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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노릇 하기 힘들어지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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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2-09-14 01:22 조회1,2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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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만 좀 들볶으세요"
"명문大 보내야 유능한 엄마" 강박증
친구도 가려 사귀게 일일이 골라줘
자식 통해 대리만족 '신기루 인생'

김모(42.여.서울 잠원동)씨는 최근 친한 친구에게 자신의 아이를 가르치고 있는 과외 선생님을 소
개하려다 함께 과외를 받고 있는 엄마들한테 혼쭐이 났다.
.
"선생님이 더 바빠지면 우리 아이들이 손해를 본다"는 이유였다. 김씨는 "요즘 일부 엄마들 사이에
서는 아이를 어느 학원에 보내는지 묻는 건 큰 실례"라고 말했다.'내 아이'만 생각하는 일부 엄마
들의 경쟁심과 이기심이 이런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과잉 모성'의 모습이다.
.
중앙일보가 8월 중 6대 도시 여성 7백명(기혼여성 4백57명)을 면접조사한 결과 기혼여성의 47%
는 사교육 열풍이 '부모들의 지나친 극성의 결과이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
그러나 '조기교육을 시키는 게 좋다'는 응답은 61%,'남의 아이가 하는 건 우리 아이도 할 줄 알아
야 한다'는 응답도 47%에 달했다.
.
◇엄마 '왕따'가 더 심하다=많은 엄마들이 자녀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정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정보에 취약한 취업주부들은 학부모 그룹에서 소외되곤 한다.'어떻게 얻은 정보인데
그냥 알아내려는 거냐'며 정보를 가진 주부들이 따돌리기 때문이다.
.
리서치 회사에서 근무하던 서모(41.여.경기도 일산)씨는 딸이 중학교에 진학한 뒤 직장을 그만뒀
다. 딸로부터 "다른 엄마들은 수행평가 등을 다 준비해 주는데 엄마는 뭐하느냐"는 추궁을 받은
게 계기였다.
.
초등 2년생 자녀를 둔 소아과 전문의 염모씨는 "전업 주부 한명을 잘 알아둔 덕에 아이를 겨우 과
외 그룹에 넣을 수 있었다"며 "어릴 때부터 과외에 시달리는 게 바람직하지 않지만 우리 아이
만 '왕따'를 당할까봐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
집안의 경제력에 따라 편가르는 현상도 심각하다. 서울 강남 S초등학교는 매년 2~3학급씩 줄고
있다. 생활 형편이 어려운 임대아파트 4천여 가구의 아이들이 섞여 있어 '교육 환경이 나쁘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민영아파트 엄마는 위장 전출을 해서라도 자녀를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고 있다.
.
한국에서 20여년간 거주한 오 수잔나(미국인)는 "미국에서는 자녀의 학교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
면 다른 학부모와 함께 학교를 개선시키는데 한국 엄마들은 전학부터 생각한다"고 말했다.
.
◇자녀 인생 대신 사는 엄마=장모(40.여.서울 신천동)씨는 중2인 딸의 시험 기간이면 오전 1~2시
까지 같이 공부를 한다. 그는 아이가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미리 공부를 해 중요한 부분에는 밑줄
을 그어놓고 예상문제를 뽑아둔다.
.
아이의 복잡한 학원.과외.수행평가 스케줄을 관리하고 아이를 차로 데려다주는 만능 비서 역할도
맡고 있다.
.
엄마들은 아이들의 친구 관계까지 손안에서 관리한다. 최모(36.여.서울 구로동)씨는 "매년 학기 초
면 엄마들이 착하고 똘똘해 보이는 아이를 찍어서 그 아이의 엄마랑 친하게 지낸다. 이성 친구도
엄마들이 알아서 연결해주곤 한다"고 말했다.
.
곽모(47.서울 반포동)씨는 "주변 엄마들이 모두 자식에게 매달렸지만 명문대학에 진학시킨 경우
는 몇 명 안된다"며 "지나고 보니 실은 자기 욕심과 불안감.허영심을 채우는 일이었다"고 회상했
다.
.
◇학원에서는 체벌도 O.K.=이모(고교 1년.인천)양은 월드컵 열풍이 불었던 지난 6월 거리 응원전
에 참가했다.
.
학교에서는 그냥 수업을 빼줬지만 학원에서는 결석 때문에 손바닥 12대를 맞아야 했다. 부은 손
때문에 일주일 동안 엄마가 머리를 감겨줘야 했지만 엄마는 학원 선생님에게 오히려 고마워했다.
.
김모(41.여.서울 일원동)씨는 "학교에서 아이가 맞고 오면 난리가 나지만 학원 선생님에게는 더 때
려 달라고 말한다.
.
학원에서는 공부에 방해된다며 휴가.결혼식 등 가족 행사에 아이들을 참석시키지 말라고 한다. 잘
못됐다는 생각은 들지만 성적을 올려주는 학원이 좀 더 믿음직한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
◇영아 때부터 치맛바람=사교육 열풍은 점점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태어나는 순
간부터 한글.영어.지능계발 등 각종 교육에 시달린다.
.
전인교육으로 유명한 서울 한 어린이집의 7세반 아이들은 낮잠시간을 빼앗기고 말았다. 엄마들이
낮잠시간을 쪼개 또 다른 학원에 보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학원 새벽반 수업을 듣고
와서 종일 피곤해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모교육 강사 정명애(52.여)씨는 "엄마들이 자녀를 통한 대리만족에만
매달리면 자녀가 대학에 진학한 뒤 우울증에 걸리거나 시집.장가를 보내고도 끊임없이 자식에게
간섭한다"며 "주변 엄마들끼리의 좁은 시선과 경쟁에서 벗어나 아이와 함께 행복해지는 연습을 하
라"고 충고했다.
.
특별취재팀=생활레저부 안혜리.손민호.이경희.김현경 기자.홍혜걸 의학전문기자

.
2002.09.13 22: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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