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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일기 <22> 2003 실협 오픈 골프 토너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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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3-06-03 10:39 조회1,2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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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왜 오르냐고 등반가에게 묻는다면 필경 그곳에 산이 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마
찬가지로 골퍼에게 도대체 왜 그렇게 골프에 목을 매느냐고 묻는다면 어떨까? 혹시 그린에 구멍이 존
재하기 때문이라는, 마치 선문답인양 느껴지는 그러한 대답이 메아리처럼 울리지는 않을런지…

이젠 완연한 골프의 계절이다.
6개월간의 기나긴 겨울을 호쾌한 드라이버 샷으로 훌쩍 날려버리는 요즘이다.

퀘벡 한인 실협인 협회에서 주최하고 골프협회가 주관하는 토너먼트가 지난 5월 29일 11시에 밸뷰 골
프 클럽에서 열렸다. 자타가 인정하는 몬트리올 최대 규모의 한인 골프 대회다. 한 시즌 동안 대략 9개
정도의 골프 대회가 열리는데 그 중 딱 한 대회에만 참가하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저없이
선택한다는 바로 그 대회다. 나 역시 그러했으니…. 이제 2년째의 일천한 골프 경력과 그보다 훨씬 더
보잘것 없는 100 점대의 실력을 가지고도 당당히 이렇게 큰 대회에 참가하는 나 자신이 왠지 와르르 달
려드는 수레바퀴에 정면으로 맞서는 사마귀처럼 느껴지는 까닭은 또 무언고!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나 또한 적잖이 걱정을 했지만 맨 마지막의 몇개 조를 제외하고는 모두들 좋
은 날씨 속에 경기를 마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로서는 올 시즌 들어 처음으로 참가해보는 그야말로
굵직한 공식 골프 대회인지라, 어릴적 소풍 가기 전날 밤잠을 설치는 아이처럼 새벽에 몇 번이나 자명
종 시계를 앞질러 잠을 깨는 바람에 한마디로 몸은 찌뿌둥~ 머리는 지끈지끈~ .

우선 썬크림을 듬뿍 얼굴에 덧씌우고 골프 모자를 푹 눌러 씀으로써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퍼팅 연습
을 몇 차례 한 후 조용히 우리조 순서를 기다렸다. 티 오프 시간은 12시 20분. 제1번 홀 파 4. 페어웨이
는 넓었지만 우리조 세 분이 뒤에서 정성껏(?) 나의 스윙을 바라보고 있고, 다음조와 또 그 다음조 사
람들이 저만치서 웅성거리며 힐끗힐끗(?) 구경하고 있는 상황은 초보골퍼인 나로서는 심신을 몹시도
경직시키는 그 무엇이었다. 책에서 읽은 한 귀절을 떠올렸다. 잡생각을 버리고 오로지 스윙만을 생각
하며 또한 어드레스 후 백스윙을 시작하기 전에 크게 숨을 한 번 들이쉬라고…..! 그래서 그렇게 했다.
기분좋은 소리와 함께 나의 드라이버는 허공을 갈랐고 저만치 창공을 날아가는 백구는 한참을 비행하
다 시야에서 이윽고 사라졌다. 페어웨이 한가운데로의 완벽한 안착, 그보다 더 기분 좋은 것은 거리가
동반한 세 분보다도 훨씬 더 많이 날아갔다는 사실이다. 어깨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아이언 샷을 날
려 그린 근처까지 날린 후 칩샷으로 홀 가까이에 붙인 다음 한 번의 퍼팅으로 홀인! 내가 생각해도 거
의 완벽에 가까운 파를 해낸거다. 그것도 제1번홀에서 말이다. 그때의 형언할 수 없는 짜리함과 상쾌함
이란 정말 온몸의 아드레날린이고 아세틸콜린이고 간에 죄다 한꺼번에 콸콸 쏟아져 나오는것만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이런것도 일종의 오르가즘이 아닐까?

