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ri Kylian 발레 공연 관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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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3-03-16 08:15 조회1,476회 댓글0건본문
오늘날 가장 칭송받는 클래식 발레 안무가 Jiri Kylian.
그의 작품을 감히(?) 감상하러 극장을 찾았다.
발레의 '발'자도 모르는 문외한이 저 대가의 작품을 보러 머리를 들이민것이다.
사실 고백하자면 반평생을 살아 오면서 극장에서 발레를 본건 오늘이 처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발레 공연 입장료가 얼마인지 모르겠으나 암튼 오늘 우리 부부는 61$을 투자했
다. 약 45,000원 되는 돈인데 그 많고 적음을 떠나 살다보니 이런날도 있다는게 신기할 뿐이다. ^^;
좌석도 나쁘지 않았다. 3층 맨 앞자리였고 무대와 좌석간의 거리가 생각보다 그리 멀진 않았기 때
문에 별 지장이 없었으며 게다가 망원경까지 준비해갔기 때문에 틈틈히 배우들의 호흡하는 모양
이라든지 화장이나 옷 매무새, 얼굴 표정 연기 등을 아주 선명하게 볼 수 있어서 더 실감나고 좋았
다.
저 뒤에 보이는 건물이 그 유명한 Place des Art 복합건물이다. 지하로 내려가면 매우 많은 극장
들과 공연장들이 즐비하다. 몬트리올 예술공연장의 총집산지라는 곳이며 각종 문화예술공연이 날
이면 날마다 공연되고 있다고 한다. 오늘은 3월 15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눈덩이들이
곳곳에 쌓여있으며 여전히 추워서 한겨울 복장 그대로다.
공연 시작 20분 전에 도착했다.
처음 들어가 본 건물이라 그런지 영 낯설고 신기한 것들 투성이였지만 뭐니뭐니해도 눈에 띄는것
은 전체적으로 아주 붉은 빛깔의 카펫으로 치장을 해놓은 것이겠다. 역시 일반 공연장하고는 다
른 품격이 느껴진다.
휘휘~ 둘러보았다. 동양사람을 찾아보려고 목을 쭈욱 늘여보았지만 헛수고였다. 이 극장 안에 들
어와 있는 사람들 중에 동양인이라고는 딸랑 우리 부부밖에 없는거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영어
가 아닌 불어를 주고 받는 캐네디언들이었으며 연령층도 높아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목발을 짚
고 힘들게 한걸음 한걸음 발을 옮기는 호호 할머니도 여럿 보인다. 보기 좋은 광경이었다. 예술을
사랑하는 그들의 열정이 느껴진다.
팜플렛을 열심히 뒤적이는 그녀다.
역시 아이들을 위한 공연을 소개하는 페이지를 찾아낸다. 하지만 역시 6살 정도는 되어야 겨우 이
해할만한 공연들이다. 서현이가 조금만 더 커서 왔었다면 정말 좋았을뻔했다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공연시작을 알리는 벨소리를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저 문으로 들어가면 멋진 극장이 눈 앞에 펼쳐진다.
지난번의 Disney on Ice 때처럼 공연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으나 절대 사진촬영은 안된다
는 장내 안내방송을 듣고 포기할 수 밖에... 다 끝나고 몇 컷 찍으려 했으나 5시에 문을 닫는 정육
점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 나오느라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다음에 시도해봐야지...
2시 5분에 공연은 시작되었다.
세 가지 테마에 따라 순서대로 발레가 선보여졌으며 하나가 끝나면 휴식시간은 20분 정도로 생각
보다 길었다. 공연은 대략 30분 동안 펼쳐졌다.
몸으로 모든걸 표현하는 예술가들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발레리나들의 환상적인(^^) 몸매다.
그네들의 몸매는 참 착해보였다.
뛰고 돌고 무너지고 부둥켜 안고 때로는 열정적으로 때로는 아주 느리면서 우아하게 그 무언가를
그들은 표현하고자 했다. 비록 보는 나는 별로 이해한 것 같진 않지만 말이다.
첫번째 무대는 굉장히 난해하고 음악도 어려워서 살짝 졸음이 찾아오기도 했으나 두 번째 무대는
그 졸음을 번쩍 깨게 해 주었으니... 그건 비단 나만이 느낀건 아니었으리라. 모든 배우들이 상반
신을 노출한 채 춤을 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남자들이야 처음부터 상체는 벗고 있었지만 여
배우들은 어디 그럴 수 있겠는가. 그런데 두 번째 무대에서는 그녀들이 아낌없이 보여주었으니...
살짝 주위를 곁눈질 해보니 역시 다들 비상한 관심과 흥미를 느끼며 더욱 더 발레에 빠져들고 있
는것 같더라. ^^;
핏빛과도 같은 선홍색 몸뻬(?) 비슷한 치마를 남녀 할것 없이 똑같이 입고 상의는 입지 않은채 열
정적으로 뛰고 구르고 회전하는 배우들을 보고 있노라니 자꾸만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밀려든다.
무엇을 표현하려고 저러는것일까.... 얼른 망원경을 들이대고 더욱 더 자세히 접해본다. 사실 가져
간 망원경은 야전용이다. 군대용임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해병대 무늬가 새겨진거다. 다른 사람
들은 앙증맞은 크기의 공연 전용 망원경을 꺼내들고 보고 있었지만 우리는 용감하게(^^) 군대용
망원경, 크기도 커다란 그런 물건을 꺼내들고 있으려니 왠지 눈치가 좀 보이는것도 같더라. 하지
만 뭐, 깜깜한데 어떠랴. 잘만 보이면 되지. 흠흠...
세번째 무대는 분위기를 확 바꿔 상당히 역동적이고 활기차며 군데군데 코믹적인 요소를 섞어 관
객들의 아낌없는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배우들의 춤이 어찌나 빠르고 절도있고 멋지든지 나도 모
르게 흥이 절로 난다. 게다가 약간은 귀에 익은 모짜르트 음악이 곁들여져 한결 쉬워보인다. 배우
들도 많이 힘들텐데 마지막 무대라 그런지 모든 힘을 다해 발레를 하고 있는것 같았다. 최선을 다
하는 프로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두 번의 휴식시간을 포함하여 공연은 딱 2시간을 채우고 막이 내려갔다.
9명의 배우들은 커다란 동작으로 인사를 하고 관객들은 우뢰와 같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준다.
망원경으로 배우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니 다들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다. 그러나 얼굴은 다들 만
족스러운듯 활짝 웃고 있다. 공연을 끝내고 관객들에게서 받는 박수만큼 그들에게 값진 보람을 느
끼게 하는게 있을까 싶다. 나도 덩달아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쳐주었다.
뭐든지 처음이 어렵다.
이제 발레라는 예술을 접해봤으니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다시 보고 싶어진다.
여배우들의 맨가슴을 혹시나 또 보게 되진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 절대로 아니다.
그랬다간 맞는다. 아내한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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