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임자 없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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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용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 작성일2003-02-05 14:37 조회1,711회 댓글0건본문
아래의 글들은 hibrain.net 이라는 웹싸이트에서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화두에 대한 여러가지 재
미있는 답글을 모아본것이다. 나름대로 하이브레인이라 자처하는 사람들의 글이기에 보기에 따
라 흥미로운 꺼리들을 많이 엿볼수가 있다. 나 역시 단 한번 교수 지망을 했었던 경험이 있기에 남
일 같지 않아 더 재밌다. ^^;; 이번주에 로또에 당첨되면 대학이나 하나 설립해볼까나? ㅡ.ㅡ
[질문]
지방 모 사립대에 원서 놓고, 세미나하고, 총장 면접하고 3주 기다리고 기다리다 교무과에 전화하
니, 이번엔 적임자 없어서 다음 학기에...
이렇게 황당할 수가 있나요? 내심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반응이 없다가 희안한 교무과직원의 답
은 거의 맥을 빠지게만 합니다...
그 적임자의 기준은 무엇인지요?
[답변]
1.
어떻든 "너 나쁘다"는 소리만 나오지 않으면 논의는 진행이 되지 않을까요?
한참 엉뚱한 논의 중에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습니다만 달님이 제기하신 "적임자 없다"는 뜻은.
1) 뽑고 싶은 사람이 없다. (여러가지 백그라운드+인성+객관적 자격)
2) 뽑고 싶은 사람은 있는데 선임이 곤란하다 (예: 별로 뽑기는 싫지만 자격요건이 더 나은 사람
이 있어서 다음에...) 3) 그렇게 흔할까 잘 모르겠습니다만 정말 전공과 필요한 자격에 부합하는
사람이 없다는거겠지요.
이쯤 하시고 좋은 하루들 보내십시오.
2.
적임자 없다는 건 여러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실제로 지원한 풀이 생각보다 퀄러티가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또는 전공을 좀 브로드하
게
냈었는데, 입맛에 딱 맞는 전공자 없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학과교수들간에 서로 의견일치를 보지 못해서 적임자 없다고 하는 경우도 있어요. 또는
사립대의 경우 이사장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게 말하는 경우도 있고요.
저도 신임교수를 세 번 뽑아봤는데, 두번은 뽑았지만, 한번은 적임자 없다고 했어요.
그땐 학과에서 삼배수를 올렸지만 이사장의 입맛에 없다는 거죠.
이번 가을에도 신임교수를 채용한다고 공고를 냈는데... 사실 좀 걱정이예요.
솔직히 말해서 교수를 뽑을 때, 실력만 보지 않죠. 물론 실력이 즉 업적이 없으면 입맛이 땡기지
않지만
그건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예요.
나이, 성격 모두 중요하죠. 그런 점에서는 주관적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나 실제 같이 생활해보면 그런 점도 중요하다는 경험하게 되요.
지원자 입장에선 억울하고 원통할 수 있겠지만, 다들 교수되고 나면 그리고 같이 생활하다 보면
왜 중요한지 이해하게 되요. 저 역시 마찬가지...^^
요즘은 신규박사보단 기존 교수나 연구원을 선호하죠.
일단 업적과 성격 모두 어느 정도 검증이 가능하니까요...
인간관계 그거 무시 못합니다.
3.
안녕하세요?
서류전형과 짧은 인터뷰 동안에 어떻게 한 개인의 "성격"을 검증할 수 있는지, 그리고 교수를 뽑는
데 "성격"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의문이 있습니다.
저도 이곳 미국에서 신임교수 임용에 관여했었는데 후보자들의 연구 업적, 교수 능력의 평가에
온 신경이 집중되지 이 사람의 "성격"이 어떤지까지 생각하는 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자기 연구
하고 가르치기도 바쁜데 남에게 적극적으로 피해를 주는 무슨 이상자가 아닌 이상에야 신임교수
임용에 왜 "성격"이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학이 무슨 사교 클럽도 아니고...대학과 학생
들을 위해 학문 능력이 우선이 되어야지 성격적으로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뽑겠다는 발상은 문
제가 아닐까요?
"성격"에 대한 논란이 자격있는 후보자를 탈락시키는 구실로 이용되는 일이 많다는 우리나라기에
더욱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4.
저번 학기에 신임 교수 뽑는데 참여를 했었읍니다.
최종적으로 2명의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에서 한명은 그냥 열심히 (약간 쫄은듯한 느낌이 들정도
로..) 하였고 다른 한사람은 참 재미있게 하더군요.
물론 앞사람도 뒷사람에 비해 나은점도 있었지만요, 뒷사람이 실력도 조금 더 나아보였고, 학교쪽
에서 원하는데 조금더 가까운 편이었읍니다.
최종 교수회의날 교수들이 누구를 뽑으면 좋겠다고 돌아가며 자기의견을 밝히는데, 거의 전부가
뒷 후보자를 추천하더군요. "실력이 나아보인다." "학생들을 더 잘가르칠것 같다".등등 이런 저런
의견들이 있었는데, 한사람이 "재미있더라, 유머도 있어보이고..잘 어울릴것 같더라" 고 말을 하
자 이곳 저곳에서 동조하는 말들이 막 나오더군요... 사실 그사람 프레젠테이션에서 몇번 아주 재
미있는 예를 들기도 했었거던요.
그날 생각이 들더군요. "아, 이사람들도 그런게 있구나.. 새로올 사람이 자신들의 울타리에 잘 적
응하는 사람을 선호하는구나..." 물론 교수능력, 업적이 우선이지만 그러한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
도 몇프로라도 작용을 할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게 아닐까요? 보기좋은떡이 먹기도 좋다고...
그렇지만 그러한 "성격"이 후보자를 탈락시키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건 저도 동의 합니다.
(만일 그랬다면 저도 이곳에 자리를 못잡았을거니까요...ㅎㅎㅎ^^)
해우소
덧글) 고즉한 일요일 오후입니다. 하늘은 푸르고 구름은 높고, 집앞의 풀들은 바람에 흔들리고....
그렇지만 기분이라고 밖에 나갔다간 쪄죽습니다...^^그냥 집안에서 풍경을 즐기기에 좋은날입니
다.
5.
물론 성격만 보고 교수를 뽑지는 않죠. 그러면 아마도 여기서 활동하시는 술 좋아하시는 분들이
엄청 유리할 겁니다.^^
연구업적면에서 어느 정도 비슷할 경우 또는 기대치를 모두 넘는다고 생각될 경우에는 성격이
크게 좌우할 겁니다.
성격을 어떻게 아냐고요?
일단 학회에서 자주 만나본 사람들에 대해서는 만남을 통한 인상이 있을거고요,
잘 모를 경우 그 사람을 잘 알만한 사람에게 문의를 하게 되죠.
물론 이 경우에도 편견이 작용할 수 있겠지만요.
사실 추천서가 그리 신뢰성있는 문서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아는 사람을 통해 그 사람의 성실성, 인간 됨됨이 등을 체크할 수 밖에 없지 않겠어요?
6.
안녕하세요 Steinway님?
교수 임용도 어쨌든 사람이 사람을 뽑는 것이니 사람의 인상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고 해우
소님 말씀대로 1~2% 영향을 미친다면야 뭐가 문제가 되겠습니까? 그러나 우리의 풍토에서 "인간
됨됨이"를 평가의 한 요소로 그것도 개인적인 인상이나 접촉과 같은 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알아
보는 것은 문제가 있는 듯 합니다.
