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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대면 죽을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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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3-06-12 05:22 조회8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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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엄마가 뜽금없이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밥상 위에 올라온 아주 맛있게 구워진 김을 보고 그러시는거다.
내가 아주 어릴적에, 아직 철도 들지 않았을 나이에.....
그러니까 그 당시엔 우리집 형편이 그리 썩 좋진 않았을때였을테고...

어느날 아버지를 찾아오신 손님이 계셨드랬다.
그래서 엄마는 밥상을 그럴듯하게 차려내셨을테고.
기름이 잘잘 흐르는 김이 한 접시 수북히 쌓여 있었겠다.

난 절대 기억나지 않지만 엄마는 아주 또렷히 기억하고 계시는 그 장면.
밥상을 내가기 전에 부엌으로 나를 끌고(?) 가셨댄다.
그리고는 날 똑바로 쳐다보시며 그러셨단다.

" 밥상에 있는 김에 손 대면 죽을줄 알아! "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때에도 김을 좋아했었나보다. 하긴 세살박이 서현이도 김에 밥을 싸주면 아
주 잘먹으니... 암튼, 그당시엔 김이 비싸고 귀한 반찬에 속했었던게 틀림없다. 접시에 김을 반뼘
정도 쌓고 김 한가운데에 성냥개비를 찔러 넣어 김이 허물어지지 않게 해 놓은... 기름이 반질반
질하게 칠해진 구수한 김 접시에 대한 기억이 뇌리에 여전히 생생하다. 그리고 그런 김 반찬이 나
올때면 언제나 아버지 쪽에 가까운 곳에 놓여져 있었던 것도 기억난다.

행여나 내가 버릇없이 김에 덥썩 손을 대 김이 보기 흉하게 쓰러지게 되는걸 미연에 방지하시고
자 엄마는 내게 그런식으로 단단히 으름장을 놓으셨다신다. 어쨌거나 그때 죽지 않고 지금까지 살
아있는걸 보니 내가 엄마 말씀을 잘 듣긴 들었나 보다.

그 장면을 회상하시며 엄마는 내게 미안하다고 하신다. 그깟 김이 비싸면 얼마나 비쌌다고 철도
없는 내게 그런 심한 말을 했을까... 그렇게 좋아하는 반찬이었건만 형편상 자주 먹이지도 못하고
어쩌다 손님이나 오시면 한 접시 구워내는 김이었으니....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어도 됐을텐데...
하고 후회를 하신다. 그래서 김을 보시면 그때 그 일이 떠오르신단다. 물론 난 전혀 기억에 없지
만 말이다.

.........

요즘, 내가 서현이를 너무 주눅들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중이다.
어떻게 하는것이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일까 늘 고민해보지만 여전히 뿌옇기만 하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이미 내 세대에서 끝나 버린 좌우명 같다.
적당히 약아야 하며 때로는 남을 이용할 수도 있어야 하고 또 남이 한대 때리면 곧바로 두대를 때
려줄 수 있는 그런 투기도 어느정도는 있어야만 할것도 같으니 말이다.

얼마전 지인들 가족동반 야유회를 간적이 있었드랬다.
서현이 또래가 있었는데 약간의 잡음이 있었다.
동기야 어떻든간에 그 아이가 서현이를 한 대 쳤댄다. 사실 주먹으로 친건 아니고 손으로 배와 가
슴 부근을 밀친것이겠다. 서현이도 일단 반격(?) 차원에서 그 아이를 손으로 밀어봤는데 그저 흉
내만 내는 수준인지라 상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단다. 그러자 그 아이는 더욱 두 눈을 부릅뜨며 이
번엔 제대로 힘을 가해서 두 손으로 힘껏 서현이를 밀쳤고... 그 덕분에 서현이는 한 두걸음 정도
뒤로 밀려야만 했다는데 거기서 그 해프닝이 종료되었으면 좋았을텐데 두 아이의 엄마들은 그 사
태를 그저 옆에서 수수방관만 하고 있었으니..... 휴....

