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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지금 공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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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용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 작성일2003-01-22 02:06 조회1,2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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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콩코디아 대학교 부설 어학원에 다니기 시작한지 2주일째에 접어들었다.
그녀는 갑자기 고 3 입시생이 되어버린듯 하다.
비싼 수업료를 낸 만큼 그 이상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필사적으로 공부에 매달려야 할것이다.
톱니바퀴처럼 빈틈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수업과 엄청난 양의 숙제, 과제 그리고 토론 등등.
한꺼번에 해일처럼 밀려드는 해치워야만 되는 분량에 그저 압도당할 뿐이다.

문제는 서현이다.
아이를 키우며 가정생활을 꾸려가는 주부가 감당하기에는 다소 벅찬 느낌도 떨칠수는 없으니...

어제 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의 예를 들어보자.
오후 4시 40분, 나는 어김없이 학교 연구실 의자에서 엉덩이를 뗀다.
서현이가 있는 데이케어까지는 자동차로 약 20분 정도 소요된다.
5시경 데이케어에 도착, 서현이를 번쩍 안아올리며 볼을 부빈다. 탱탱한 볼살...감촉이 좋다.
집까지는 약 14분쯤 걸린다.
그런데...
서현일 차에 태우고 5분이 채 지나지 않았을텐데 느낌이 이상하다.
아....서현이가 잠들어버린거다.
오늘 낮에 낮잠을 자지 않았거나 몹시 피곤하게 놀았거나 둘 중에 하나다.
음악을 크게 틀어도...자지 말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아랑곳 않고 쿨쿨 자는 서현이다.
할 수 없지 뭐.
집에 도착해 돈육볶음과 브로컬리 샐러드로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잠시잠깐 쉰다.
그리고는 곧바로 아내는 숙제를 하기 시작한다.
오늘은 분량이 제법 많단다.
서현이가 잠에서 깬 시각은 대략 밤 9시경인가보다.
이제부터는 서현이랑 즐겁게 뛰어노는 시간이다.
Barney 비디오를 우선 본 다음 이런저런 놀이로 유쾌한 가족 오락관이 되는거다.
또박또박 말을 따라하고 또 자기 나름대로의 문장을 지어내 말하는 서현이가 참 사랑스럽다.
이제 시간은 흘러흘러 밤 11시가 넘어간다.
자야 할 시간인데...
서현이는 아직도 팔팔 뛰는 활어같다.
요즘 서현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Harry and the lady next door 라는 동화책이다.
의외로 페이지 수도 참 많고 문장도 상당히 많은데도 불구하고 독파를 해야만 한다.
벌써 수십번 어쩌면 백번도 더 넘게 읽었는지도 모른다.
보통 한 번 읽기 시작하면 그 자리에서 서너번은 읽어야 겨우 만족스러워한다.
처음엔 첫장부터 제대로 읽는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는 꼭 뒷장부터 거꾸로 읽으라고 주문한다.
참 알 수 없는 독서 패턴이다.
이제는 서현이도 얼추 통달을 했는지...어떨땐 자기 혼자 침대맡에 기대 앉아 읽어제낀다.
책을 양 손으로 펼쳐 눈 높이까지 쳐들고 목소리도 우렁차게 읽으며 페이지도 넘겨가며 그런다.
어떤 문장들은 아주 정확하게 읽어내는걸 보면 신기하기만 하다.
영어 발음?
제목은 분명 Harry and the lady next door 인데...
우리도 분명 <해뤼 엔 더 레이디 넥스트 도어ㄹ> 라고 읽어주는데......
서현인 이렇게 외쳐댄다.
<해뤼 엔 더 넥스 또욜>
도어가 왜 또욜이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어쨌든 서현이는 제법 긴 영어 동화책 한 권을 통째로 소화하고 있는듯 하다.
이참에 나도 그 책을 통째로 암기해버릴까 생각중이다.

자명종 시계를 본다.
새벽 3시경에 맞춰져 있다. 어제는 새벽 4시에 맞춰져 있었던것 같은데...
숙제가 많긴 많나보다.
자정 무렵 우리 셋은 나란히 침대에 쓰러진다.
아내는 이미 잠에 빠져있고 서현인 여전히 또랑또랑하다.
언제부턴가 Harry and the lady next door 책이 재우면서 읽어주는 책이 되어버렸다.
나란히 누워 책을 읽어준다.
아...너무 졸리다.
열 페이지를 채 읽기도 전에 나도 잠에 떨어졌나보다. 서현이보다도 더 먼저....
아침에 아내의 얘기를 들어보니....
새벽 1시까지도 서현이는 안자고 혼자서 놀고 있더랜다.
그러더니 엄마를 막 흔들어 깨워서는 쉬 마렵다고 해서 화장실에 가서 누이고 왔더랜다.
그리고는 자긴 잠들었댄다. 서현이보다 먼저.....

눈을 뜨니 아침 7시경이다.
어?
내 앞머리에 뭔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빨간색 머리핀....
윽... 내가 자고 있는 동안 서현이가 혼자 놀면서 장난을 쳤나보다.
엄마 아빠가 모두 잠들어 있는동안 그 밤중에 혼자서 뭘하며 놀았을까....

서현인 여전히 쿨쿨 자고 있다.
깨워야지 하며 몇번 흔들어 보고 불러도 보지만 소용없다.
더이상 억지로 깨우기가 왠지 미안하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해서 좀 더 자게 놔둔다.

씻고 대충 밥을 먹고 옷챙기고 점심 도시락으로 샌드위치를 만들고 서현이를 기어히 억지로 깨워 옷입
히고....그 와중에 샌드위치 만드는걸 보더니 자기도 식빵을 먹겠대서 두 개를 주니 양손에 하나씩 들
고 돌아다니며 몇번 베어먹는다. 그리고는 마루바닥 여기저기에 식빵이 널부러져 있고...오늘 아침식
사로 서현이는 식빵을 1/3 조각 정도 먹었나보다. 그래도 어제는 씨리얼에 우유까지 마셨는데 어제 아
침에 비해 오늘은 좀 부실한것도 같다. 그래도 할 수 없다. 그나마 그런것들조차 제대로 못먹고 학교
에 가는 엄마도 있으니...

8시 40분에 부랴부랴 집에서 빠져나온다.
콩코디아 어학원 앞까지는 데려다 줄 수 없어서 한 블록 전에 아내를 내려준다. 차로 약 13분 정도 걸
리는 거리다. 그리고 데이케어에 도착하는 시각은 대략 9시 15분쯤이다. 오늘 아침엔 서현이 기분이 좋
아보인다. 데이케어 선생님을 보고 방긋 웃으며 실내화로 갈아신고 모자 벗고 겉옷 벗어 걸어놓고 내
볼에 뽀뽀를 쪽~쪽~ 해주더니 교실로 뛰어 들어간다. 흐뭇...

아내는 지금 공부중이다.
옆에서 보기에도 안스러울 정도로 입시생을 방불케하는 엄청난 양의 공부를 하고 있다.
각오는 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힘들어하니 나도 덩달아 힘이드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내가 옆에서 버팀목이 되어줘야만 하는걸 알면서도 실제로는 그러질 못하니 참말로 거시기하다.

어학원은 총 10주 코스다.
그 10주일, 2개월 반 동안 무사히 별 탈없이 잘 해내기만을 바랄뿐이다.
Cheers!!!



218.237.72.11늘푸른나무: 멋진결과 기대하며 주영님 화이팅!!!! --[01/24-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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