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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의 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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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꽤 스산하다.
며칠전에 내린 눈이 이제 겨우 다 녹았나 싶은데 또다시 눈이 내릴 기세다.
저 멀리 창밖으로 아주 빨간 옷을 입고 걸어가는 사람이 내다보인다.
나 역시 새빨간 상의를 입고 있다.
바지는 진초록 계통의 골덴 바지다.
아...그러고보니 오늘 복장은 "구세군 패션"이다.
사람들이 몇 번 입다가 혹은 더 오랫동안 걸치고 다니다가 어떤 이유로든 기증을 해버린 옷들이
다.
그 옷들을 가격이 헐값이라는 이유로 사입는거다.
각각 4.99$ 과 2.99$ 를 주고 샀드랬다.

죽은 사람의 의복이라는 단편소설을 얼마전에 읽은적이 있다.
2002 이상 문학상 단편집에서였다.
서울 어느곳에는 죽은 사람들이 입던 옷들만 모아놓고 판매를 하는 가게가 있다고 한다.
그 집 주인 아줌마는 매우 특이해서, 손님이 오든 가든 전혀 개의치 않는단다.
손님이 실컷 뒤지며 옷을 골라 계산대로 들고 오면 그저 시큰둥하게 혹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한
마디 말도 하지 않고 가격표대로 돈만 받고 물건을 싸준다고 한다. 그러면서 시선은 늘 어딘지도
모를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고 하니 아무래도 이상한 분위기의 가게란 생각이다.
그 가게에서 옷을 주로 사 입는다는 그 소설속의 주인공은 이상한 이야기를 듣는다. 죽은 사람의
의복을 사 입은 어떤이는 그 옷을 입은 순간부터 악몽에 시달리고 괴이한 느낌을 지속적으로 받는
다는... 교통사고로 죽은 이의 의복도 있고 병으로 죽은 청춘의 옷도 있을테고 하여간 벼라별 사연
이 고스란히 그 옷에 담겨져 있으리라.

어떤 사람은 일부러 구세군 매장과 같이 남이 입던 옷을 사 입는다고 한다.
그러면 그 옷을 입고 살았던 그 누군가의 삶의 흔적이 느껴진다고 한다. 이 옷을 입고 지냈던 사람
은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어떻게 살던 사람이었는지 사실은 나도 슬쩍 궁금해질때가 많다.
혹, 정말로...지금은 죽고 없는 사람이 죽기 전에 입었던 옷이었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어쨌거
나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한것 같다. 나와 그 이름모를 사람과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옷
을 고르는 취향이다. 내가 맘에 들어하는 옷을 그 사람도 역시 맘에 들어 사 입었을것이기 때문이
다. 어쩌면 성격도 나랑 비슷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체격 역시 나와 흡사할테고...

아무리 깨끗히 세탁을 한들,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이 옷을 입고 살았던 그 누군가의 삶의 흔적까
지 제거하진 못할것 같다.

어느날, 길에서...나를 유심히 쳐다보는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게 될런지도 모르겠다.
바로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옷을 입고 살았던 그 누군가의 무심한 시선을 말이다.






218.50.133.252frenlove: 웁 무시무시 --[11/2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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