한국에 계시는 교수분들로부터 가끔 말을 듣기는 합니다만 "학문과 교수 능력에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경우"라는 것이 그리 자주 있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학자로서의 "됨됨이"라는 것은 이미 학
문적인 업적을 보면 다 알 수 있는 일이 아닙니까? 학문적으로 성실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상당
수준의 학문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학문에 몰두하는 사람치고 남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
는 사람 별로 없습니다. 그런 일에 관심도, 그럴 시간도 없기 때문입니다. 남에게 적극적인 피해
를 주지 않는다면 사실 기본은 되는게 아니겠습니까? (오히려 인성 강조하는 분들 중에 그 기본
도 안되는 분들 많지 않습니까?) 학자를 뽑으면서 학자적인 자질 이외에 무엇을 기대해야 할까
요?
"비른 생활 대상자"를 선발하는 것이 아님에야 그럼에도 굳이 다른 인간적인 면을 보겠다는 것은
자기한테 편하고 (여러 이유로)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을 택하겠다는 것으로 비추어 질 수도 있
겠습니다. 학문이나 학생보다는 평가자 자신이 그 중심에 들어오게 되는거지요. 또한 그러한 평가
에는 학문외적인 요소가 개입될 소지가 많습니다. - 학벌, 기호, 지역, 가족배경 등등..
누구를 뽑아야 할까요?
1) 두루두루 "인성" 좋고 잘 어울리고, 선후배 잘 건사하고 사람 편하게 해주고. 일년에 "기준치 이
상" 두어편 논문도 내고, 가르치는 것도 제법 잘 하고. "인성" 좋으니 학생들에게 인기도 좋고.
2) 사람 만나는 시간도 아까워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별로 좋은 인상 못주고, 훌륭한 업적을 쌓아
가지만 몇달이고 학문적인 주제에 침잠해 들어가므로 주위와는 별로 커뮤니케이션도 안하고, 가
끔 하는 입바른 소리는 주변 사람 불편하게나 하고, 또한 훌륭히 가르치지만 까다로와 학생들에
게 별 인기는 없고.
둘다 임용을 위한 기대치는 넘는다고 하면 "인성"이 계제되는 순간 우리 사회에서 2)는 현실적으
로 아웃입니다. 대신 대학에서 학문이 진흥될 일도 결코 없겠지요. 학문은 최소기대치로 하는게
아니니 말입니다. 인성의 강조가 유교적인 우리 사회에서 무슨 당위처럼 들리지만 좋은 학자를 뽑
는데 상당한 위험 요소로서 작용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7.
호프님 말씀 객관적으로 맞긴 하지만....
사실 경험에 의하면, 지원자 중 단 한사람만 뽑아야만 할 경우 참 고민될 때가 많습니다.
많은 경우 삼배수 안에 드는 지원자들은 업적에 있어서 별로 차이가 안나는 경우가 생기게 마련이
죠.
전문학술지에 논문 1~2편 더 있다고 해서 과연 그 사람이 업적이 더 많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요즘들어 논문의 질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고요.
결국 그럴 경우 그 사람의 성격(물론 적절한 단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을 보게 되죠.
물론 자기 공부만 열심히 하는 사람. 나무랄데 없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때론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한 사람이 있어요. 학과에서 타협과 양보를 하지 못하고
자기 것에 너무 집착하는 경우 말이죠. 자기 일에 지장을 준다고 해서 학과공동의 일을 무시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됩니다. 학생지도도 마찬가지죠. 학생지도에 신경쓰다보면 자기 연구에 지장을 줄 때
도 많죠.
엠티라든가, 졸업여행 등등에서 자기 시간만 생각하고 요리조리 빠지는 교수들도 종종 봅니다.
사실 한 직장에서 30년 가까이 바로 옆에서 항상 마주치며 지내야 합니다.
그런데 너는 너고 나는 나다라는 식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과 그 긴 세월을 함께 하자면 그
거
불행한거 아닌가요?
제가 오래전 미국에서 학위를 거의 끝마쳐가고 있을 때, 학교에서 신규임용 교수들과 함께 Job S
earch
와 관련된 workshop을 한 적이 있지요. 그 때 그 신임교수들도 그러더군요. 메이져 대학이 아닐
경우
보통 작은 규모의 대학에서는 지원자의 취미와 성격을 고려한다구요. 이 사람이 나랑 테니스 파트
너가
될 수 있는가? 뭐 이런거 말이죠.
제가 한국에 오기전 미국의 한 주립대학 교수임용에 지원해서 finalist가 된 적이 있습니다.
2박 3일간 진행된 인터뷰에서 참 많은 것을 묻더라구요. 공개강의와 더불어 나의 전공분야에 대
한 지식과
연구계획은 물론이고요, 집을 어디에 잡을 건지, 가족관계 등 사적인 질문도 하더라구요. 아침식
사,
점심식사, 저녁식사 모두 인터뷰의 일환이었고, 학교 주변 거주지에 대한 소개도 있었구요.
그런데, 그런 informal한 대화가 결국 나에 대한 모든 것을 알기 위한 탐색이었죠.
만일 한국에서도 그렇게 인터뷰를 한다면, 같이 지낼 예비 동료(fellow)에 대한 보다 심도있는 탐
색이
되지 않을까요?
궁극적으로 미국과 같이 추천서의 역할이 보다 중요해지면 좋겠고요. 아무나 잘 써주는 추천서 말
고요..
8.
steinway님 말씀 듣고 보니, 교수 되기가 참말로 어렵네요. 적어도 이 땅에서는요.....
그리고 논문 수준이 다 고만고만하다구요....참 고만고만한 분야의 공부 하시나봐여...^^@ (죄송..
한참 논문 쓰는 와중이라....비판과 위트가 머리 속을 휘리리릭~ 하고 있어, 약간은 지나쳐도 용서
하세용)
요새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비록 학기 중에 미친 x 널 뛰듯이 강의하고 돌아다녀도( 그 중엔 한
반에 250명 되는 학교가 아직도 있던 걸 )...방학 이나마 한적한 장소 잡아 논문 쓸 수 있게 해 주
는 이 땅이 눈물나게 고맙다는 생각요..
준비 중인 논문이 있어서리....이만 실례~
9.
안녕하세요? 성의 있는 답변 감사합니다.
대학도 조직이니 만큼 인화, 협동 같은 조직의 논리가 적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서 조금 더 논의를 해 보아도 좋겠네요. Steinway님의 말씀을 정서적으로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
만 대학은 회사와 같은 일반 조직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학문과 교육에 매진할 수 있는 "특별
한" 사람들을 뽑아야 하며 다른 조직 가치들이 이에 선행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물론 잘 아시겠지만 학문의 세계라는게 논문 한 두개로 신기원을 이루기도 하고 설사 MT나 졸업
여행에 잘 안가는 사람이라도 학문에 미쳐 있는 사람이 진정 대학이 필요로 하는 학자라는 인식
이 아쉽습니다. 후보자들간에 학문적인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평가자들의 평가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후보자들의 대표 논문 하나
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자기와 다른 동료들과 잘 인화하는 fellow도 좋습
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문제고 학문과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학자가 절실하다는 생각
이 우리 대학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대학의 방향에 따라 연구와 교
육에 대한 상대적 비중은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한가지, 외국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가 귀국해서 자리 잡으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문외적
으로 신경쓰고 걱정해야 하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그 문제 때문에 S대에 자리를 잡은 경제학자
두 분도 미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좋은 학자들을 놓친 거지요. 학문은 시간을 통해 배태됩니다. 저
도 개인적으로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좋아합니다만, MT나 여행, 술자리, 공동프로젝트 (돈벌
기 위한) 같은 것이 과연 우리의 대학에서 꼭 필요로 하는 걸까요? 아니면 현재 학문외적인 요인
에 대한 강조로 대학의 본말이 전도되어 대학의 학문적 생산성에 대해 여러 사람들이 의문을 갖
게 되고, 대학내에 다른 여러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까? 그 중의 하나는 불공정한 교원 임용
이겠지요. 외람되지만 대학의 성원들이 연구와 교육에 투철하다면 당연히 후보자의 다른 배경에
관계 없이 연구와 교육에 뛰어난 학자들을 뽑으려고 할테고 불공정 시비도 없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학문외적으로 후보자에 대해서 따져 보아야 할 요소가 많겠지요.
