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는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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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엄마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1-12-12 14:42 조회781회 댓글0건본문
우리집 바닥은 부엌과 욕실을 제외하면 모두 카펫이다.
카펫이라는 게 마루보다는 더 폭신하고 따뜻해 서현이가 넘어지거나 발가락을 곧추 세워 발레리나처럼 걸어도 상처가 덜하다는 장점을 빼고는 모두가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청소 자주해야 하지..
아무리 자주해도 먼지는 끝없이 나오지..
카펫위에 맨살이라도 닿으면 근질근질하지..
서현이처럼 아토피 피부인 아가에겐 치명적이지..
뭐라도 하나 흘리면 얼룩 생길라 노심초사 열심히 닦아야지..
기타등등
암튼 그놈의 카펫 청소가 오늘 우리집을 먼지구덩이로 만들었다.
결정적인 잘못은 덜렁이인 내가 했지만.
가능하면(?) 매일 청소를 하자는 다짐은 매일같이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카펫전용 청소기의 소리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짐작하지 못할거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서현이는 그 소리를 들으면 잔뜩 겁을 먹어 울기 쉽상이구.
그러니 당연히 엄마, 아빠 둘 다 있을 때만 청소가 가능하겠지?
한 명을 청소기 돌리고, 한 명은 청소기 피해 다니며 서현이 안고 있고...^^
항상 청소기를 돌리는 건 서현아빠 몫이었고, 서현이를 꼬옥 안아주는 건 내 몫이었는데.
후후~~
오늘 무슨 바람이 불어 용감해졌는지 아빠도 집에 없는데 난 청소를 결심했다.
"청소기 안 민지가 3일은 된 것 같다. 그치? 서현아? 청소한 번 해볼까? 좋지? 아빠 올 때까지 언제 기다리겠니? 그치? 그래그래!!"
나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청소를 시작했다.
서현이를 포대기로 들쳐 없고 이곳저곳 어질러져 있는 책들과 옷들, 그리고 신문들을 정리하고 아무생각 없이 청소기를 밀었다.
왜이리 코가 간질간질하고 목이 따끔거리는지...
'서현아빠가 그동안 고생했구나... 역시 직접 겪어봐야 상대방의 고통을 안다니까..'
혼자 중얼거려가며 열심히 청소기를 밀어댔지...
서현이는 겁에 질려 등에 딱 붙어 온 몸에 힘을주고 얼굴을 등에 댄채 꼼짝 안하면서도
가끔 겁에 질린 소리로 "엄마~ 엄마"를 외쳐대기도 했다.
더 폭신해진 카펫위를 한 발 한 발 디디며 기쁨을 채 다 만끽하기도 전...
왠지 집안 공기가 수상하다고 느낀 무딘 나는 청소기를 들여다보고는 정말이지 주저앉고 싶었다.
아뿔사!!
먼지를 모아주는 기다란 통을 넣지도 않은 채 청소를 하다니...
집안은 온통 뿌연 먼지와 먼지 냄새로 가득차고 영문도 모르는 서현이는 온 몸을 긁어댄다.
휴~~ 이럴 땐 왜 갑자기 서현아빠가 그리워지는지...
정봉용: 한번도 청소기를 돌려본 적이 없는 부인에게 당부를 해주지 않은 나의 과실이오. 그렇게 떠올랐던 미세먼지들이 다시 가라앉을려면 적어도 며칠은 걸릴터인데...걱정이네. 창문 다 열어놓고 하루종일 나가서 놀면 될까? ^^; [12/14-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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