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ri Kylian 발레 공연 관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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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3-16 08: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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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가장 칭송받는 클래식 발레 안무가 Jiri Kylian.
그의 작품을 감히(?) 감상하러 극장을 찾았다.
발레의 '발'자도 모르는 문외한이 저 대가의 작품을 보러 머리를 들이민것이다.
사실 고백하자면 반평생을 살아 오면서 극장에서 발레를 본건 오늘이 처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발레 공연 입장료가 얼마인지 모르겠으나 암튼 오늘 우리 부부는 61$을 투자했
다. 약 45,000원 되는 돈인데 그 많고 적음을 떠나 살다보니 이런날도 있다는게 신기할 뿐이다. ^^;
좌석도 나쁘지 않았다. 3층 맨 앞자리였고 무대와 좌석간의 거리가 생각보다 그리 멀진 않았기 때
문에 별 지장이 없었으며 게다가 망원경까지 준비해갔기 때문에 틈틈히 배우들의 호흡하는 모양
이라든지 화장이나 옷 매무새, 얼굴 표정 연기 등을 아주 선명하게 볼 수 있어서 더 실감나고 좋았
다.
![ballet.jpg](/v1/spboard/etc/ballet.jpg)
저 뒤에 보이는 건물이 그 유명한 Place des Art 복합건물이다. 지하로 내려가면 매우 많은 극장
들과 공연장들이 즐비하다. 몬트리올 예술공연장의 총집산지라는 곳이며 각종 문화예술공연이 날
이면 날마다 공연되고 있다고 한다. 오늘은 3월 15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눈덩이들이
곳곳에 쌓여있으며 여전히 추워서 한겨울 복장 그대로다.
![ballet2.jpg](/v1/spboard/etc/ballet2.jpg)
공연 시작 20분 전에 도착했다.
처음 들어가 본 건물이라 그런지 영 낯설고 신기한 것들 투성이였지만 뭐니뭐니해도 눈에 띄는것
은 전체적으로 아주 붉은 빛깔의 카펫으로 치장을 해놓은 것이겠다. 역시 일반 공연장하고는 다
른 품격이 느껴진다.
휘휘~ 둘러보았다. 동양사람을 찾아보려고 목을 쭈욱 늘여보았지만 헛수고였다. 이 극장 안에 들
어와 있는 사람들 중에 동양인이라고는 딸랑 우리 부부밖에 없는거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영어
가 아닌 불어를 주고 받는 캐네디언들이었으며 연령층도 높아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목발을 짚
고 힘들게 한걸음 한걸음 발을 옮기는 호호 할머니도 여럿 보인다. 보기 좋은 광경이었다. 예술을
사랑하는 그들의 열정이 느껴진다.
![ballet4.jpg](/v1/spboard/etc/ballet4.jpg)
팜플렛을 열심히 뒤적이는 그녀다.
역시 아이들을 위한 공연을 소개하는 페이지를 찾아낸다. 하지만 역시 6살 정도는 되어야 겨우 이
해할만한 공연들이다. 서현이가 조금만 더 커서 왔었다면 정말 좋았을뻔했다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공연시작을 알리는 벨소리를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ballet3.jpg](/v1/spboard/etc/ballet3.jpg)
저 문으로 들어가면 멋진 극장이 눈 앞에 펼쳐진다.
지난번의 Disney on Ice 때처럼 공연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으나 절대 사진촬영은 안된다
는 장내 안내방송을 듣고 포기할 수 밖에... 다 끝나고 몇 컷 찍으려 했으나 5시에 문을 닫는 정육
점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 나오느라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다음에 시도해봐야지...
2시 5분에 공연은 시작되었다.
세 가지 테마에 따라 순서대로 발레가 선보여졌으며 하나가 끝나면 휴식시간은 20분 정도로 생각
보다 길었다. 공연은 대략 30분 동안 펼쳐졌다.
몸으로 모든걸 표현하는 예술가들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발레리나들의 환상적인(^^) 몸매다.
그네들의 몸매는 참 착해보였다.
뛰고 돌고 무너지고 부둥켜 안고 때로는 열정적으로 때로는 아주 느리면서 우아하게 그 무언가를
그들은 표현하고자 했다. 비록 보는 나는 별로 이해한 것 같진 않지만 말이다.
첫번째 무대는 굉장히 난해하고 음악도 어려워서 살짝 졸음이 찾아오기도 했으나 두 번째 무대는
그 졸음을 번쩍 깨게 해 주었으니... 그건 비단 나만이 느낀건 아니었으리라. 모든 배우들이 상반
신을 노출한 채 춤을 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남자들이야 처음부터 상체는 벗고 있었지만 여
배우들은 어디 그럴 수 있겠는가. 그런데 두 번째 무대에서는 그녀들이 아낌없이 보여주었으니...
살짝 주위를 곁눈질 해보니 역시 다들 비상한 관심과 흥미를 느끼며 더욱 더 발레에 빠져들고 있
는것 같더라. ^^;
핏빛과도 같은 선홍색 몸뻬(?) 비슷한 치마를 남녀 할것 없이 똑같이 입고 상의는 입지 않은채 열
정적으로 뛰고 구르고 회전하는 배우들을 보고 있노라니 자꾸만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밀려든다.
무엇을 표현하려고 저러는것일까.... 얼른 망원경을 들이대고 더욱 더 자세히 접해본다. 사실 가져
간 망원경은 야전용이다. 군대용임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해병대 무늬가 새겨진거다. 다른 사람
들은 앙증맞은 크기의 공연 전용 망원경을 꺼내들고 보고 있었지만 우리는 용감하게(^^) 군대용
망원경, 크기도 커다란 그런 물건을 꺼내들고 있으려니 왠지 눈치가 좀 보이는것도 같더라. 하지
만 뭐, 깜깜한데 어떠랴. 잘만 보이면 되지. 흠흠...
세번째 무대는 분위기를 확 바꿔 상당히 역동적이고 활기차며 군데군데 코믹적인 요소를 섞어 관
객들의 아낌없는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배우들의 춤이 어찌나 빠르고 절도있고 멋지든지 나도 모
르게 흥이 절로 난다. 게다가 약간은 귀에 익은 모짜르트 음악이 곁들여져 한결 쉬워보인다. 배우
들도 많이 힘들텐데 마지막 무대라 그런지 모든 힘을 다해 발레를 하고 있는것 같았다. 최선을 다
하는 프로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두 번의 휴식시간을 포함하여 공연은 딱 2시간을 채우고 막이 내려갔다.
9명의 배우들은 커다란 동작으로 인사를 하고 관객들은 우뢰와 같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준다.
망원경으로 배우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니 다들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다. 그러나 얼굴은 다들 만
족스러운듯 활짝 웃고 있다. 공연을 끝내고 관객들에게서 받는 박수만큼 그들에게 값진 보람을 느
끼게 하는게 있을까 싶다. 나도 덩달아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쳐주었다.
뭐든지 처음이 어렵다.
이제 발레라는 예술을 접해봤으니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다시 보고 싶어진다.
여배우들의 맨가슴을 혹시나 또 보게 되진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 절대로 아니다.
그랬다간 맞는다. 아내한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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