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보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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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용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 작성일2003-02-06 04:53 조회1,064회 댓글0건본문
딸내미의 기침이 쉬 멈출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한번 기침을 시작하면 숨이 넘어갈듯 하며 끝내는 토하기까지 한다.
내가 한국에서 가져온 감기 바이러스가 서현이에게 옮아간게 틀림없다.
여태 나도 감기를 달고 있으니 말이다.
천식에라도 걸리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며 인터넷 웹싸이트를 뒤져 기침에 대해 조사를 해본다.
서현이처럼 아토피가 있는 경우 특히 더 조심해야 한단다.
건조한 겨울철 특히 습도 유지에 신경을 써야 하며 집안의 청결도 매우 중요한 항목이다.
집안청소?
서로 바쁘다보니 아니 더 정확히는 바쁘다는 핑계로 사실 집안청소를 게을리 하고 있기는 하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하나보다. ㅡ.ㅡ
환기?
예전에 라시떼 아파트에 살때는 그래도 하루에 한번은 환기를 시켰었는데 이곳으로 이사오고 난
후에는 왠일인지 그걸 자꾸 까먹는다. 환기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하나보다. ㅡ.ㅡ
습도?
자기전에 침실에 가습기를 틀어놓는 정도다.
습도계는 늘 "매우건조" 위치를 가리키고 있는데 겨우 잠잘때만 습도에 신경쓰는데 불과하다.
그런데 오늘 우리 부부는 합의를 봤다.
집안청소와 정리정돈에 힘을 쏟자고... 굳은 의지에 눈동자는 이글거린다.
맘먹고 쓸고 닦고 정리하고 하니 그것도 만만찮은 일거리며 시간도 꽤 소요된다.
그래도 서현이 건강을 위해서 열심히 신이나서 하는데 다 해놓고 보니 정말 개운하고 상쾌하다.
그런데 걱정인것은 그런 결심이 과연 며칠이나 갈것인지 하는거다.
당장 청소를 끝내고 나면 좋긴 좋은데 아마도 다시 예전처럼 주일 행사가 되지 않을런지... ㅡ.ㅡ
서현이가 몸상태가 너무 안좋아 유치원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
인터넷 홈페이지의 의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기침이 심하거나 감기에 걸렸으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말고 집에서 편하게 쉬게 하라고...
극기훈련 시킨답시고 기어히 유치원에 보내 병을 키우는 어리석은 부모가 되지 말라고 외친다.
콩코디아 대학교 부설 어학원에 열심히 다니는 아내 대신 내가 서현이를 돌보기로 했다.
나? 무단결근이지....
그래도 되냐고? 짤릴 각오를 하면 무슨 짓인들 못하랴. ^^;;
하루종일 서현이랑 논다.
간식도 먹고 비디오도 같이 보고 퍼즐 놀이도 실컷 하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뛰기도 하고...
서현이랑 노는건 참 재밌다.
내가 나서서 뭘 하지 않아도 된다.
서현이가 알아서 자기 놀꺼리를 찾아내고 나는 서현이가 하자는대로 동참하면 되니 말이다.
아빠~ 우리 퍼즐 하까?
아빠~ 바니 비디오 보고 싶어요.
아빠~ 우유 주세요!!! 빨대도 주세요오!!!
아빠~ 까까..
아빠~ 뛰어!!
아빠~ 우리 그림 그리기 할래?
아빠~ 서현이 컴퓨터 하자.
아빠~ 컴퓨터 같이 보까?
아빠~ 쉬 할래요.
아빠~ 여기 누워. 이불 덮어 주께.
아빠~ 책 보자.
아빠~ 자...안돼!!
맨 마지막 서현이의 외침은 그야말로 처절(?)하다.
