는 게 어디랴. 아이들에게 열심히 설명을 해보지만 얼마나 알아들었는지는 미지수다.

드디어 아이들이 바라고 바라던 해수욕장이다. 물빛 좋고 모래 고운 협재해수욕장은 이번 여행의 백미라고 할만하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곳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마치 우리나라 바다가 아닌 것 처럼 물빛은 그야말로 애매랄드 색깔이었고 눈부시게 하얗고 고운 모래의 백사장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같다. 수심이 얕고 완만하게 이어져 있어 가족단위의 피서객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 또한 협재해수욕장의 특징인 것 같다. 11시를 조금 넘겨 도착해서 일단 파라솔 하나를 빌려 자리를 잡았다. 파라솔 대여관리를 하고 계시는 분들은 거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그분들의 피부는 한마디로 현무암 빛깔을 너무도 많이 닮아 있다. 눈의 흰자위만 그나마 흰 빛일 뿐 나머지는 모든 빛을 흡수해버릴 듯한 진한 색이다. 제주도의 태양은 그만큼 강렬한가보다. 해수욕장에서 아이들은 그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마냥 행복해한다. 깔깔거리며 웃고 뛰고 수영하고 물장난 치며 잠시도 가만히 있질 않는다. 커다란 원형 튜브와 돌고래 튜브를 번갈아 가지고 논다. 나 역시 아이들과 물에 들어가 아빠 노릇을 한다. 정오가 지나면서부터 물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더욱 넓은 백사장이 드러난다. 해변에서 100미터는 족히 물이 빠지며 하얀 속살을 드러낸다. 출출해진 아이들을 불러 피자를 시켜 먹이고는 최대한 놀게 한다. 그만큼 아이들과 우리들의 피부는 제주도의 강렬한 태양빛에 발그스레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해수욕장 근처의 흑돼지촌이라는 식당에서 드디어 제주도 명물 흑돼지 삼겹살과 목살을 시식할 수 있었다. 1인분에 17,000원이라는 가격이 다소 비싼듯 했지만 그런걸 따질 때가 아니다. 맛있게 배불리 먹는 것이 최선인 상황이 아닌가.

이번 여행의 마지막 행선지는 제주공룡랜드다. 협재해수욕장에 이어 두 번째로 좋았다는 곳이다. 들르지 않았더라면 아이들이 크게 서운해 했을 장소다. 천천히 둘러 본다면 1시간 반 정도의 공룡박물관이다. 공룡 뿐만 아니라 형형색색의 앵무새가 볼만하고 말을 따라 한다는 구관조랑 잠시 노는 것도 재미있다. 15분짜리 3D 공룡탐험 영화도 꼭 봐야할 프로그램이다. 28미터 키와 80톤의 무게를 자랑하는 브라키오사우르스를 실물 크기로 재현해 놓은 조형물은 그야말로 아이들의 입을 딱 벌어지게 만든다.

공룡랜드에서 공항까지는 시내 구간을 통과해야 하니 약 1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그 전에 렌터카에 다시 기름을 채워 반납하고 다 쓰지 못한 관광지 할인쿠폰을 환불받고 공항까지 이동하는 시간까지 넉넉히 고려해야 한다. 8시경에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발권을 하고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로 간단히 저녁식사를 해결했다. 그리고는 9시 5분발 제주항공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인천 송도의 우리집에 도착한 시각은 11시였다.

비록 휴식이 아닌 관광과 체험에 목적을 두었다고는 하지만 이번 여행은 정말 강행군이었던 같다. 가족과 함께 처음 찾은 제주도라는 곳이 우리 아이들의 기억 속에 아주 오랫동안 선명하게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물론 다음에도 제주도에 갈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때는 이번처럼 많은 일정을 세우진 않을 생각이다. 그리고 한 여름도 가급적 피하고 싶다. 한라산도 올라야 할 테고 18개나 있다는 제주올레코스도 몇 군데 정도는 걸어봐야 할 게다. 1박에 2만원이면 충분한 게스트하우스나 수십만 원씩 한다는 그럴듯한 호텔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제주도라는 섬은 참 아름다운 우리나라다.

2011년 7월 27일부터 30일까지 4일간 가족과 함께 제주도에 다녀온 비줴이 씀.

www.koreaho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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