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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대치동 엄마' vs '강북 품앗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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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2005-05-14 14:37:51]


"엄마는 아이교육의 매니저" vs "엄마는 아이교육의 동반자"

[프레시안 최서영/기자]

"남들이 2008년 새 대입제도에 허둥댈 때, 대치동 엄마들은 이미 궤도수정에 전략수립까지 끝냈
다. 이제 애들 교육은 최소 10년 프로젝트다."

"내 아이만 잘 키운다고 혼자만 잘 키워지는 게 아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얼마나 더 떨어져야
정신차릴 건가."

2008년 새 대입제도와 고1학생들의 시위, 교육부의 3不정책과 '논술 강화'를 요구하는 대학간의
갈등, 새학기 들어 벌써 10명에 다다른 고등학생의 자살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
데, 한국의 현실에서 교육의 한 주체인 엄마들의 고민 또한 끝이 없다.

'모성 보장'이나 '육아 보조'가 전무한 이 곳에서 여성들은 직장을 다니나, 안 다니나 '육아 걱
정'으로 머리가 아프고, 한편으로는 '자녀를 망친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 총대를 매고 끊임없이
입시경쟁에 적응한다. 그리고 이러한 엄마들의 '재교육'은 그 어떤 교육보다 강력하게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여기에 엄마들이 사는 법과 교육의 역할에 대해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두 명이 있다.

'강남 대치동 엄마'의 사는 법

김은실(44)씨는 여성지 기자로 활동하다 프리랜서로 전환한 교육 관련 기고가이자, 강연가다. 그
녀 역시 현재 중학교,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의 엄마로, 현재 경기도 용인에 살고 있다.

그녀는 지난 해 책 <대치동 엄마들의 입시전략>을 펴내 인기를 얻었다. 김씨는 첫 책이 인기를
끌자 여세를 몰아 최근 "대치동 엄마들은 교육부의 새 대입제도 발표가 나기도 전에 이미 궤도수
정과 전략 수립을 마쳤다"며 <대치동 엄마의 2008년 입시전략>이라는 '대치동 2탄'을 내면서 '입
시전략 도우미'로 기염을 토하고 있다.

김은실씨의 엄마들에 대한 충고는 단순 명쾌하다.

"이제 단순한 극성 엄마는 아이를 잘 키울 수 없다. 유능한 프로 엄마는 아이에게 정서적인 만족
감을 주고 아이와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더군다나 2008년형 대입은 장기전략이 유리하게 구성됐
다. 부모 세대에선 고1이 대입 스타트라인이지만, 이제는 중1부터 시작이다. 10년 이상의 장기 학
습전략을 아이가 무슨 수로 짜겠는가.

아이는 '내가 뭘 잘하는지' 모를 수도 있다. 이 때 부모가 예민한 관찰력으로 컨설턴트 역할을 해
주는 거다. 엄마들이 내 아이의 장단점을 잘 알고 지혜롭게 옆에 붙어 지도하는 것과 단순히 가정
교사를 붙이는 것과는 '객관적 결과물'이 다르다.

학습에 대한 자율의지를 키워주는 것부터 논술의 기초인 독서습관이 몸에 배게 하는 일, 국영수
과목을 일찌감치 효율적으로 시작하게 하는 일 등은 모두 엄마 몫이다. 엄마가 초등학교 1학년부
터 아이의 중단기 학습전략을 손에 쥐고 있는 매니저 노릇을 해야 아이의 경쟁력이 제대로 살아나
는 시대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이지만, 그 아이에게 도구를 제공하고 밑그림을 구상하는 단계까지 아이
를 이끄는 것은 엄마다. 이 역할을 가장 성실하게 하는 사람들이 대치동 엄마들이라 본다"

'강북 도봉 품앗이 엄마'가

그러나 강북 도봉구에 사는 이순임씨의 생각은 다르다.

이순임씨(41)는 96년부터 시작한 주부독서모임을 바탕으로 3~4명의 엄마들이 돌아가며 교사가
돼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 품앗이' 활동가다. 그녀는 지금까지 9개의 교육 품앗이 모임과 13개
의 엄마 모임 결성을 주도하며, 교육 품앗이 이론과 실천의 '대모'이자 서울 강북 도봉1동의 주부
활동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녀는 한의사인 남편과 함께 고2부터 3살에 이르는 다섯명의 딸을
둔 대담한(?) 엄마이기도 하다.

"모든 교통수단, 공공기관, 모임과 행사에서 아이는 불필요한 '혹'이었다. 심지어 주부 강좌에서
도 아이는 데려오지 않길 바라고, 아이를 위한 팻말에는 모조리 돈이 붙어 있었다. 사회가 애 딸
릴 일이 없는 사람 중심으로 구성된 것을 엄마가 되고서야 알았다.

더군다나 육아는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대단한 에너지를 요구하는 일이다. 결코 만만치 않
다. 핵가족 하에서 엄마는 거의 무한대에 이르는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방법도, 도움 받을 사람도,
휴식도 없다. 더구나 신세대 여성들은 집에서 육아를 도와본 경험도 없고, 잘하든 못하든 공부만
하도록 격려받아온 세대다. 이들에게 혼자만의 육아는 감당하기 힘든 고역이며, 엄마와 단 둘이
있는 행복한 아기라는 청사진은 허구다.