웃긴건 서현이다.
그렇게 세게 밀리고 나서 또다시 그 아이 앞에 가서 서는게 아닌가.
두 손은 뒷짐을 진채로 말이다. 어쩌자는 것이었을까?
그러자 그 아이는 세 번째로 서현이를 세게 밀쳤고 또 서현이는 두어걸음 뒤로 밀려야 했을테고...
그정도에서라도 엄마들이 두 아이를 분리시켰어야 했지만....그저 멀뚱멀뚱....
서현이는 또다시 몸을 추스린 후 똑 같은 자리에 다시 가 섰고...
물론 여전히 두 손은 뒷짐을 진채로....
아... 그런데 역시 대단한 그 아이는 서현이의 배를 또다시 세게 밀쳐버리는게 아닌가...네번째다..
그제서야 두 아이를 떼어놓는 두 엄마다. 두 아줌마 역시 대단하다.

싸우겠다는 투기를 강력히 내보이며 힘껏 서현이를 밀쳐내는 그 아이나
계속 밀려나가면서도 두 손은 뒷짐을 진채로 자꾸만 그 아이 앞에 몸을 대주는 서현이나
둘 다 이상스럽다.

.......

나중에 서현이에게 홧김에 그랬다. 아이 교육상 좋지 않음을 알면서도 말이다.

" 서현아, 친구가 서현이 때리면 맞고만 있지 말고 서현이도 같이 때리는거야. 응? "

그러자 서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쳐다보더니만 이러는 거다.

" 친구 때리면 안돼요... "

ㅡ.ㅡ

얼마전에 서현이가 유치원에서 다른 아이를 때리는 바람에 선생님한테 주의를 들은적이 있었다.
그때 단단히 일러준게 바로 친구 때리면 안되고 서로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친구를 때리면 안되기에 그렇게 뒷짐을 지고 순순히 맞고만 있었나보다.........

예의바른 어린이로 키우기 위해 손님 밥상 앞의 김접시에 손대면 죽을줄 알라고 엄포를 놓으셨던
울 엄마처럼, 나도 지금 서현이를 그런식으로 키우고 있는것은 아닌지 자꾸만 염려스럽다. 아빠
되기는 쉬워도 제대로 된 아빠노릇 하기란 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친구가 먼저 때리면 바보
처럼 맞고만 있지 말고 같이 때리는거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맞고만 있으라고 해야 할
까....그도저도 아니면 얼른 도망가라고 해야 하나..... 혼돈스럽다.






61.75.229.17bossng: 서..서현이 무섭습니다.-0- --[06/12-10:46]--

218.50.140.80frenlove: 귀..귀엽다 *-_-* --[06/12-21:08]--

봉용: 결국 엉엉 울었다는군요....서현이가... ㅠ.ㅠ 아파서 였을까요..아니면 분해서 였을까요... ? --[06/13]--

211.41.172.207ibebe: 어머 서현아빠 같이때리라고하면안되죠(농담이시겠죠?)-_-;주영이한테혼나요.전직이전직인지라 주영이가 알아서하겠지만..글보고 예전에유치원에서같이때리고오라고 얘기하는 요즘 부모들보고 우리들끼리 화제가되였던 적이 생각나서 한마디남겨요. 서현이가 참 똑똑하네요^^ --[06/13-11:04]--

211.41.172.207ibebe: 그래도 배운거랑 직접 키우는거랑 다르다는 말 조카보면서 늘 느껴요.그러고보면 멀리서 보지만 이곳에서 보면주영이는 넘 훌륭한 엄마인듯! 많이 이뽀해주세요~ ^^* 잘 하시겠지만! --[06/13-11:06]--

24.33.150.58Rock.: 때리면 걍 맞아요...그게 더 현명하다고 생각이...어쨋은 "복수"란 단어는 나쁜단어같아여. 사람이 아주 악해지는 원인중에 하나가 복수심에서 오는거 같아여. 복수할때 그 사람을 내가 당한거보다 더 괴롭혀야한다는 생각이 보통 사람의 마음이거든요. "참는게 이기는거다" 항상이생각 하면서 좀 참죠.. 누가 갈구면...
근데 한두번은 괜찮은데 습관성인 사람한테는 좀 참아주다가 결정적일때 한방무지큰거 날려주면 다시는 안그러죠..^-^* --[06/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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