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사위나 며느리와 골프를 쳐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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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굉장히 민감한 운동이다.
멘탈 게임이라고도 할 정도로 스윙이 시시각각, 동반자의 말 한마디에 영향받기 쉬워서다.
그리고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듯 골프 규칙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프로 선수가 아닌 경우라면 일반인들은 사실상 그 규칙을 잘 지키지 않는 게 다반사다.
사실 나 또한 매번 유혹을 떨치기 어려워 갈등을 경험한다.
한 번 라운드에 수 십만원이 들기에 그 유혹은 더욱 기승을 부린다.
왜냐하면 잘 치고 싶기 때문이다.
아니다, 정확히는 어려움을 손쉽게 털어버리고 싶어서라는 게 더 적확하겠다.
예비 사위여, 예비 며느리여...
일단 나랑 골프 한 번 치세나...
그리 많은 라운드 경험이 있진 않지만 이상한 짓을 하는 동반자는 매우 자주 목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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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OB 말뚝 뒤에 공이 있는데 슬쩍 안으로 밀어넣고 시치미 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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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웨이 옆 러프에 있는 공을 발로 툭 차서 페어웨이로 밀어 넣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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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기 어려운 경사진 언덕 중간에 걸친 공을 아예 손으로 던져 페어웨이에서 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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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기 어려운 지역으로 간 공을 찾으러 가서 다른 공을 내 공인양 찾았다고 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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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에 빠진 공을 치기에 스탠스가 어려울때 슬쩍 가운데로 공을 건드린 후 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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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팅이 잘 안됐을 때 그 자리에 또다른 공을 놓고 한 번 더 퍼팅을 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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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등 이것 외에도 더 많고도 많다.
다들 왜들 그럴까?
물어볼때마다 그들은 대답한다.
어렵게 부킹해서 비싼 돈 주고 치는데 해저드 지역의 공 치느라 더 난관에 빠지면 기분만 나빠지지 않느냐고.
그냥 편하게 산등성이 공이나 OB 라인 벗어난 공이나 페어웨이에 던져놓고 쳐야 기분이 좋지 않느냐고.
음...
마치 축구에서 슈팅한 공이 골대를 맞았을 때 그걸 골인으로 봐달라고 억지를 쓰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규칙을 어기는 행위를 하는 모양새를 지켜보는 동반자의 기분은 좋을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식으로 파를 하면 뭐하고 버디를 하면 무슨 소용인가?
스코어카드에 첫 홀과 끝 홀은 거의 어김없이 4명 모두 파로 적어버린다. 그게 기분 좋은 일인가?
골프를 동반 플레이하노라면 상대방의 인격이나 인성이나 성질이나 진실성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동반자에 대한 배려나 에티켓 또는 매너 등을 여지없이 노출시킬 수 밖에 없는 운동이 골프이기도 하다.
아, 저 사람은 저런 행태를 일삼는구나...
어랏, 저 인간은 저따위 짓을 너무 서슴없이 태연하게 저지르는구나...
어랍쇼, 저 분은 안 그렇게 생겼는데 왜 저러신다냐...
어쩔시구리, 저럴거면 그냥 동네에서 스크린골프나 칠 것이지...
사람에 대해 의외로 많은 것들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골프의 숨겨진 매력이다.
그래서...
사위나 며느리가 될지도 모를 누군가와 기회가 된다면 꼭 골프 라운드를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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