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이의 영어 (8) S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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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2-10-22 09:15 조회1,172회 댓글0건본문
영어의 바다에 빠져 신나게 헤엄치며 놀고 있는 서현이.
오늘도 일상생활에서 꼬옥~ 필요한 영어 한마디를 배워왔다.
비록 우리말이 아직도 서툰지라 유치원에서 도대체 뭘 하며 하루종일 놀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띄
엄띄엄 조각맞추기 놀이처럼 어느정도는 짜맞춰볼 수 있겠다. 바로 서현이가 유치원에서 배워오
는 영어 한마디 한마디가 그 힌트가 되어주기에 말이다.
집에는 인형이 제법 여럿 있다.
같이 놀다가 피곤도 하여 안방에서 서현이 눈치 보며 빈둥거리고 있노라니 그게 안스러웠는지 서
현이는 휭~ 하니 마루로 나가버린다. 녀석~ 아빠가 좀 피곤한걸 아나보지? 눈치는 빨라요... ^^;;
그런데 서현이가 마루로 나간지 얼마 안되어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거다.
누구를 혼내주는것도 같고 뭔가 열심히 가르치는것도 같고 타이르는 소리 같기도 하고...
서현이의 목소리는 마루를 날카롭게 울리며 안방까지 타고 들어온다.
뭔가 하고 자세히 귀를 기울여보니...
그것은 짧은 외마디 였으니...
" 씻~"
씻 ?
처음엔 갸우뚱 했다.
씻 ? 그게 뭐지 ? 순간적으로 궁금해진다. 서현이가 대체 뭘보고...누굴 보고 저런 말을 계속 되
풀이 하고 있는 것인지... 살금살금 나가서 빼꼼 하고 훔쳐보니...
소파에 아기인형과 공룡인형을 자꾸만 앉히려고 애쓰는 중이었고
원래 잘 앉혀지지 않는 인형들인지라 그때마다 픽픽~ 쓰러지고 있고...
그럴때마다 서현이는 아주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눈에 힘을 주며 양 손으로 넘어진 인형을 다시 의
자에 앉히며 그 영어를 써먹고 있는 중인거다.
" Sit ~~ "
아하~ 그렇구나. 그게 그 말이었구나. ^^;
인형들은 그래도 그정도로 봐주는 서현이지만 우리에게는 에누리 없다.
손을 잡아 끌고 소파로 데려가서는 빤히 얼굴을 올려다보며 그런다.
" 씻~!"
장난 좀 쳐보려고 앉지 않고 서서 버텨본다. 싫어, 잉~~
그러나 호락호락할 서현이가 아니지.
손을 더 세게 잡으며 힘으로 의자에 앉히려 용을 쓰는거다.
더 크게 " 씻!!!" 하고 소리를 치고...
하는 수 없이 소파에 앉으면 또 앉자마자 내 어깨를 두 손으로 누르며 다시 " 씻~~" 한다.
일어나지 말라는 압력이겠다.
그렇구나.
서현이는 지금 유치원에서 선생님한테 배웠던대로 혹은 당했던대로 따라 하는 것이구나.
선생님이 저렇게 애들을 의자에 앉히면서 저런 말을 하고 또 고분고분 잘 앉아있게 하려고 인상
도 쓰고 좀 큰 목소리도 내고 어깨도 조금은 눌러주고 그러는구나.
서현이가 한 마디 한 마디씩 영어를 익혀 올 때마다...
그 영어를 우리에게 시범 보여주며 써먹을 때마다...
우리는 한 조각 한 조각씩 퍼즐을 맞춰 그림을 완성해나가고 있는거다.
서현이가 하루종일 유치원에서 무엇을 하며 생활하고 있는지를........
아, 언제쯤 그 그림이 완성될까!
얼마나 더 지나야 서현이가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조잘조잘 그 앙증맞은 입술을 달삭거려가며
우리에게 얘기를 풀어놔줄까!
여전히 유치원에서 점심때 뭐 먹었니? 하고 물어보면 한결같이 "빵~" 이라고만 대답하는 우리 서
현이다. 아...오늘은 한 마디 더했다. " 빵 하고 요플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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