초보골퍼인 나로서는 오늘 대회가 치뤄진 밸뷰 골프장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논할 자격이 실은 없다
고 봐도 무방할것이다. 그러나 동반자 분들의 말씀들은 한결같이 그린이 너무 형편없다는 의견이었
다. 나중에 더 듣고 보니 오늘 참가한 대부분의 사람들도 비슷한 느낌이었다고 하니 그린이 너무 지나
치게 느리고 또 관리도 허술하다는게 맞나 보다. 나야 뭐,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그린이 빠
르면 어떻고 또 느린들 어떠하리. 콧노래를 흥얼거릴 수 밖에… 달리 초보겠어… ^^;

9번홀 그린 옆에는 매점이 있었고 자타가 공인하는 몬트리올 한인 아마추어 골프의 1인자이신 최정림
사장님이 동반자 모두에게 핫도그를 대접해주셨다 (경기결과, 최사장님은 그로스 79타로 종합 3위를
하셨다. 그러나 77타와 78타를 각각 기록한 1,2위 분들은 전문적인 티칭 프로 자격증 소지자들이기 때
문에 결국 아마추어라는 견지에서 본다면 당당히 1위를 하신거나 진배없다고 하겠다.)

골퍼들은 안다. 전반 아홉개의 홀을 돌고 난 후 먹는 따끈한 핫도그의 절묘한 맛을 말이다. 앞 조가 서
둘러 페어웨이를 빠져나가는 바람에 서둘러 핫도그를 입에 털어 넣어야만 했지만, 골프장 가득 만연
한 신선한 바람과 따사로운 햇살 그리고 희롱하는 듯한 온갖 새들의 합창소리들이 저절로 버무려져 입
안 가득 퍼지는 그 건강한 맛의 유혹이란 정말 짜릿하기까지 하다.

102타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기록이다. 역대라고 해봐야 작년 5월에 시작했으니 이제 만 2년이 된 셈이지만 그래도 공식
대회에서의 102타라는 점에서는 매우 고무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함께 라운딩 했던 최사장님의 여
러 조언들이 그때그때 매우 큰 도움이 되었기에 가능한 점수였다. 올 시즌 목표인 90점 대 진입 즉, 99
타에 성큼 다가서버린 기록이라서 더더욱 흥분 될 수 밖에… ^^

402번~~
드디어 내 번호가 불려졌다.
다른 사람들은 고급 가죽가방이며 DVD, 선풍기, 나이키 퍼터, 화장품 세트, 골프공 세트, 골프 카트 등
등을 잘도 타갔지만 난 고작(?) 썬크림에 만족해야만 했다. 집에 두 개나 있는데…흑흑…. 난 왜 이다
지도 경품 운이 없을까? 하늘같은 이해심으로 내가 마음껏 골프를 배울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있는 아
내를 위해 화장품이라도 걸렸으면 더 좋았을것을……..ㅠ.ㅠ

설악정에 가득 모인 사람들은 맛나게 차려진 뷔페식 음식들을 양껏 먹으며 왁자지껄 마치 동창회를 하
는듯 한 분위기였다. 실협 오픈 대회의 명성에 걸맞게 많은 수의 관계 회사에서 파견된 이곳 현지인들
의 모습도 아주 좋아보인다. 모두들 골프를 통해 행복해져 있는 것만 같다. 식사하는 동안 주변에 계셨
던 몇분들과 인사를 나눴지만 더 많은 분들과 그러지 못한 점이 역시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른 사람들
에게 나를 알리고 서로 알아가는 사교문화에 여전히 익숙하지가 않은걸 보니 아직도 쑥맥인가 보다.
그런 이유때문에라도 가능한한 많은 골프 토너먼트에 참가하려고 애쓰는 나 인데도 말이다.

역시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실협 오픈 골프 대회였다. 그 규모란 바로 경품의 양과 질 그리고 참가인원
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어쨌거나 경품이 대단하니 자연스레 참가인원이 늘어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
100명을 훌쩍 넘어 120여명에 육박할 수 있는 것이겠다. 2003년 첫 대회였던 골프회장배 토너먼트에
65명이 참가한 것에 비하면 실로 놀라운 규모가 아닐 수 없다.

“ 골프 잘 치고 왔어요? ”

골프 라운딩 후 집에 들어가면 어김없이 빙긋 웃으며 내게 묻는 아내의 첫마디다.
그러한 아내의 말 한마디가 바로 요즈음의 우리집 경제 형편상 다소 무리가 갈 수도 있는 골프라는 운
동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까닭이다. 매우 자주, 일요일 새벽 5시에 졸린 눈을 비비며 골프장으로 향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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