말씀하신대로 미국의 대학에서도 후보자에 대해 철저히 인터뷰를 합니다. 그러나 그건 학자적인
요소와 관련 없는 사항을 밝혀내고 문제삼기 위해 하는 일은 아닙니다. 대학의 수준이 높을수록
학문 외적인 사항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추천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그 사람 "좋은"
사람이라는 이야기도 하지만 핵심적인 것은 그 사람이 학자로서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평합니다.
물론 대학도 조직인만큼 정치적인 요소를 전혀 배제할 수 없겠지만 대학의 성원들 스스로가 교수
임용이나 다른 문제에서 그런 학문외적 요인을 최소화 하려는 노력을 하여야 비로소 대학이 학문
의 요람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10.
의외로 쉬운 문제일 수 있습니다.
공동프로젝트를 같이 할 사람을 구하는 것은, 장학금/기자재비가 부실하니 학과교수의 프로젝트
수주비용에서 소속학생에 일거리를 주어야 하기 때문이지요.교수의 부담으로 학생에 생활비를 만
들어주지 않아도 되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된다면 그 다음부터는 프로젝트 여부가 개인의 취미생
활이 될 수 도 있습니다.
저도 협조성이 많은 동료가 새로 오기를 물떠놓고 빌지만(구체적 행동은 안하기로 일전에 이곳 게
시판에서 약속을 했기에 빌기만 합니다^^), 만약 연구와 강의외에 당연히 교수가 해야할 일로 되
어있는 것(외국대학과의 교류협정 따오기,인맥에 의한 취업,인생상담,지역과의 교류,수많은 서류
업무)을 대신 해주는 조직과 기관이 있다면,협조성에 대한 요구수준이 그토록 절실하지는 않을 겁
니다.
밑에서 어느 겸임교수님이 올려주신 바 있지만 대학제도개혁안,대학평가서류작업은 정말 엄청난
양입니다.그런 일은 정말 무보수 봉사입니다.(저희 학교는 대학본부에 있는 자료도 관련학과의 교
수가 조교랑 직접 가서 복사해와야 합니다.얼마짜리 인건비의 사람을 데려다 그런 일을 시키고 있
는지.^^;;;)
대학평가업무를 맡은 아는 교수 한분은 과로로 입이 돌아갔고,실제로 심심치않게 격무로 쓰러지
거나 암선고를 받거나 사망한 교수들을 볼 수 있습니다.누구나 기본적으로는 연구자이고자 한다
는 것을 전제로 할 때,교수사이의 업무미루기는 좀 과장하자면 생사가 걸린 문제이기도 합니다.
교수 개인의 양심에 호소하는 것보다,행정 잡무를 줄여주는 제도적 정비가 정말로 정말로 절실합
니다.
추신)
엠티야 중요치 않겠지만,학과에서 나누어써야 하는 기자재비를 혼자만 쓰려 한다던가,1년에 학과
당 한명씩 나가게 되어있는 안식년을 예정자를 제치고 갑자기 먼저 나가겠다고 한다던가, 학과당
2-3개로 제한되는 필수과목을 자기 수업으로만 지정하게 한다던가,자기 강의만 가장 좋은 시간대
(10시-3시)에 놓도록 하는 것등등 상식의 문제겠지만 이런 상식 없는 분들이 많더군요.(그런데 문
제는 이런 분들을 면접에서 가릴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겁니다.문제아들도 모두 당당히 인성평
가를 뚫고 들어온 분들이니^^.이거 전에 한번 게시판에서 논의되었었지요?인성평가의 허망함이
란!)
11.
안녕하세요 키튼님?
고국에서 교수들의 행정 부담이 크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전문적인 행정 요원을 대학에서 확
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곳 미국에서는 그러한 행정 업무를 맡을 사람을을 따로 선발하든가
월급을 더 주고 교수들의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뒤에 추신으로 다신 것은 거의 상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전체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학과에서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구요. 이 때문에 후보자들의 "인성 평가"를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추신: 키튼님께서 언제쯤 결혼을 하시게 되나요? (지난번에도 한번 여쭈었든가?) 다시 축하드리
며 여기서는 총각들이 결혼하기 전에 bachelor party라도 하는데 얼마 남지 않은 "처녀 시절" 부군
되실 분과 기억에 남을 데이트도 많이 하시고 행복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12.
학문과 교육에 매진할 "특별한" 사람들의 집합체입니까?
민간/정부 연구소에서 불철주야 연구하는 분들의 학문보다 "특별하다"는 것은 설마 아니겠죠?
초/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 지도에 여념이 없는 선생님들의 교육과는 뭔가 틀린 "특별한" 것은 아
니겠죠?
게임개발업체에서 일하는 프로그래머 제 친구가 좀더 효율좋은 3D엔진을 위한 알고리듬을 고민하
는 것과는 다른 "특별한" 뭔가가 있는 것입니까?
자동차부품연구소에서 중소기업체들을 상담하는 제 친구 연구원의 일과는 다른 "특별한" 뭔가가
있는 것입니까?
맨날 부장님한테 욕을 얻어먹으면서도 한소리 못했던 비파괴검사담당 대리님과 다른 뭔가 "특별
한" 것이 있는 것입니까?
호프님의 글중 한 대목, 특히 "특별한"이라고 하신 부분... 대학 강당에 서는 것이 스스로 특별한
뭔가라고 생각하는 것은 웬지 거부감이 드네요.
이곳 게시판에 무심코, 그러나 자주 나오는 표현들... 상아탑, 명문대를 전전, 지성의 권위, 학자로
서의 양심...
-_-; -_-;; >_<;;;
13.
그러나 회의론자님이 잘못 짚으신 것은 특별하다는 것이 인간적이나 사회적 관점에서 잘났다, 우
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전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전에도 한번 그러신 것 같은데 거부감을
논하시기 전에 상대방이 이야기 하는 의도를 한번쯤 정확히 확인하고 말씀해 주셔도 좋을 것 같습
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인간적, 인격적으로는 대학 강단에 서 있는 저나 연구실에서 박사 소리를 들으
실 님이 거리에서 길을 청소하는 분들, 심지어는 감방에 같혀 있는 사람들보다 "나을" 것은 하나
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대학은 아무나 가는 곳이 아닙니다.
비판적으로 말하자면 마음에 들면 "아무나" 교수로 받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외적 요건은 갖추
었을 지 모르지만) 우리 대학에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회의론자님이 드신 예들은 제가 생각하는 "특별함"과는 아무 관련이 없어서 어떤 특별한 분들이
대학에 있어야 하는지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자기 출신 대학을 사랑하지만 새로운 교수를 임용할 때에는 다른데는 눈이 안가고 후보자들의 학
문적인 자질에만 눈독을 드리는 사람.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지만 학문적인 연구에 빠지면 몇주고 몇달이고 다른데로 생각이 안가는
사람.
