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무대에서 개헤엄을 선보인 수영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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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호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20-09-06 20:15 조회426회 댓글0건본문
이름 : 에릭 무삼바니(Eric Moussambani Malonga)
무삼바니는 적도기니의 수영 선수다. 사실, 그는 처음엔 축구 선수였다.
적도기니는 매우 가난한 나라다. 카메룬과 가봉 사이에 끼어 있는 나라로 해안 지역에 조그마한 지역이 국토의 전부다.
무삼바니는 이곳에서 평범한 청년으로 살아가던 사람이었다.
그러던 중, 무삼바니는 라디오에서 우연히 올림픽 출전을 위한 수영 선수 선발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당시 국제 수영 연맹은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여 수영 불모지 국가들에게 올림픽 출전의 기회를 주고자 했고,
적도 기니 역시 서아프리카 지역의 출전권을 받아 선수를 모집하려 했던 것이다.
그는 올림픽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지원했는데, 이게 웬걸? 적도 기니에서 올림픽에 수영 선수로 지원한 사람은 무삼바니 한 명 뿐이었다.
따라서 그는 무혈입성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얻게 된다!!
평생 수영이라곤 해안가에서 물장구 정도밖에 치지 못했던 무삼바니는 올림픽을 위해 특훈에 나선다.
당시에 적도 기니에 있는 수영장이라곤 호텔에 있는 10m짜리 수영장이 고작이었다.
자국의 첫 올림픽 출전을 위해 호텔 측에서는 새벽 시간에 연습을 할 수 있게 배려를 해줬으나 그걸로는 연습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무삼바니는 대낮에는 바닷가에서 어부들에게 조언을 얻으며 해안가를 헤엄치곤 했다.
그가 2000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했을 때 수영 경력은 겨우 6개월 남짓이었던 셈이다.
꿈의 무대 올림픽. 그리고 꿈의 도시 시드니.
무삼바니는 시드니에서 열린 올림픽 개최식에 적도기니 국기를 들고 당당하게 입성한다. 그는 최초이자 유일한 적도기니 올림픽 선수였다.
그리고 그가 바라본 수영장은 50m 레일이 설치된 '정식' 수영장이었다. 그는 난생 처음으로 수영장을 목격한 것이다.
호텔 수영장만 생각했던 무삼바니는 이 '엄청난 크기'의 수영장에 그만 겁에 질려 기권하려 했다.
하지만 대회 진행요원이 '당신의 국민들이 당신을 응원하지 않겠느냐?' 라는 설득 끝에 출전을 결심한다.
대망의 남자 100m 경기날, 무삼바니는 레일에 서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는 언제 출발해야 하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어리버리한 모습이었으며, 호주인들은 이 까만 피부의 수영 선수를 보고 매우 신기해 했다고 한다.
(수영은 흑인에게 굉장히 불리한 스포츠로 알려져있다. 지금도 수영 선수 중에는 흑인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참 운명의 장난인지, 그가 얼타고 있을 때 옆에 레일에 선 2명의 선수가 부정출발을 해서 곧바로 실격 처리를 당하고 만다.
따라서 무삼바니는 경쟁자 없이 홀로 100m의 물살을 가르게 된 것이다.
출발하는 무삼바니, 적도기니 수영사의 역사적인 순간이다.
그는 자유형이니 평형이니 하는 영법을 배운 적이 없었기에 개헤엄을 치기 시작했고, 관중들은 이 생소한 광경에 어리둥절해 했다.
그가 50m에 겨우 다달았을 때의 기록은 다른 선수들의 100m 기록을 아득히 초과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가 50m를 찍고 한 바퀴 턴 동작을 한 순간, 호주인들은 자국의 수영 영웅 이안 소프를 응원하듯이 모두 자리에서 기립했다.
무삼바니는 단 한 번도 이렇게 긴 거리의 수영 레일을 헤엄쳐본 적이 없었기에 중간에 힘이 빠져버려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버렸지만,
관중들은 완주를 위해 힘을 짜내는 그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환호,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무삼바니는 1분 52초의 기록으로 완주에 성공한다!
호주인들은 이안 소프가 금메달을 땄을 때만큼이나 큰 박수갈채를 무삼바니에게 보내주었다.
완주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무삼바니는 "남들은 메달을 따기 위해 수영을 했으나, 나는 익사하지 않기 위해 몸부림쳤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작지만 자랑스러운 자신의 나라인 적도기니의 국기를 가리키며 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무삼바니의 개헤엄은 큰 이슈가 되었고, 보기만 해도 우스꽝스러운 자태에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는 올림픽 정신을 전파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세계인들의 찬사와는 달리 적도기니의 독재자 오비앙 응게마는 국가망신이라고 마구 화를 냈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이후 무삼바니는 2004 아네테 올림픽의 출전권도 획득했으나 적도기니의 행정 실수로(여권 사진을 분실) 불참할 수밖에 없었다.
어이 없는 실수로 생애 2번째 올림픽이 날아갔지만 무삼바니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하느님께서 내게 더 이상의 선수 생활을 허락하지 않으신다는 것은 후대를 양성하라는 뜻일 것이다."
그는 이후 지금까지 적도기니의 수영 감독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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