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일기 <23> 다시는 치지 않으리라 > 사랑하며 배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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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일기 <23> 다시는 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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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엔
다시는 골프를 치지 않으리라
그렇게 굳게 다짐하며 뻣뻣하게 얼어 삐그덕거리는 몸을 질질 끌고 골프장을 빠져나왔다.
........
........

매주 일요일 새벽이면 어김없이 골프장을 향한다.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그런데 요즘 왜 주말만 되면 하늘이 지저분해지며 비가 내리는건지.... 오늘도 역시.
2003년 6월 1일 일요일 아침 7시.
티오프할 시간이 임박했는데도 여전히 하늘은 잔뜩 찌푸려있으며 비 또한 멈출줄을 모르고 있다.
지난주에도 역시 비오는 와중에 티오프를 했는데 8번홀을 지나면서 날씨가 활짝 개어 나름대로 재미
있게 골프를 쳤던 사실을 상기하며 우리는 별 망설임 없이 40$이란 거금을 선듯 계산하고 말았다.

이번엔 혼자 나온 캐네디언 총각과 함께 라운딩을 해야 했다.
키도 훤칠하고 골프하기에 적합할것만 같은 체격을 가진 그 사내는 생애 최고 기록이 76타라 했다.
비가 오지만 자기는 너무도 골프를 사랑하기 때문에 혼자서 치러 왔노라며 연신 싱글벙글이다.

비옷을 장만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나는 그저 헝겊으로 된 옷이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온통 흡수
해버리는 꼴을 그저 감내해야만 했으니..... 점점 무거워지는 몸과 세찬 비바람은 오늘의 골프를 최악
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너무나도 강한 바람에 우산이 망가질 정도였으며 18홀을 끝낼때까지도 빗
줄기는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토록 골프를 사랑한다는 그 캐네디언 총각은 끝내 18홀을 다 돌
지 못하고 15번 홀에서 그만 포기를 선언. 집으로 가고 말았다. 그러나 우리 셋은 정말이지 무슨 정성
이 뻗쳤는지 아니면 무엇에라도 홀렸는지 묵묵히 서로 말을 잊은채 18번 홀까지 돌았으니..... 참 대
단하다. 그래도 딱 한 번 정도 해볼만한 경험이라고 위안을 삼아볼까?

119타라는 형편없는 점수를 기록하고야 말았다.
사실 오늘같이 춥고 비바람이 맹렬한 기후조건에서 점수가 무슨 의미가 있으랴!
Candiac은 비교적 수준있는 골프장으로서 언듯언듯 보이는 경관들이 참 아름다웠다.
날씨가 좋았다면 충분히 멋진 코스를 감상도 할 수 있었을텐데 전혀 그러질 못한게 아쉬움으로 남는
다. 아이언 샷의 난조로 공을 다섯개나 연못에 빠뜨렸으나 두 개를 주웠다. 그 두개의 공은 예상외로
페어웨이 근처에 떨어져 있었는데 이는 필시 앞조의 사람들이 쏟아지는 빗줄기 때문에 중도에 포기
하고 가버렸기 때문일거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비오는 날의 골프는 정말이지 할게 못된다는 생각이다.
이건 골프도 아니고 무슨 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절대 진지해지지도 않는거다.
점수가 잘 나올리가 없을뿐더러 천근만근 축 늘어지는 몸과 잘 돌아가지도 않는 골프채가 그저 힘겹
게만 느껴지니 말이다. 그린피 40$이 왜그리 아까운 생각이 드는건지....

우리들은 골프장을 도망치듯 빠져나오며 묵시적으로 약속을 했다.
비오는 날엔 절대로 골프장에 가지 말자고.....
물론 예약은 해놓겠지만 새벽에 일어났을때 비가 내리고 있다면 그냥 도로 침대로 기어들어가자
고....

휴....
정말정말 힘들었던 이번 투어였다.
골프화 안으로 잔뜩 배어들어간 물때문에 발이 퉁퉁 불어 그렇잖아도 너무 꼭 맞는 신발이 터져버릴
것만 같고 방수옷이 아니라 역시 스폰지처럼 물을 먹은 옷들이 또 어찌 그리 무거웠든지....
다음 일요일은 그저 비만 오지 않기를 바랄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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