돈을 모르지 않지만 먹음직한 용역이 있어도 공부에 방해받고 싶지 않아 거절하게 되는 사람.
학생을 지도할 때 자질있는 사람을 보면 자기 자식과 착각할 정도로 아끼는 사람.
상대방이 기분 나쁘게 해도 금방 다 잊고 그 사람과 학문적인 논의에 빠질 수 있는 사람.
평생 가고 싶던 모교에서 거절 통보를 받고도 24시간 후에 논문이 몰입하고 있는 사람 (실화)
청와대에서 전화해도 한창 연구중이면 짜증부터 나는 사람.
한국의 대학이 사회의 명예나 권력으로부터 유리되고 (i.e. 쯧쯧..저렇게 공부해서 기껏 학교 선생
이 되다니..라는 소리를 듣는 시절이 와도) 대학 문밖에 발만 디디면 훨씬 많은 돈을 벌게 되어도
학문이 좋아서 대학에 남을 사람.
이상적으로 이런 사람들이 대학에 어울리는 분들입니다. 물론 "특별한" (어찌보면 이상한) 사람들
이지만 그러나 다른 직업인과 비교해서 "낫다"고 이야기 한 것은 아닙니다. 회사에서 일하는 분들
은 학자가 가지지 못하는 "특별한" 자질을 요합니다. 예술가, 문인, 기업인, 체육인 다 마찬가지입
니다. 대학 또한 대학인으로서 필요한 자질이 있습니다. 체격좋다고 "아무나" 운동선수가 될 수는
없듯이 외적 요건을 갖추었다고 "아무나" 대학 교수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도 안되고요. 그
건 당연한 이야기이고 거부감을 가질 이유가 없습니다. "특별하다"는 의미를 사회계급적인 고저관
념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적합한 자질을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강단은 "아무
나" 서는 것이 아닙니다. 수도원이나 절에 "아무나" 들어가서 수행할 수는 없듯이. 교수를 그냥 직
업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는 학문과 교육에 매진하는 "특별한 (이상한) 사람들을 위한" 자
리라고 생각합니다.
상아탑, 지성, 학자로서의 양심, 이런 것들이 아무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면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
합니다. 아니 이미 이런 것들이 의미를 잃어 큰 문제를 겪고 있지요. 이런 가치들을 유교적 수직
질서에 자꾸 편입해서 "왜 남들은 생각하지 않는 - 생각할 필요가 없지요 대학인이 아닌데 - 이런
것을 내세우냐고 느낀다면 기저에 있는 사회적 평등 의식은 좋으나 대학의 역할을 간과한 결과라
하겠습니다. 언젠가 회사원의 양심이 학자로서의 양심과 다르냐고 물으셨지요? 한때 변호사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변호사로서 가졌던 태도와 학자의 태도는 크게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최
선을 다해 클라이언트의 입장과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변호사의 직업적 양심입니다. 학자로서의
양심은 그런게 아니지요. 인격은 같지만 역할은 다릅니다.
명문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제가 지금 있는 학교는 "명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같은
학문을 하는 분들이 자신이 있는 "명문" 대학에 대해 이야기 해도 (이곳 같
으면 자랑이라고 하겠군요) 그걸 굳이 제 자신과 비교해서 기분 나빠하지는 않습니다. 상대방이
어느 학교에 있던, 어느 학교를 다녔던 저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고 제게 영향이 있는 것도 아닌데
특별한 감정을 느낄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인간으로서 자신의 가치는 출신대학과는 아무 상관도
없고 연구와 학문은 대학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P.S. 키튼님 조금 헷갈립니다. 결혼하신다는 이야기는 님이 공개적으로 밝히신 것으로 기억하는
데..결혼하신 후에도 그걸 몰라서 처녀처럼 대하는 불상사가 없어야 하겠기에 물론 개인의 프라이
버시입니다만 축하겸 해서 질문을 드렸습니다. ^^
14.
아-니 처녀처럼 대하는 불상사라니요?
유부녀를 대하는 것과 처녀를 대하는 것에 차이가 있으십니까?
호프님은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의 혼인 여부로 태도가 바뀌십니까?^^
전에 (술김이 아닌) 글김에 결혼 생각한다는 말을 쓴 적은 있으나 (나중에 삭제했음), 관계없는 주
제에 연속으로 결혼 여부가 언급되니,좀 닭살이 돋으려 함.
더구나 우려하던 사태대로 (학문과 지성의 교류에서-음 이 단어에서도 좀 닭살-) 결혼으로 대인관
계에 변화가 온다니 아이디 변경도 심각히 고려하고 있음(T-T)
때가 되면 결혼하고, 호프님께는 축의금을 불입할 계좌번호를 소주클럽 메일로 칼같이 날려 보낼
것임.^^
15.
신음소리가 깊지요?
키튼님이 내실 소리입니다.^^ 다음 글을 읽으시면.
"결혼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총명하다 하더라도 어른은 아니다!"
물론 제가 하는 말씀이 아니고 지혜의 책이라는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어른'과 '어른이 아닌 분'을 동일하게 대할 수는 없지요.
닉네임은 결혼 하시고 '어른키튼'으로 바꾸시려고요? 그냥 두시지요.^^
농이 너무 길었습니다. 너무 분노하지 마십시요. 저도 꽤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서 결혼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요즘은 결혼전 "애"로 돌아간 기분이어서 이렇게 철없는 소리를 하나 봅
니다.
결혼하실때 꼭 알려주십시오. 진심으로 축하해 드리겠습니다.
16.
안녕하세요?
'달님'님!
맥 빠질 필요 없습니다. '필요없는 경험 없다'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더 단단해지시라고 생긴 일이
구나 생각하시고 마음에서 지우십시요. 힘내시고요...
-------------
연구부분은 제외하고 말하겠습니다.
발표 잘 하는 것은 교수로서 가져야 할 필요조건인지도 모릅니다.
학생을 가르친다는 것은 똑똑한 사람이라고 잘 하는 것이 아니지요.
100% 아는데 20% 밖에 전달 못하는 사람보다, 50% 알아서 50% 알려주는 교수가 나을지도요.
'이 학교 학생들 왜 이리 돌대가리야'라고 생각하는 머리 좋은 교수보다,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언어로 전달' 할 수 있는 머리 나쁜 교수가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 해우소님이 말씀하신 발표부분은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묻고싶습니다. 교수님들께요.
어느 정도의 기간을 사귀어야, 어느 정도의 깊이로 다가가야 사람을 알 수 있겠습니까?
'사람좋아 뽑았더니 속았다'라는 얘기 한번도 들어보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런 사람 아니었는데 참 애 먹이네' 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의 많은 퍼센테이지가 그 지위에 오르
기 전까지 철저하게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는 사람들 이더이다.
여러 사람과 잘 지내는 사람이 꼭 좋은 사람인지, 자기껏 챙기지 않고 학과 일에 협조 잘 하고 술
자리 끝내주게 분위기 맞추지만 별로 책 안보는 교수는 어떤지요....
교수채용시 알게 모르게 뒷 조사를 한다고 하더이다. 사람 어떤지 알아본다고요.
제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도 학과에서 한 살림을 살아봐야 아는 법이지요.
채용시 이래 저래 수소문 해보고 채용하면 낭패할 확률이 떨어질까요 과연....
그렇다면, 그냥 원칙대로 하면 됩니다.
이리 재고 저리 재고 하다보면 '지 무덤 지가 파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리고요, 신임교수가 기존교수를 입맛에 왜 맞아야 합니까?
