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일기 <8> 111 타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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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2-07-05 06:05 조회1,042회 댓글0건본문
2002.7.4. 목. 무지하게 더움.
생애 두 번째 맞이하는 필드에서의 골프 라운딩이다.
오늘 멤버는 나 포함 셋. 두 분 모두 선배이며 골프 구력 또한 한참 앞서가시는 분들이다. 한 수 배
운다는 마음가짐은 물론 나같은 왕초보와 함께 라운딩을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암, 그렇고 말고….
새벽 골프….
말 그대로 새벽에 필드에 나가는거다. 사실 요즘 날씨가 연일 35도를 웃도는지라 낮에는 더워도
너무 덥다. 시간도 절약할겸 새벽골프를 나가기로 한거다. 지난번에도 그랬듯이 자명종 시계가 울
리기 조금 전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 시각은 새벽 5시 5분. 어젯밤에 아내가 준비해 식탁에 올려
놓은 햄버거를 허겁지겁 먹는둥 마는둥, 우유 한 잔 들이키고 심호흡 한 번 하고 약속 장소에 나갔
겠다. 새벽 5시 30분이다.
오늘 가는 골프장은 몬트리올을 약간 벗어나는 곳에 있다. 잠깐 새벽에 갔던 행로를 더듬어보자
면…
Sherbrooke East ---> Turn right on Papineu street ---> 쌩 쟉 카트리에 다리 건너자마자 ---
> 왼쪽길, 132번 도로 ---> 직진 ---> Pont-Tunnel Louis 방면으로 빠져나감 ---> Iles-de
Boucherville 방면으로 진입 --->그 다음부터는 잘 생각나지 않지만, 골프장 표지판을 찾아 따라
가면 되는것 같다. 그 정확한 주소는 다음과 같다.
Parc des Iles-de Boucherville (Ile Charron)
Sortie #1, Pont-tunnel Louis-Hippolyte-Lafontaine
Chalet (450) 670-4522
www.golfdesiles.com
18홀, 파70의 골프장이며 남자용 티 박스가 두 개, 여자용 티박스는 하나 준비되어 있다. 남자의
경우 6,155야드(약 5,626미터)짜리와 5,720야드(약 5,228미터)가 있고 여자용은 4,875야드(약
4,455미터)다. 우리는 물론 짧은 5,720야드 짜리 티박스를 이용했다.
사방은 고요했다. 우리가 첫손님인가 싶을정도로 앞, 뒤로 아무도 없었다. 주차를 시키고 사무실
에서 그린피를 보니 22$ 정도다. 지난번에 갔었던 Candiac은 주말이라서 비싸기도 했지만 그린피
가 40$이었던 것에 비하면 굉장히 싸다. 사무실 한 쪽에는 계란상자에 골프공들이 가지런히 담겨
져 있다. 12개에 단 돈 10$. 그 수많은 연못이며 숲에 떨어져 분실된 공들을 줏어 모아 세척 한 후
다시 되파는 것이다. 물론 공 상태는 매우 양호하다. 지난번에 공을 무려 4개나 잃어버렸던 기억때
문에 재활용 공을 한 다스 샀다. 오늘은 많이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텐데…
아침 6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건만 햇볕은 벌써부터 장난이 아니다. 오늘 또 얼마나 더우려고 벌써
이 난리일까. 1번 홀을 찾아 졸랑졸랑 선배들을 뒤따라 가는데, 갑자기 강이 눈 앞에 떠억 가로막
고 있는거다. 특이하게도 이 골프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건너가야 하는거다. 불과 30
미터가 될까 말까 한 매우 좁은 강이긴 하지만 그래도 배를 타고 필드에 들어간다는게 참 신선하
게 느껴진다. 골프가방을 부둥켜 안고(?) 맞는 강바람은 유난히 상쾌하다.
골프장 곳곳의 스프링 쿨러들이 맹렬히 돌아가고 있고 트랙터들은 왔다갔다 하며 잔디를 고르고
벙커의 모래들을 쓸고 있다. 태양이 어느덧 저만치 솟아오르고 스프링 쿨러에서 뿜어져 나온 물줄
기 파편들이 햇살과 어우러져 이쁜 무지개를 피워내고 있다. 마치 우리들을 반기듯이…..
드디어 제 1번 홀….460야드 짜리 파 5홀이다.
지난번 “머리 얹은 날”에서의 1번홀의 아픔이 떠오른다. 그때 무려 11번 정도를 친 후에야 겨우 홀
컵에 공을 넣을 수 있었지. 하지만 오늘은 뭔가 다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왜냐하면 그때와 지
금은 몸 상태도 다르고 또 틈틈히 연습을 했었기에 드라이버 샷도 조금씩은 맞아주기 때문이다.
자신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결과는 더블 보기…파 5홀을 겨우 7번 만에 홀인 시킨거다. 출발은 상큼했다. 총 18홀의 라운딩 결
과를 종합해보니 아래와 같은 성적표가 나온다.
파 : 1 회
보기 : 4 회
더블보기 : 7 회
트리플 보기 : 3 회
셀 수 없음 : 3 회
On green 후, 2 putt : 15 회
On green 후, 3 putt : 3 회
총 타수 : 111 (파 70)
골프 입문 후 두 번째 라운딩에서 거둔 성적이다. 내가 볼때 그래도 괜찮은 성적표라는 생각이다.
함께 했던 분들의 성적은 각각 98타와 100타. 나보다는 굉장히 잘 치셨지만 나도 조만간 저런 성적
을 낼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늘 8시까지 자던 사람이 새벽 5시에 일어나 새벽 골프를 한다는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러
나 어쩌랴! 힘들지만 그렇게라도 해야지 오후 1시 이전에 학교에 컴백 할 수 있는걸…. ㅠ.ㅠ 시간
을 아주 짭짤하게 이용하는 방법임에 틀림없다.
두 번째 실전 라운딩에서의 성적으로 본다면 111타가 과히 나쁜 성적은 아니라는 생각이지만, 돌
이켜보니 이런저런 많은 문제점들이 여실히 드러났음을 찐하게 느낄 수 있었다. 크고 작은 실수들
을 참 많이도 저질렀지만 특히 오늘은 한마디로 “벙커의 날”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벙커에 잘도 빠
뜨렸다. 지난번에 레슨프로 선생님께 벙커샷에 대해 아주 잠깐 배운적은 있지만 연습다운 연습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오늘의 내 벙커샷은 너무나 형편없었다. 오픈 스탠스와
클럽을 많이 여는 것까지는 배운대로였지만 그 이후는 나도 모른다. 제일 중요한 ‘자신감’이 전혀
없었다는게 문제다. 벙커샷….한동안 풀지 못해 끙끙대야만 하는 숙제로 남을것만 같다. 샌드 웨
지가 없어 피칭 웨지로만 휘둘렀는데, 그래서 더 그런가?
나의 세 번째 라운딩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내 기억 속에 남을런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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