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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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1-09-15 20:46 조회3,249회 댓글0건본문
아들의 시선
어쩌다 불쑥 주어지는 아들과 즐기는 단 둘만의 데이트.
오늘은 바로 그날.
어느 식당에 마주 앉았다.
아들의 양 손에는 빨간색과 파란색의 장난감이 쥐어져 있다.
찌개가 막 끓기 시작한다.
보글보글 그것들의 소리가 한산한 식당 공기를 살랑살랑 흔들어 댄다.
일산화탄소가 소고기와 버무려지니 후각을 기분 좋게 만드는 마술을 부린다.
초록색 대파가 얹어진 연탄불고기는 나에게 유년시절의 향수를 아련하게 느끼게 한다.
아들은 장난감을 한참이나 만지작거리더니 찌개 끓는 소리에 문득 시선을 던진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수자리인 아들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신출귀몰한 그 엉뚱함과 거침없는 표현에 감탄할 때가 종종 있다.
패션 디자이너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기도 한다.
9년을 함께 살고 있는 하나뿐인 아들이다.
나의 저 시절에 아빠와의 저런 장면이 과연 있기나 했을까.
도저히 내가 누리거나 경험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이 아이는 만끽하며 소유하고 있다.
맑고 장난스런 저 눈빛이 머무는 곳에 밝음과 희망이 늘 자리 잡고 있으면 좋겠다.
벌써부터 공부에 치여 하루하루를 나름대로 힘들게 소비하고 있는 아들이 안쓰럽다.
머리에는 가득하지만 가슴으로는 미처 해주지 못하고 있는 너무도 많은 것들이 있다.
전해주고 싶은 게 충만하지만 아들과 제대로 눈을 마주치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더 늦기 전에
너무 빨리 자라기 전에
내가 들어갈 자리가 사라지기 전에
힘껏 눈빛을 나누고 가슴을 덜어주며 마음을 심어주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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