신임교수의 인성을 보고 싶다면 말입니다,
학생들 입장에선 어떤 선생일까 (강의 능력과 진로에 대한 책임감(?),
학과나 학교의 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선생일까 (학문적인 능력,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
이런 측면에서 인성을 평가해 주십시요.
기존교수들이 원하는 스타일을 찾지 마시고요.....
오해는 말아 주십시요.
저, 하나를 보고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하는 바보는 아닙니다.
행복하십시요.
키튼님!
탈무드 얘기 맞는거 같은데....^_^
17.
대학교수 채용에서 저도 적격자 없음을 3번 경험했습니다.
너무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오더군요
공무원채용시험에서 채용인원이 있으면 거기에 시험쳐서
뽑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 적격자 없다고 안 뽑는 경우는 없지 않습니까.
적격자 없음은 일종의 대학의 자의적인 여지를 남겨두기 위한 것으로 이해될 뿐입니다.
적격자나 적임자 없다는 것은 우스운 것입니다.
제일 흔한 변명이 "전공이 조금 어긋난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때
정말 황당했습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2년 계약을 맺는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에 얼마든지 적격자 여부를 증명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다시 계약할때 심사로서 적격여부를 판단하면 되지
아예 구미에 안맞다고 적격자인지 증명할 기회도 없이 박탈당할 때
갖는 그 심정은 참담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대학교수의 세계가 이렇게 폐쇄적인가 하는 마음에
가슴이 까맣게 타 들어갈 뿐입니다.
18.
도대체 대학교가 뭐하는 곳입니까?
대학교수는 또 뭐하는 사람이고요?
물론 너무 많은 곳에서 비리가 횡행하는 우리사회에서 대학이나 대학교수들도 예외가 아닌 본말
이 전도된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다반사이지만....
대학이 진리탐구의 장이다라는 말은 이미 고리타분한 격문으로 전락하였고... "대학은 교육과 연
구를 중심으로 존립의 근거를 지닌다."라고 한다면 "대학교수는 열심히 연구해서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고 사회에 봉사하며, 학생들에겐 최선을 다해 교육하는 서비스직종"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요?
그렇다면 교수가 왜 무난한 성격의 소유자여야만 합니까? 대학이 뭐 사교집단이라도 되나요? 이
렇게 "무난한 사람"을 잣대로 드리밀다간 본말이 전도되고 맙니다. 조금 과장해볼까요?-정말 과장
입니다. 무난한 사람을 기준으로 삼다보면 그만 선입견에 사로잡히고 말죠. 결국 이혼한 사람, 결
혼안한 사람, 골프 못 치는 사람, 선임교수들과 동종의 운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 군대 미필자, 주
량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사람, 연구에만 몰두할 것 같은 사람, 농담을 싫어하는 사람, 학회에 가입
하지 않은 사람, 여성 (선임교수가 모두 남성일 경우.).....등등
사회적인 편견에 젖어들 가능성이 커버리죠.
교수를 뽑을 때 본말이 전도되고 이런 편견이 과대포장되는 것이 정당하게 기회를 기다리는 사람
들에겐 얼마나 큰 아픔으로 작용하는지 님들은 아시는지요?
참고로 저도 최근 최종심사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는데요.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연구실적도 최
고이고 교육경력 (강사로서)도 있고, 공개발표 수준도 최고였지만, 단과대학장이 자신의 제자이
며 해당학교 동문을 뽑아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바람에 교수회의에서 논란끝에 제가 떨어
졌다더군요. 작년에는 어떤 학교에서 정말 줄을 잘 못 서서(?) 물먹기도 했고요-후에 알아보니 과
교수들간에 경쟁이 심한 과였는데 제게 우선순위를 준 교수들이 minor였다나요.....앞으론 교수지
원하기 전에 학과내 사정을 먼저 충분히 파악하는게 중요하단 사실을 깨달았죠....
19.
이상하게 호프님과 저의 견해는 서로 평행선을 달리는 경우가 많군요.
전에도 그러신거 같은데 이번에도 제 손가락끝을 보시고 달을 보시지는 않는거 같습니다.
제 문장 하나하나에 집착하신 나머지 제가 말씀드리고자하는 큰 그림을 못보시는거 같아 안타깝
습니다.
좀더 시간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제 글을 차근차근 읽어보시며 큰 그림을 맞춰보길 권해드립니다.
[실상 위의 세 문장은 호프님이 저한테 종종 쓰시던 말을 나름대로 '오마쥬'한 것입니다. 위의 글
에서도 아니나 다를까... -_-; >_<;; 휴우.... ]
호프님이 열거하신 예들은 단어 한두개 바꾸면 곧 제가 주장하는 바가 되는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첫번째 예, 자기 밑의 연고가 있는 부하직원을 더욱 총애하지만 진급에 있어서는 후보
자들의 업무능력에만 눈이가는 사람,
두번째 예, 연구원 버젼: 술 좋아하고 사람좋아하지만 연구에 빠지면 몇주고 몇달이고 다른데로
생각이 가 있는 사람
비즈니스맨 버젼: 술좋아하고 사람좋아하지만 계약성사시키기 위해서 어떤 접근을 해야하는가로
몇달이고 연구에 빠져있는 사람...
기타, 상사가 자기를 부당하게 대했다고 생각하더라도 곧 잊고 업무에 몰두할 수 있는 사람... 등
등....
결국 위의 글들에서 호프님과 저의 관점의 차이는 직업윤리/양심을 좀더 추상적인 상위개념에서
파악하느냐 아니면 구체적인 하위개념에서 파악하느냐에 달려있었던거 같습니다만.
호프님의 경우 좀더 구체적인 하위개념, 즉 100미터 달리기선수와 야구선수는 같은 운동선수라도
서로 다른 규칙의 적용, 쓰는 근육의 다름, 심폐능력의 차이, 지구력의 차이 등등이 다르니 동일하
게 파악하는 것은 무리이다라고 보는 방식이신거 같고, 제가 보는 방식은 좀더 추상적인 상위 개
념, 둘다 스포츠맨쉽이라는 동일 룰의 적용을 받으니 그 둘의 특별함은 없다라고 보는 것이 아닐
까 추측해 봅니다.
법학자와 변호사의 예를 들었지만, 그 두 직종에 적용되는 태도/자세/양심 등은 이 두 직업군뿐
만 아니라 모든 직업군에 걸쳐 동일해야합니다. 실제로는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경우이지만, 호프
님이 말씀하신바와 같이 실제적으로는 그렇질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결코 "정상"이 아닙니다. 고객의 이익과 입장을 대변한다는 이유로 비양심적인 사항마저
대변해야하는 것이 옳은가는 호프님이 이미 잘 경험하셨으리라 봅니다. 그 변호사가 "I'm just doi
ng my job." 이라고 이야기했을때 그것이 고객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하고 대변해야한다는 변호사
의 직업윤리를 대변한다고 생각치는 않습니다.
호프님에게 제가 묻고 싶은것이 있군요.
지성의 권위, 학문의 상아탑이라는 등의 대학에 대한 모든 찬사/표현/수식들이 과연 보존받을 가
치가 있는 것들입니까?
군사부 일체라는 유교적 인식이 뿌리깊이 박힌 한국사회에서 교수/선생/스승 이라고 호칭되기 보
다 교수님/선생님/스승님이라고 호칭되길 바라십니까?
지식을 전수하는 입장이 다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초/중/고등학교 선생님과 대학 강당에 서시는
교수님은 뭔가 다른 분들로 여겨져야합니까?
더 나아가서 급진적인 이야기로는 과연 교수는 지식노동자인가 아니면 스승인가에 대한 것입니
다.