내가 졸려서 비몽사몽 침대에 누워있거나 바닥에 누워있기라도 하면 서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
고 날 쳐다보며 손사래를 치며 하는 외침이기 때문이다. 자지 말라는 말이다. 자지말고 자기를 놀
아달라는 강력한 의사표현인거다. 그러다가 내가 깜빡 졸기라도 하면 흔들어 깨우는데 그래도 눈
을 안뜨면 앙~~ 하고 울어버린다. ^^
시간은 흘러 어느새 낮 12시 30분경...
슬슬 서현이도 졸려한다.
업어주니 등에 얼굴을 갖다대며 뭄에 힘을 푼다.
자장가랑 동요랑 가요를 섞어서 30분쯤 노래를 연속으로 불러주니 서현이는 꿈나라로....
의사들 말이 맞나보다.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놀아주며 편하게 해주었더니 기침이 많이 사그러든거다.
다행이다.
몸이 피곤하니 이런저런 잔병치레를 하는건가보다.
하긴...유치원에서 얼마나 힘들게 놀면 저녁 5시에 데리러 가서 차에 태우면 앉자마자 3분 이내에
꿀같은 잠에 빠져버리겠는가. 나름대로 이런저런 스트레스도 많이 받겠지. 저 쪼그만 것이.
다음날....
기침이 완전히 멎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제보다는 좋아진것 같다.
오늘 하루만 더 편히 쉬게 해주면 더 많이 차도가 있을것 같아 그렇게 하기로 했다.
학교에서 중요한 실험 스케줄이 있기에 오늘은 나 대신 아내가 집에 남아있기로 한다.
2200달러나 내고 다니는 어학원이기에 단 하루라도 빠지면 얼마나 아까운 생각이 드는지.
난 월급을 받고 다니기 때문에 하루 학교 안가면 그만큼 이익이다. 그런건가? 물론 월급주는 지도
교수가 알게되면(음으로 양으로 알게 되겠지만) 영 기분 나빠하겠지만 말이다. 할 수 없지 뭐. 애
가 아프다는데 어쩔거야. ㅡ.ㅡ
내일은 점심나절에 교수랑 연구원들이랑 단체 미팅이 있다.
그것만 끝나면 곧바로 유치원에 가서 서현이를 집으로 데려가야겠다.
이번주까지만 기침을 하고 더이상 하지 말기를 바랄뿐이다. 건강하기만을......
dimlight2: ^^ 서현이가 아토피를 짊어 지는거 같네요.. 저도 아쉽게도 아토피에 시달리고 있답니다. 저희 부모님은 아토피는 그저 크면 낫는다는 말에 습도, 온도, 환기, 등등.. 아무런 대책도 없었는데 봉용?님은 참 자상하신거 같네요.^^(화이팅~!) 아 저는 그래서 비참한 결과를 나았지요. 고3이 되어서도 시달리는 병이 되버린.^^.. 좋은 병원을 소개받아 갔드랬죠. 저는 좀 특별한 경우라서 커도 낫지 않는데요. 아참 한가지 상식은 아토피성 피부염은 완치되지 않는다는 점이죠. 알고 계셨겠죠?^^ 그래서 나중에 크게 되면 자신이 몸관리를 철저히 해야 된다고 하네요. 모든 상처들이 가려워서 그런데요, 보습제를 수시로 발라 주게 되면 어느정도 가려움을 막을수 있어요. --[02/06-17:00]--
dimlight2: 그리고 약도 먹는데.. 모든약이 가려움을 잠깐 막아주는 정도 밖에 역활을 안하더라구요.^^>. 결국 자신의 철저한 몸관리와 지금의 봉용님께서는 아이가 조금씩 세상을 알아 갈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 주면 그 병에 크게 시달리는 딸을 보지 않아도 될듯 싶어요.^^ 언제나 화이팅이에염~! --[02/06-17:02]--
bossng: 봉용님의 사랑이 여기까지 느껴지는듯 ^^ 글을읽고 진정한 가족애를 느낍니다. 제친구한테 들은 얘기지만 고등학교 동창생하나가 결혼을 한다네요. 졸업한지 1년이 지났을뿐인데... 부럽기두하고 한편으론 걱정되기도하고... --[02/07-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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