솔직히 말해서 대한민국은 엄마들에 대한 어떤 투자도 없다. 의무와 헌신성만 요구한다. 여성들
이 육아에 고통받는 것은 아무도 그들의 품을 알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 시장에서 주부들의
품은 '하녀'에 불과하다. 여자들은 십년이 되도록 아이를 기르고도 내세울 게 없다. 거기에는 책임
만 있고 결과만 있다. 휴가도, 대체인력도, 보너스도 없다. 대체 이런 일을 누가 즐길 수 있단 말인
가.

애 낳고 키우기가 힘겹고 어려워도 알 바 아니라며 정부와 기업 모두가 모성을 홀대하는데, 고학
력 사회의 한국 여성이 그런 괄시 받아가며 아이를 낳아 키워줄 거라고 착각한 결과는 심각하다.
한 사회가 모성과 여성에 관해 갖는 가치는 그 사회의 건강함을 재는 척도인데 말이다."

"자녀교육 '올인'은 희생 아닌 '투자'"

그러나 이에 대해 김은실씨가 말하는 '대치동 엄마'들은 한가롭게 푸념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갈 길이 바쁘다는 이유에서다.

"대치동 엄마들은 정보에는 매우 민감하고 정보 유출에는 대단히 인색하다. 자녀성적에 솔직히
말하는 것도 매우 어려워한다. 특목고를 준비해도 떨어지면 창피하니깐 다 숨기고, 엄마들이 서로
서로를 경쟁자로 보기 때문에 정보를 주고 받을 때도 전략적인 관계를 맺는다. 각각이 스스로를
독립된 섬으로 생각하는 거다.

이 때문에 대치동 엄마들은 오전에 집에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유명학원의 입시 설명회, 대형
서점, 엄마들 모임에서 정보를 입수하러 뛰어다닌다. 그러나 아이가 집에 있는 시간은 항상 함께
있으려고 노력한다. 외출해도 아이 호출에 3분안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서 맴돈다. 시험기간에
외출ㆍ외식 금지는 물론 아이의 운전수 역할도 마다 않는다.

그래도 자기 자녀를 잘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니 건강하다고 본다. 대치동 엄마들은
이를 '나의 잃어버린 몇 년' 식으로 생각치 않는다. '투자' 개념이다. 자녀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
고, 아이에 신경쓰는 것이 가족과 집안을 살리는 길이다. 그렇게 자란 강남 애들은 기본적으로 선
민의식과 엘리트 의식이 있다. 열등감이 없어 너그럽고, 공부 잘해 인정받는 사람이라는 자신감
이 있다. 엄마들이 명문대에 목매는 핵심적 이유도 거기에 있다"

"내 아이만 잘 키운다고, 혼자 잘 키워지는 게 아니더라"

이에 대해 교육 품앗이를 진행해온 이순임씨의 생각은 달랐다.

"아무리 귀하다고 부모가 자식의 종이 되서는 안된다. 너를 위해 내가 어떻게 살았더냐는 넋두리
도 부모답지 않다. 누구도 누구의 희생 위에 군림해서도, 짐이 되서도 안된다. 무엇보다 내 아이
만 잘 키운다고 그 아이 혼자 잘 키워지는 게 아니더라. 엄마들은 안다. 특히 도봉1동은 저소득 가
정이 많아 초등학교 한 반의 30% 아동이 방치된다. 방과 후에 다른 아이들 학원갈 때 할일 없이 길
거리를 쏘다니거나 피씨방에 혼자 눌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내 아이만 잘되겠나.

교육 품앗이는 자본의 논리가 들어가지 않는 자생적인 모임이다. 공교육으로 채워질 수 없고, 사
교육도 대안이 아닌 상황에서 돈이 없는 엄마들이 아이를 시설이나 학원에 보내놓고 저소득 노동
을 나가는 게 아니라, 우리의 품으로 힘을 합쳐 아이들 문제를 같이 해결해보자는 거다. 경쟁 교육
의 책임과 의무를 엄마가 모조리 다 지지 말고.

사실 엄마는 굉장히 외로운 존재다. 보장되지 않은 미래를 위해 엄마와 아이가 10년동안 미친듯
이 뛰지 말고, 지금 여기서 행복하자는 거다. 품앗이 육아는 누구에게도 손 벌리지 않고 스스로 문
제를 이웃과 해결해가는 데서 오는 자부심과 편안함이 있다. 대안학교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 교
육 품앗이는 자체가 돈 중심의 경제제도에 저항하는 문화다. 높으신 분들이 돈으로 환산해 주건
말건, 우리는 이걸로 살아야겠고, 살 수 있다고 호령하는 일이다.