왜 지식노동자로 불리면 안됩니까? 노동자라는 단어의 어감때문에? 그 어감이 천박함을 대변한다
고 믿는 그 마음때문에?
스승이라는 단어의 올바른 "접미활용예"는 게시판에 올려진 짧막한 구두수선공"님"과 같은 분들에
게 붙이는 것이지 단순히 지식체계를 전수하는 입장에 섰다는 것만으로 스승이라는 단어를 접미
활용해도 된다는 필요충분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기때문에, 단순히 강당에 선다는 이유만으로는 '스승'이라고 불릴 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 합
니다. 아마 어떤 분들은 평생 '스승'이라고 불릴 자격을 얻지 못할것입니다.
강당에 서는 분들을 지식노동자라고 불려서 안될 이유도 없을뿐더러, 스승과 지식노동자가 양립
하지 못한다고 볼수도 없을거 같네요.
(스승이라고
불릴 수 있는 비율이 어느정도일까요? 저는 굉장히 박한편이라서 그런지 지금껏 교단에서 스승이
라고 존경할만한 분을 만나뵌적이 없는거 같습니다. 개인적인 불행이라고요? 제가 본 교단에 서
신 분들은 다 한분의 인간이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분들에 대한 저의 정의는 '노동자'입니다. 술 한
잔하면서 인생을 논하고 도움을 주고받고 하는 것들은 스승이 아닌 선후배, 친구, 상사들도 다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과연 스승이 무엇입니까?)
저의 가장 기본적인 입장은...교수 - 님자 생략... 교수라는 단어뒤에 님이 붙어야한다면 모든 직업
을 나타내는 단어뒤에도 님자가 붙어야합니다. 배관공님 등등 .. - 또한 결국 지식노동자입니다.
노동자라는 단어야말로 가장 고귀한 단어가 아닙니까?
그런데, 스스로 스승임을 자처하는 분들이 어떻게 노동자로 전락할 수 있냐고 하면서 교원노조설
립을 반대한 사람들도 있듯이, 강당에 서시는 분들이 스스로를 차별화시켜서 선민의식을 가진것
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대학에서 일한다는 것을 어떤 의미 - 그것이 상위이든 하위이든 -로 '특별하다'라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저는 싫군요.
상아탑, 지성의 권위, 학자로서의 양심 이라는 말 자체가 또다시 '사농공상'을 논하는거 같아서 싫
군요.
교수라는 직업이 지식노동자라고 불리면 매도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싫군요.
자부심과 선민의식의 경계는 종이한장 두께만도 못하지 않을까요?
추신: 개인적으로 달라이 라마보다는 간디가 더 마음에 끌리네요. 금빛 반짝이는 시계와 유명 구
두를 신은 달라이 라마보다는 마음과 말과 행동이 한결같았던 간디가 진정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
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존경할만한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영웅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교원노조뿐 아니라 전국교수노동조합이 따로있던데.... 교수노조는 교원노조와는 달라야
하는지...
20.
달님이 올려주신 왜 적임자 없다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저로 인해 성격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군
요.
여전히 성격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대학이 특별한 사람들이 모이는 집단인건 사실입니다.
정말 특별한 사람들 많습니다. I mean "특히 별난".
글쎄요. 교수 지원자들에게 배부른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교수 지원자들의 성격도 고려된다
는
것은 역으로 현재 있는 교수들의 성격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처음으로 교수가 되면 누구나 기쁩니다. 그렇게 되고 싶은 교수가 되었으니까요. 주위에서도 축
하
많이 하죠. 성취감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포부로 가득차 있지요.
그런데 말이죠. 제 선배교수가 문득 이메일을 보내오더군요. 이제 실망할 시간이 되었지않냐고
요.
물론 대학에 따라 다르겠죠. 어떤 곳은 성격 진짜 괴퍅한 이사장의 말도 안되는 지시가 계속되고,
또 어떤 곳은 같은 학과의 성격 이상한 시니어교수의 생트집이 계속되기도 하고요.
그렇게 되고 싶은 교수를 그만 두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저 생길 겁니다.
물론 맘에 안들면 학교를 옮기면 되겠죠?^^
하지만 여기가 미국처럼 그렇게 쉽게 학교를 옮길 수 있는것도 아니고...
누가 누구의 인성을 따져 보겠습니까?
다만 보통사람의 상식이 통하는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상식이 아니더라도)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면 대학이라는 직장 속에서 조그마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교수 지원자 여러분, 지원하는 학과의 동료교수가 될 사람들의 성격도 고려하세요.
진짜 동료(fellow)가 될 수 있는지 말이죠.
21.
김현철 노래 중에 '거짓말도 보인다'는 노래있죠..사랑한다면...
교수 임용할 때는 성격도 참 중요한데, 그 성격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게 바로 그 사람이 쓴 논
문이랍니다. 논문을 열심히 들여다 보면, 그 사람이 보여요...심지어는 거짓말두요.
역시...아직도 곧 완성시켜야 할 논문이 있어서리...이만 실례.
22.
회의론자님이 말하는 "달"은 이런 것이 아닌가요?
"교수도 하나의 직업인일 뿐이고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아니라면 말씀하시는 "달"이 뭐고 손가락은 정확히 어디를 지향하셨는지 선문답 마시고 분명히 말
씀을 해주시기를. 논리분석으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정확한 근거 없이 (무슨 논리적
이해의 오류가 있는지) 잘못이라고만 말씀하시면 답답하고 불안해 집니다. ^^
제가 들어드린 예를 말을 바꾼다고 (듣기에는 그럴듯해 보입니다만) 어느 직업군에나 적용될 수
있다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죄송하지만 업무의 특징을 도외시한 "말장난"이 아니런지요?
실제 직장 경력이 있는 분들은 제 말씀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회사나 정부같은 조
직체는 업무 수행에서 각 조직원들의 협조가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업무의 목적 실현을
위해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과 공동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어느 분이 말씀하신 서로간의 인
간적인 조화도 대단히 중요하고 근본적으로 자기 시간을 소비함에 있어서도 조직 목적에 대한 부
합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제가 지적한 것은 대학에서 학문을 하는 것은 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는 사실입니다. 조직적 업무 수행보다는 개인의 학문에 대한 제한없는 천착이 더 중요하고 (연구
목적이 규정되는 연구원에서 그렇게 해서 되겠습니까?) 오히려 조직 논리가 이에 장애가 되고 있
음을 말씀드린 것이지요.
회의론자님이 저와의 접근 차이를 직업윤리/양심을 좀더 추상적인 상위개념에서 파악하느냐 아니
면 구체적인 하위개념에서 파악하느냐에서 보신 것은 어느정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윤리/양
심의 최상위적 접근이 무슨 의의가 있습니까? 그건 "다 착하게 살고 자기 일 열심히 하면 된다"는
식으로 되어 버릴 텐데요. 논의의 의의가 있겠습니까?
직업적 윤리에 관해서 추상적으로 파악하시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인간적 양심과 직업적 양심
은 같지 않습니다. 실제 일을 해보지 않고 논리로만 파악하려는데서 오는 오류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변호사가 자기 의뢰인이 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았다고 합시다. 일반인의 양심에 의하
면 당연히 이를 당국에 고발하고 더 이상 사회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변
호사가 그렇게 한다면 최선을 다해 의뢰인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윤리규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이고 그렇게 하면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합니다. 학자로서의 저는 제 직업적 양식에 따라 법규범
의 오류에 대해 밝히고 논문을 제출합니다. 그러나 변호사로서의 저는 그 오류가 의뢰인의 이익
에 부합할때 그 오류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단순한 입장 차이만은 아닙니다. 윤리적인 행동 강령
의 차이가 이를 요구합니다. 윤리/양심의 구체적인 발현 양태가 다를때 이를 다르다고 하는 것이
합당하지 추상적인 상위 개념으로 다 같은것이라고 하시는데는 분명히 오류가 있습니다.
