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갈비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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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용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 작성일2003-01-27 09:26 조회1,314회 댓글0건본문
한국인을 비롯 동양인들이 즐겨 찾는 정육점이 있다.
도살장에서 직접 고기를 공급받기 때문에 신선하면서도 가격도 저렴한 그런 곳으로 소문이 나있다.
무엇보다도 곰탕을 즐기는 우리들에게 사골을 공짜로 나눠준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
한동안 들르지 못했다가 오늘에서야 큰 맘 먹고 고기 쇼핑을 나섰다.
그곳에는 점원들이 많은데 서글서글하게 생긴 총각(?) 하나가 꽤 여러마디의 한국말을 알아듣고 말할
줄 안다. 예전부터 다니던 한국사람들이 꼭 필요한 한국말들을 교육(^^)시켰다는 소문이...
나도 처음엔 삼겹살을 사러 가서 주저리주저리 영어로 설명을 했드랬다. 베이컨하고 유사하게 생긴 돼
지고기지만 베이컨보다 더 두텁고 구워먹기 위한 고기라는둥 한국인이 많이 찾는 부위일거라는둥 말
그대로 세 겹으로 된 고기라는둥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데 다 듣고 난 그 총각 왈,
" 아~ 삼 겹 살~? "
ㅡ.ㅡ 그 한마디면 될것을.... 그냥 " 삼겹살 two kilogram " 이라고 했으면 되는거였다. ^^;
그리고 동양인 특히 한국인으로 보이는 고객이 이런저런 고기를 사고 나면 자기가 먼저 선수를 치며
묻는다.
" 뼈 ? "
사골 한보따리를 공짜로 주고 있고 또 거의 모든 한국인들은 뼈를 얻어가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자기
라 먼저 물어보는거다. 우리도 이미 여러번 사골을 얻어다가 곰탕을 맛나게 끓여먹은적이 있다. 그 총
각은 사태, 양지, 갈비, 불고기, 뼈 등등의 우리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기특한 녀석~~
불고기와 사태, 양지 그리고 LA 갈비를 샀다. LA 갈비는 흔히 Short Ribs로 통한다. 가격은 물론 한국
에 비해서 굉장히 싸다. 3kg에 약 2만원 정도 하나보다.
친구들을 초대했다.
지글지글 갈비가 익어간다.
양념이 잘 배었고 육질도 부드러워 맛이 참 좋다.
키가 훤칠히 큰 친구 하나는 내가 밥 한공기를 먹는동안 세 공기를 뚝딱 해치운다. 부러웠다.
친구들이 가져온 와인 한병을 순식간에 비우고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냈다. 6병이 전부였다.
그것마저 다 마시고 이젠 소주 차례다.
얼마전에 한국에 다녀왔는데 짐이 너무 많아 소주를 겨우 10개 밖에 가져오질 못했다.
보통은 24개들이 한 상자는 들고 왔어야 했는데 무척 아쉬운 대목이다.
냉장고에 들어있던 소주팩 5개를 가뿐히 마셨다.
소주를 오렌지 쥬스에 섞어 마시기도 하고 뒤늦게 합류한 친구들이 가져온 Red wine에는 오렌지 쥬
스를 타서 마시니 나름대로 맛이 괜찮다.
참석한 부부 중에 한국 남자와 캐네디언 여자 커플이 있었다. 그 반대 즉, 외국인 남자와 한국인 여자
커플은 아주 흔한 일이지만 이처럼 한국 남자와 서양 여자와의 커플은 생각처럼 그리 흔하지가 않다.
사랑은 역시 국경 따윈 상관없는것이다. 그리 깊이 알진 못하지만 언듯 보기에도 둘은 아주 행복해 보
인다. 그 남자는 요즘 불어 학원을 다니고 있다. 캐나다에서 5년째 살고 있기 때문에 영어는 별 문제가
없지만 부인은 전형적인 퀘벡콰라서 영어-불어가 모두 능통한 바이링귀얼이다. 오히려 불어를 더 편하
게 쓰기 때문에 그 남자는 열심히 불어를 배우고 있는중이란다. 나중에 아이가 태어난다면 그 아이는
자연스럽게 한국어-영어-불어를 모두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되겠다. ^^
아예 100% 영어로만 대화를 했어도 좋았을텐데 오늘은 우리말을 더 많이 했다. 중간중간에 영어로 상
황을 설명해주고 그러다 영어로 한참을 더 대화하고 그러다 은근슬쩍 우리말로 왁자지껄 떠드는 그런
분위기. 그래도 전혀 개의치 않는단다. 그 커플이 여자네 친구들을 만날때 주로 영어가 아닌 불어로
더 많이 대화하곤 한다는데 아직 불어가 능숙하지 못한 그 남자, 어쩔 수 없이 약간은 뻘쭘해지지만 이
젠 그런 상황에 익숙해졌고 또 서로가 그런 분위기를 인정하고 있다고 하니 그런것들이 그렇게 견디
지 못할건 또 없지 뭐. ^^
6시 반에 시작한 파티는 점점 무르익어 어느새 시간은 자정을 훨씬 넘기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바
이 바이.... 설겆이를 끝내고 정리를 좀 하고나니 새벽 2시가 가까워온다. 모처럼 사람들을 초대해 함
께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내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모두들 캐나다 생활이 그렇게 녹녹치는 않은 상황이다. 물론 우리도 마찬가지다.
넉넉치 못한 살림살이지만 그래도 낯선 땅에서 의연하게 생활하고 있다.
지금 현재는 하고자 하는 일들이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고 있고 또 그래서 마음고생, 몸고생이 심하지
만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거다. 우리모두에게 행운이 깃들길 기원하며 기분 좋게 잠이
든다.
2003.01.25
늘푸른나무: 사골을 꽁짜로 얻다니 좋겠다*^^* 근데 여기서 사는 수입육이나 사골은 누린내가 나요 한우보다 가격은 싼데...현지에서 먹는 고기맛은 좋다고 알고 있는데 왜 차이가 나는걸까요??? --[01/29-09:47]--
봉용: 그러게요. 저희가 먹어본 바로는 괜찮았거든요? 고기맛도 좋아요. ^^ 하지만 역시 우리의 한우 맛을 따라오진 못한것 같은 느낌이... 한국에서 먹고 왔던 갈비살과 등심 등등의 한우 맛을 잊을 수 없습니다. 냠냠~~ --[01/29-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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