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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며 배우며

귀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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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지를 파주던 여인이 있었습니다.
귀이개가 귓속에서 움직일때마다 들리는 사그락거리는 소리를 좋아합니다.
아~ 아 !
이건 무슨 소리냐구요?
너무 깊게 귀이개가 들어가는 바람에 아파서 내는 소리입니다.
어쩌다 한 번씩 귀청소를 하는 날이면 서로 깜짝깜짝 놀랍니다.
이렇게나 많은 귓밥이 안에 들어있었다니 하고 말입니다.
그녀의 무릎을 베고 누워 귀를 맡겨놓고 있노라면 스르르 잠이 옵니다.
불과 몇 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일지언정 아주 맛나게 단잠을 잔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그랬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한숨을 쉬며...이젠 더이상 귀에지를 파주지 못하겠다고 하십니다.
눈이 침침해져서 도통 귀에지가 보이질 않기 때문이라십니다.
내 몸이 아주 작았을때부터 줄곧 해오시던 그 일을 이젠 못하신다고 합니다.
내 머리가 커진 만큼 어머니의 시력은 반비례하여 줄어있었던 것입니다.
갑자기 서글퍼졌습니다.
그렇게 아무도 귀이개를 더이상 파내주지 않은채 한참이 흘렀습니다.
가끔씩 내 손으로 귀이개를 밀어넣어보지만 영 시원치 않습니다.
그리고....
이젠 새로운 여인이 그 일을 대신해주고 있습니다.
그녀는 나의 아내입니다.
그 솜씨가 어찌나 똑같은지 아내의 무릎을 베고 있는 내내 또 다시 간지러운 졸음이 밀려듭니다.
햇빛이 잘드는 넒은 거실 창가에서 그녀의 허벅지에 머리를 놓고 한 숨 자고만 싶습니다.
그럴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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