제게 다시 질문을 했는데 저도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왜 교수직을 보면서 유교적인 사농공상을 자
꾸 떠올리시나요? 님은 이러한 상하질서에서 자유로유십니까? 저는 분명히 그렇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님이 어느 대학을 나왔던 독도대학 출신보다 나을 게 없다고 말씀드리면 수긍하실
수 있습니까? 저는 그러합니다. 언젠가 학벌의 폐해에 대해 말씀드렸을 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고 말씀하셨지요? 사회적으로 인정할 수도 있는 현상이라고. "xxx대 출신이여 단결해서 과외비"
운운하는 시대착오적인 정신 없는 말을 대하고도 극명하게 드러난 학벌의식을 지적하기보다는 이
들의 "경제적 입장"을 두둔하셨습니다. 영국에 대한 대학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외국 유학생 출신
이 일방적인 특혜를 받는 현상은 비판하지 않으시는데 제가 영국의 한 대학을 자문을 구하는 분에
게 소개해 드린 일에 불편한 마음을 표시하셨죠? 만일 그 대학이 "명문" C대학이 아니라 웨일즈
나 어디 자그마한 이름 없는 대학이었더라도 그리 하셨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왜 하필 그 대학
만을 "명문"이라 하느냐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하지도 않았고 저
는 대학이 학자의 자질을 결정한다고 보지도 않습니다)
어느 대학 출신이 어디보다 낫다는 그야말로 이러한 신 계급질서에 민감하시고 이의 부당성을 전
면적으로 인정하지 않으시면서 교수직도 이러한 토템의 위에 놓으시고 자꾸 "깎아내리려고" 하시
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잘 모르는 제3자 같으면 자기의 기득권은 보호하고 "아직"
가지지 못한 것들은 깍아내리려 한다는 오해를 할 수도 있겠네요) 그에 대해 저는 거부감이 없습
니다. 저는 회의론자님이 상정하시는 수직 질서를 인정하지 않으니까요. 물론 교수들 지식노동자
입니다. 화가도 그림을 팔아 돈을 받는 경제적 관계에서 보면 이도 노동자입니다. 변호사, 의사
등 자기 자본만으로 먹고 살지 않는 사람들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동자라는 단어
에 계급적 스티그마를 붙일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권위가 아닌) 지성, 학문의 상아탑이라는 개념은 대학에 대한 모든 찬사/표현/수식이 아닙니다.
대학의 본질적인 요소들입니다. 여기다 자꾸 "사회"를 대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회의
론자님이 하시는 말씀이 저보다는 (우월한) 계급의식을 갖는 다른 분들에게 적합한 말씀 같군요.
저도 똑같은 이야기를 할만 한. "스승"에 대해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유교적 사회예의에서 저를 가
르친 모든 교사/교수 분들을 스승으로 대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기가 마음으로 따르는 "스
승"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제 스승중의 한분은 얼마전에 작고하신 물물자 봉
우선생님입니다. 그분히 전하신 수련 방법을 그분히 말씀하신대로, 믿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따르
니 한번밖에 뵌 적은 없어도 제 스승이지요. 참고로 대학 교수는 커녕 국민학교도 안 나오셨습니
다만.
반복되는 이야기입니다만 높낮이의 개념에서 볼때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모든 직업도 상하가 없
습니다. 대학의 특수한 기능과 대학인의 자질을 대학을 "남들보다 나은 지위에" 올리기 위해 말씀
드린다는 오해는 말아 주십시오. 대학이 대학으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말씀드렸을 뿐
입니다.
감사합니다.
P.S. 역시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학자적인 품성은 논문이나 그 사람이 걸어온 학자로서의 길을 보
면 다 들어납니다. 개인적인 뒷조사 필요 없습니다. 이것 또한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공부 열심히
하는 사람 남의 공부도 소중하게 여길 줄 알고 피해 주지 않습니다. 공부 안하는 분들이 말썽은 주
로 일으킵니다.^^ 만에 하나 그럼에도 비상식적인 사람이 들어와 남에게 피해를 일삼는다면 테뉴
어 리뷰를 강화해서 이때 나가도록 하면 될 일입니다.
23.
호프님의 글 앞부분에서 제 의중을 정확히 꿰뚫어보셨네요.
제 생각이 대학 강당에 서는 교수라는 것도 결국 하나의 직업의 일종일지언데 그것을 어떤 문장으
로 수식하는 것은 그다지 달갑게 들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어떤 차별/계급의식의 표출
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각 직업군에 있어서 자부심을 갖는 것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만, 그것이 자칫하면 차별적
인 지위를 가진양 착각하게 만들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자부심과 선민의식은 종이한장 차이
일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대학에서의 연구도 분야에 따라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의사소통이 점점 더 중요해지
고 있다고 봅니다만. 20년전에 비해 10년전이, 10년전에 비해 지금이 더욱 각 학과간의 벽이 허물
어지고 통합적인 연구성격을 나타내고 있다고 적어도 제가 하는 분야에서는 느낍니다만...
저만해도 기계과 출신으로서 재료과에 학위과정을 하면서 화공과 교수와 미팅을 가집니다. 지금
읽고있는 페이퍼에 나온 아이디어가 타당하다면 기계과에서 Laser Interferometry쪽을 하는 분과
접촉을 해야할 필요성이 생깁니다. 또한 제 지도교수는 화학과 분들과도 같이 프로젝트를 수행합
니다.
(여담이지만, 한국에서 방문교수로 오신분이 기계과 출신으로 재료과에서 학위과정을 하는 저의
이런 모습을 보고 한국가면 *되었다라고 말씀하시던데, 별 미련없습니다. 제가 재밌어서 하는 프
로젝트니까요. 흥미없는 프로젝트로 몇년의 시간을 쏟아부어 박사학위를 딴다는게 너무 끔찍하
게 느껴지는군요. 교수직에도 그다지 미련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정확히 제 전공이 아니라서 잘못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MEMS나 Nanotechnology의 경우
에도 어느 한 과만의 단독 연구보다는 화학/물리/전기전자/기계/재료과의 영역이 폭넓게 융합되
어 있는 분야가 아닌가 싶습니다. 과학 기술이 점점 복잡해지면서 이제 어느 한 전공 영역만으로
는 시스템적인 접근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게 아닌가 느낍니다.
입자쪽을 전공하시는 분들의 경우에는 비록 같은 분야라고는 하지만 입자가속기에 그룹단위로 몰
려서 연구하시는듯 합니다. 가끔가다가 논문저자가 수십명에 이르는 페이퍼들도 나오고요. 이런
경우는 비록 한 연구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의사소통이 강력히 요구되지 않나 봅니다.
이러한 학과간 영역을 허문 활발한 교류는 공과대학에서는 점점 그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다른 인문사회과학쪽에서는 그렇지 않을수도 있으리라 봅니다. 이 부분은 제가 잘 모
르겠네요. 아마 호프님의 경우에는 단독 연구가 주된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
위에 말씀을 드린 것으로 '대학도 다른 조직과 같이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곳이다.'라는 것을 특
별히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의 최종족인 의견은 호프님의 첫말씀과 같이 '과연 대학이라는 곳과 교수라는 직업을 특별하다
고 할 수 있냐?' 라는 것입니다. 호프님께서 이야기하신것이 교수라는 직업군을 통한 계급적 의식
의 표출은 아니었으리라 봅니다. 맞습니까?
