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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날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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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용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 작성일2003-02-12 10:57 조회1,1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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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세 시간이나 다리품을 팔았다면서 지친 다리를 질질 끌고 들어온다.
시내의 매장을 너댓군데나 돌아다녔단다.
돈이라도 많았다면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맘에 드는 물건을 고르면 될텐데...
옷이 맘에 들면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싸고...좀 싸다 싶으면 스타일이 영 아니고...

작년에 큰 도움을 받았던 분께 이번 설을 맞아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는 참이다.
유치원에 다니는 여자 아이에게 잘 어울릴만한 옷을 고르기가 그리 쉽지 않았나보다.
화려한 줄무늬가 돋보이는 윗도리와 평소 입고 싶어했다는 짧은 청치마를 사왔다.
지금까지 한번도 서현이 옷을 고른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여전히 아내의 안목에 놀라울뿐이다.
따로 샀는데도 잘 어울리는것 같다.
이 옷 한벌을 선물 받고 활짝 웃으며 좋아할 그집 꼬마애가 절로 떠올려진다. ^^


오늘은 우리 딸내미 옷 사주는 날이다.
우리가 애용하는 "구세군 중고물품점"으로 마치 무엇에라도 홀린듯이 끌려들어간다.
일반인들이 입다가 낡았거나 싫증난 옷들을 기증하면 그것들을 모아 되팔아 자선기금을 마련하는 매
장이다. 아내는 보물이라도 찾겠다는 듯 열심히 옷들을 뒤적이며 뭔가를 찾고 있고 나는 여기저기 기
웃거리며 돌아다니는 서현이를 쫓아다니느라 바쁘다.

약간 크지만 따뜻해 보이는 벙어리 장갑을 하나 샀다. 서현이가 끼워보고는 좋아한다.
올 여름에 입힐만한 반팔 티셔츠를 샀다. 색상이 은은하고 그리 낡아보이진 않는다.
어깨끈이 달린 청치마를 샀다.
비올때 신는 고무장화도 골랐지만 서현이가 들고 다니다가 잃어버려서 아쉽게도 사진 못했다.
모두 세가지 아이템에 4,000원 정도 든것 같다. ^^;

남에게 선물할때는 그래도 제대로 된 새것을 사주어야만 맘이 편하고 기분도 좋다.
우리 물건을 살때는 가급적이면 가격이 싸면서도 맘에 드는게 최고다.
그런데.......
가끔은 우울해질때가 있다.
정품매장에서 맘에 드는 옷을 골랐다가도 가격표를 보고 다시 슬그머니 내려놓는 아내의 힘없는 어
깨짓을 옆에서 애써 못본척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때 특히 더 그렇다.

얼마전 로또 광풍이 한국에 불었을때 농담 삼아 우리에게 대박이 터져준다면 젤 먼저 뭘 하고 싶으냐
고 물었드랬다. 대뜸 그런다. 예쁜 가방, 핸드백, 지갑, 밸트, 멋진 원피스, 치마, 정장, 구두...뭐 그런
걸 사봤으면 좋겠다고.....

아... 그러고보니 결혼 후 여태까지 한번도 그런 물건들을 사준적이 없나보다.
왜 갑자기 김소운 님의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 이 떠오르는건지.
'王侯의 밥과 乞人의 찬'

우리는 지금 늙어서 주고받을만한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있나보다.





218.155.5.176monkis: 기운 내시고...어려운 날이 있으면 기쁜 날도 있답니다,,그래서 인생은 살아 볼 충분한 가치가 있는거죠,,, --[02/12-12:06]--

132.206.66.108봉용: 정말....그런거겠죠? ㅎ.ㅎ --[02/12-12:46]--

218.146.220.42bossng: 잘 찾아보시면 그생활속에서도 행복은 숨어있답니다. --[02/12-16:39]--

218.237.72.11늘푸른나무: 그래도 가족이란 울타리안에서 예쁜 두여자분 함께 사시니 봉용님 행복하시죠*^^* --[02/14-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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