아이들에게 그들만의 사회를 만들어주는 면에서도 좋고, 엄마 스스로가 교사가 되니 긴장되고,
스스로가 먼저 깨우치면서 성장해가는 보람과 기쁨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단 팀이
꾸려지면 편하다. 아이들을 옆집에 보내놓고 자기 시간과 일상을 가질 수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
다가 종이접기지도사, 독서지도사등으로 나가는 경우도 많이 봤다"

"대안교육도 결국 입시 피해갈 수 없어" vs "아이들이 얼마나 더 떨어져야 정신차리나"

품앗이, 대안교육 등에 대한 김은실씨가 느끼는 '한계'는 명확했다.

"인성교육, 대안교육 이런 거 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극소수다. 그나마 그 사람들도 초등학교까
지는 용감하게 대안교육 시키더라도 아이들이 중고등학교 올라가면 불안해한다. '만약에 자녀가
대안교육으로 대학갈 능력이 떨어지면 그때 어쩔거냐'고 물어보면 '그 때 가서 봐야죠'라고 자신
없게 얼버무리더라. 대한민국에 사는 한 누구도 입시를 피해갈 수 없다면, 불확실한 미래에 소신
있게 밀어부칠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 소수다."

이에 이순임씨는 "우리도 교육 품앗이가 초등학교 이상은 계속되기 힘들고, 입시를 피할 수 없다
는 거 인정한다. 그리고 그런 식에서 보면 우리는 강남 엄마들의 상대가 안 된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쪽으로 생각하는 거다. 목표를 대학에 두지 않는다. 타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인성과 사회
성을 보는 거다. 품앗이 하는 아이들 중에서도 필요하다고 느끼고, 공부 잘하는 아이 있으면 학원
에 보낸다. 다만 그렇지 않은 애들까지 같은 출발선에서 땅 하는 것은 엄마들의 욕심이고 둘다 불
행하게 만드니 피하자는 거다.

아이들이 얼마나 더 떨어져 죽어야 어른들이 정신 차리겠나. 그런데 보면, 공부 못하는 애들은
절대 떨어져 죽지 않는다. 우리가 보기에는 너무나 잘하는 애들인데 그 1%에 못 들어간다고 좌절
하고 절망하는 거다. 세상이 얼마나 넓고 할일이 얼마나 많은데,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 너무 슬프고 안타깝다."

"공동체적인 교육 품앗이로 자연스레 늘어난 주부들의 지역 관심, 사회 참여로 이어져"

입시 전쟁을 치르든, 대안교육을 고민하든, 아이들은 차차 성장해 엄마 품을 떠난다. 고강도 긴
장 속에 분투하던 엄마들은 이 '전쟁'이 끝나면 무슨 일을 하나.

"보통 입시 끝나면 엄마들 나이가 40대 중후반인데. 사회 활동 접은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대치
동 엄마들도 일반 엄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 '이제 해외 여행 못 다녔던 것, 배우고 싶었
던 것 다 배우자' 그러더라. 그래도 내가 사회활동해서 애가 혹시라도 빌빌거리는 것보다 내가 집
에 있어 아이가 잘되는 게 더 낫다고 본다"

그러나 품앗이 하는 엄마들은 단순한 품 나누기에서 관심이 끝나지 않았다.

"교육 품앗이를 위해 주부 독서 모임을 꾸리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놀다 보면, 집에서만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사회적 모순들을 발견하게 된다. 스스로의 무지를 깨닫게 되고 그렇게 배우다
보면, 사회에 발언하고 싶고, 기여하고 싶고, 무엇보다 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은 욕구가 마구 일어
난다.

지난해 9월, 갑자기 도봉구에 골프장이 생긴다는 말이 돌았다. 도봉 1동은 저소득 지역으로 복지
나 교육 사정이 정말 열악하다. 어린이 도서관은 커녕, 제대로 된 서점조차 없다. 그런데 웬 골프
장이냐? 품앗이하는 엄마들이 모여 구 의원도 방문하고 반대운동도 하고 그랬다. 사실 엄마들이
애 다 키워놓고 갑자기 돈이 필요해 사회에 나가면 할 수 있는 게 식당일, 다단계 판매 밖에 없다.
그런데가 사실 다 착취당하는 곳이다. 보람도 없고.

지금은 품앗이 하는 엄마들은 인근 초등학교에서 책 1천5백권을 기증받고, 동네의 방범초소로
쓰이던 컨테이너를 기증받아 '초록나라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었다.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맞벌이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 장애아동의 방과 후 공부방으로 거듭날 것 같다"

인터뷰를 끝내고 보니, 재밌게도 이 두 사람의 말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아이와 학생들은 무한
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한다는 것과 현재 공교육 시스템은 이를 절대 채워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양극화된 대한민국의 한층 더 가혹해진 교육체제에서 '프로 엄마'가 되든 '품앗이
엄마'가 되든 이렇게 살아남고, 살아가고 있었다.

최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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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은 저렇게 힘겹게 전쟁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데
아빠들은 어디가서 대체 뭘하는건지...
룸싸롱에서 술이나 퍼마시고 골프나 치러 다니는건지....
엄마가 아빠보다는 만배쯤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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