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겠다

날마다 오늘처럼 시원한 바람이 불면 좋겠다.

편안한 안락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음 좋겠다.

커피는 마시지 않아도 아침마다 은은한 커피향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아무때고 내맘대로 뚱땅거릴 피아노 하나 있음 좋겠다.

내 안의 생명이 건강하게 있음 좋겠다.

서현이랑 놀아도 놀아도 지치지 않는 체력을 가지면 좋겠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글로 멋지게 써지면 좋겠다.

몬트리올에 한국책을 살 수 있는 책방이 있으면 좋겠다.

우리 집이 레코드 가게였음 좋겠다.

새벽에 잠을 깨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끼니마다 식단 걱정 안해봤음 좋겠다.

창밖의 푸른 녹음이 단풍으로 바뀌지 않으면 좋겠다.

작은 화분 몇 개 기르면 좋겠다.

마당 있는 집에서 살면 좋겠다.

땀을 흠뻑 흘릴 수 있는 운동 하나 했음 좋겠다.

뜨끈한 순대국 한그릇 먹었음 좋겠다.

산 정상에 올라 '야~호' 외치면 좋겠다.

꿈 속에서 아빠의 웃는 모습을 보면 좋겠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비행기 타고 딱 3시간만에 갈 수 있는 나라였음 좋겠다.

겨울이 더디 왔음 좋겠다.

오빠랑 단 둘이 여행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훵한 우리집 하얀 벽이 예쁜 것들로 채워졌으면 좋겠다.

푸르른 어항 하나 있으면 좋겠다.

매일매일 꿈꿀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