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일기 <24> 핑계 있는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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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3-06-10 00:50 조회975회 댓글0건본문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말이 있듯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고 했던가.
지난 2주간의 투어때는 쏟아지는 비로 인해 형편없는 점수를 내고야 말았드랬다.
그때는 당연히 애꿎은 비가 원망의 대상이 되었을테고.
이번주의 투어는 하늘이 가엽게 여기셨는지 아주아주 화창한 날씨를 주셨다.
28도에 육박하는 기온과 피부가 따가울정도의 작열하는 태양을 보내주신거다.
그래서 이번에는 꿈의(?) 99타를 기록할 수도 있을것만 같았다.
단 한가지, 지난번 비맞으며 추위에 떨며 강행한 라운딩의 후유증으로 생긴 왼쪽 어깨 날갯죽지 부근
의 근육통이 다소 신경쓰이긴 했지만 애써 무시한채 말이다. 그러나....끝내 그 부상의 악령에서 헤어
나질 못하고 말았으니... 첫번째 홀의 드라이버 샷을 20 미터 전방 우측의 풀숲에 쳐박아 넣는 것으로
이날의 고통스런 라운딩은 시작되었다.
- Meadowbrook Golf Club
-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골프장, 소요시간은 약 15분
- 18홀, 71타, 6,250 야드
- 6:50 am Tee-off, 11:40 am End
- Record : 110 타 (전반 59타, 후반 51타)
골프를 너무나도 사랑한다는 퀘벡커 남자 하나가 합류하여 4명이 맞춰졌다.
역시 먼저 인사를 건네며 손을 내미는 그다. 얼핏 보면 케빈 코스트너를 닮은것도 같은 그는 비록 스
윙 폼은 좀 이상했지만 나름대로의 확실하고 매우 일관성 있는 자세를 가지고 있었으며 점수 또한 90
타 초반을 쳐내는 꾸준한 골퍼였다. 생애 최고 기록은 81타로써 이번에는 그 기록도 깨고 더 잘치고 싶
어 아예 이 골프장의 멤버쉽을 샀댄다. 1년에 약 840불 정도 하는 시즌 회원권이다. 주말을 빼고는 매
일매일이라도 칠 수 있는거다. 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은 연습하고 있다는 그는 정말 골프를 사랑하는
눈빛이었다. 매너 역시 좋았고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그린을 유심히 살펴보며 조금이라도 잔디가 패여
있거나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수선하는 기구를 들이대어 흙을 고르고 잔디를 토닥거리는 광경이었다.
우린 그저 별 생각없이 공만 치는데 급급한데 그 사람은 그 이외의 것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이다.
골프장의 이름에 걸맞게 훌륭한 그린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부분에는 풀숲이 제법 우거져 있다. 그 덕
분에 분명히 그 방향, 그 부근의 장소에 갔는데도 불구하고 끝내 찾아내지 못한 공이 무려 4개였으니,
에고 아까워라. 그리고 페어웨이의 땅은 또 왜그리도 단단한건지. 어쩌다가 디봇이라도 내고 나면 마
치 맨땅을 후려친것처럼 팔이 얼얼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첫 스윙때부터 괴롭힌 왼쪽 어깨의 통증은 매번 스윙을 할 때마다 인상을 찡그리게 만들었
다. 덕분에 제대로 된 스윙을 할 수 없었을뿐더러 아니나 다를까 그에따른 결과는 참혹했다.
이번주는 그래서 모든 연습은 중지다.
공교롭게도 주말에 전망 좋은 별장으로의 가족여행 계획이 잡혀 있어 이번주 골프 투어 역시 건너뛰
게 되었으니 이정도면 충분한 휴식이 되겠다. 다음주에는 부상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몸상태로 다시
투어에 나설 수 있게 되길 바랄수밖에.
골프.... 예상은 했지만 참 어려운 운동이다.
자기자신을 믿지 못하면 절대로 잘할 수 없는 운동이기도 하다.
언제쯤 나는 내 자신을 신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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