그리고, 언어적으로 세련되지 못한 제가 감히 '말장난'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호프님께서 주신 질문에 대한 제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교수라는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스승'이라는 것과 결부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다반
사인거 같습니다.
이전에 게시판에서도 '나는 스승인가 지식노동자인가'라는 의견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교수=지식
노동자 라는 인식이 '격하'되었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은데, 저는 그렇게 보면 안된다
고 생각합니다.
교수가 스승이여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군사부일체, 사농공상 유교주의적 인식 (배움 또는 학
문을 하는 사람이 지고하다) 과 맥락을 같이 했기에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우려했습니다.
둘째, 상하질서에서 자유로운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반반입니다. 그 상의 개념을 단순히 직위
나 연공서열로 따진다면 저는 반발할 것입니다. 하지만, 제게 없는 그 무엇인가
를 갖추고 그것이 존경받을만한 것이라면 저는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싶네요. 호프님이 말씀하신
상하질서가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부정적 의미라면 저 자신도 결국 시스템의 일원이기에 자유롭지
는 못하지만 항상 반발심을 가지고 있을겁니다.
셋째, 출신대학으로 사람을 판별하는 것은 제 글 어디에서도 나타나 있지 않다고 믿습니다. 저의
어디 글에서 어느 대학 출신이 어디보다 낫다는 신계급질서를 표방했는지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
습니다.
독도대학을 예로 드셨는데, 질문에 대한 대답이 너무나 명확한거 같네요. 당연히 그 사람의 대학
출신보다는 그 사람의 객관적 평가잣대에 기준하여 업적을 평가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제 글들을
다시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그에 관련된 어떠한 주장/의견을 낸적이 없습니다.
그러한 의견을 제가 제시하였다면 '반드시' 그 부분을 지적해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사람들의 오
해를 사고 싶지는 않네요. 호프님께서도 인신공격/명예훼손을 당하셔서 잘 아시겠지만, 제가 신계
급질서에 민감하고 이의 부당성을 인정하지도 않는다고 표현하신 것은 개인적으로 유감입니다.
넷째, 제가 이전에 호프님과 학벌의 폐해에 대해 논의를 했을때, 제 글을 다시 읽어보시면 아시겠
지만, '남들이 전부 학벌의 폐해를 이야기하니깐 그것이 당연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아닌
가?' 에대한 첫번째 회의에서 토론을 시작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과연 가장 첫번째로 타파해야할 선결 과제인가에 대해 회의하였습니다. 그래서 제
아이디도 '회의론자'로 지었고요. 게시판에서 활동을 하는 시점에서 모든 문제를 회의에서 시작하
자는 의미에서 아이디를 '회의론자'로 정했었습니다.
온갖 신문/미디어/인물들이 '학벌의 폐해'를 주장합니다. 남들이 모두 주장한다고 해서 그것이 당
연하게 생각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입니다. '회의'라는 뜻이 무엇이겠습니까?
이렇게 누차 말씀을 드림에도 불구하고 호프님께서 계속해서 오해를 하시는거 같아서 재차 재차
말씀드립니다.
(1) '학벌론의 폐해'에 대한 호프님과의 의견 교환에서 주된 의제는 '과연 학벌론이 존재하나? 남
들이 다 학벌론이 있다고 하니 있다고 무비판적으로 인지하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회의,
(2) '그것이 존재한다면 얼만큼 시급한 문제인가? 그것이 사회 다른 문제 -사회 복지 시스템, 실업
자들, 의료보험문제와 같은-에 우선해서 해결해야할 최우선 과제인가?'에 대한 회의였습니다.
(3) 이에 대한 모든 의견은 '회의'에서 시작하였기에 부당성을 전면 부정한 사실 그 자체가 없습니
다.
(4) 저는 '남들이 이렇게 생각한다.'라고 해서 그것을 곧이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네요. 일단 '정말
인가?'라는 기본적인 '회의'에서 출발하기를 선호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래서 제 아이디
도 '회의론자'로 결정했습니다.
다섯째, '***대 출신이여 단결하라'라는 것에 대한 의견은 너무 그 문제를 한방향의 시각(특정대
학교와 연관된 학벌론적 폐해)만 바라보는거 같아서 다른 방향(한국 대학/대학원생들의 경제적
형편)에서도 바라보는게 어떠냐는 의견이었습니다.
추후 다른 분의 의견중에서 '한국 대학/대학원생들의 형편'이 어떠한가는 제 글에서 단편적이나
마 언급되었다' 라고 하셨는데, 그 분의 의견이 제가 말씀드리고자 했던 것입니다.
문제의 접근방식과 그것이 나타내는 의미는 다수인데 표면적으로 나타난 현상 하나를 가지고 그
의견에 나타난 문제점은 간과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내었던 의견이 특정대의 두둔이라고 생각
하셨다면, 오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단순히 그 의견만으로 제가 그 특정대학 학생의 경제적 입장만을 두둔하지는 않았다고 생각
하는데요. 제 글에서 그 대학만을 두둔한적이 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만, 왜 호프님은 저를 그렇
게 생각하는 사람으로 인지하시는지, 그 근거를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섯째, 호프님의 영국 C대한 언급만을 제가 거부감을 표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거부감을 표
시한 것은 '명문'이라는 단어 사용 그 자체입니다. 그 '명문'이라는 단어 자체가 읽는 독자에게 특
정대학에 대한 가치상승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만약 웨일즈나 어디 자그
마한 대학의 이름 앞에도 '명문'이라고 하셨다면 거부감이 들었을 것입니다.
대학 이름을 거론하시면서 그냥 그 대학 이름 자체를 언급하시면 충분하리라 봅니다.
있는 것은 있는 그대로...
일곱째, 교수라는 직업군을 깎아내린적은 없습니다만, 그 직업군 자체가 계급적인 차별의식으로
인식되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인명을 다루는 의사라는 직업군을 신성하다고 보는 경우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의
사'도 전문기술자로 바라봅니다. 인간의 생명을 다룬다고 해서 그 직업자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
할 필요가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어떤 직업도 제게는 하나의 수단이지 그 직업자체를 수식하는
단어의 사용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네요.
이런 맥락을 이해하신다면 제가 '수직질서'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시리라 봅니다. 그
러니 '수직질서의 상정' 또한 제 의도를 잘못 파악하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호프님의 글을 읽는
제 3자는 저를 '특정대학에 대한 학벌론을 인정하고 수직질서를 상정하며, 기득권은 보장하되 없
는 것은 깍아내리는 사람'이라고 오해하기에 좋은 표현이지 않은가 싶습니다.
제가 그렇게 글솜씨가 없는것입니까 아니면.... 휴... -_-;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
마지막으로, 상아탑, 지성의 장, 이라는 단어는 그나마 나은데 -그렇다고 좋아한다는 것은 아닙니
다 -, 지성의 권위라고 이야기한다면 좀 거부감이 드네요. 학자의 양심이라는 표현도 달갑지 않습
니다. 그리고 대학을 수식하는 그러한 표현들을 대학의 본질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었다면 상관
이 없겠습니다만 - 개인적으로는 그것도 좀 껄끄럽습니다만... , 종종 그같은 표현들이 문맥에서
그 단어들의 본질적인 의미라기 보다는 스스로를 고립시켜서 차별화시킬려는 의도를 함축하고 있
는 것이 아니었나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어떠한 '차별적인 성격을 가진 용어'의 사용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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