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일기 <21> 비오는 날의 그것, 그리고 290 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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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3-05-26 13:21 조회1,404회 댓글0건본문
2003년 5월 25일 일요일 비
일기예보가 요즘 들어 어찌그리도 정확한지...
토요일과 일요일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맞아떨어졌다....일요일엔 새벽골프가 있는 날인데...
어찌됐든 일단 골프장에 부킹은 해 놓고 봐야 한다는 선배님의 철칙을 따랐다.
비가 아무리 퍼부어도 예약이 되어 있으면 무조건 골프장까지 가야 하며, 그런후 골프장 측에서 입장
을 시키지 않으면 즉, 비로 인한 임시휴장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골프를 쳐
야만 한다는게 바로 골프인의 자세라는 정신교육(^^)을 받았다. 그 확고한 의지 앞에 동반자 P와 나는
그냥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이번에는 예약이 좀 늦어 7시에 순서가 잡혔다.
늘 그랬듯이 적당한 장소의 주차장에 차량 세대가 모이고 그 중의 한 대에 골프장비들을 몰아 싣고 새
벽 6시 20분에 골프장을 향해 출발~~~ 그러나 하늘은 여전히 잔뜩 찌푸려있고 비 또한 주룩주룩 하염
없이 내리고만 있었으니.........
6시 45분에 예약된 골프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을 힐긋 보니 차량 6대 정도가 주차되어 있다.
올커니...
우리같은 골프 매니아들이 먼저 와서 치고 있구나 싶었다.
그러나 왠걸.....
그 차량들은 모두 클럽하우스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의 것이었던 것이다. ㅡ.ㅡ
물어보니 우리를 제외한 앞타임의 예약자들이 현재까지 아무도 오지 않았다는 거다.
오히려 종업원들의 눈길이 야릇하다. 이런 장대비에... 참 정성이 갸륵하다는듯한.... ㅡ.ㅡ
우리는 일단 모닝 커피 한 잔씩을 마시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저렇게 비가 줄줄 내리고 있는데 과연 골프 라운딩을 강행할것인지 말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커피잔이 허연 배를 내보일때 즈음 우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7시 15분이었다.
" 아가씨, green fee 얼마에요? "
- Club de Golf Les Legendes
- Green fee 30$
- 450-349-2915, 514-877-5566
- www.desjardins.com
- 5,965 yard
- Par 72
- Slope 118
- Temps Alloue Pour Jouer : 4:30 Hres Max.
난생처음 비오는 새벽에 골프 라운딩을 시작했다.
우산을 받쳐들고 카트를 끌고 1번 홀에 도착한 우리는, 쏟아지는 비 때문에 미처 몸을 풀 경황(?)도 없
이 게임을 시작했으니.... 하얀 공 위에 떨어져 부서지는 빗방울이, 그렇잖아도 잔뜩 비를 머금어 휘청
거리는 잔디 위에 흩뿌려지자 출렁하며 잎새가 몸을 놓는다........
첫 홀부터 양파다. 아...매워라!
다들 출발은 안좋았다. 동반자 A와 B 역시 더블 보기와 트리플 보기.
그러나 싱글에 근접하는 실력을 보유한 A는 빠르게 적응하기 시작하여 파 6개와 보기 11개를 묶어 85
타라는, 지금의 내 수준으로서는 입이 딱 벌어질만한 스코어를 내버렸다. 동반자 B 역시 10개 홀 연속
보기를 앞세워 102타로 마감....
그러나 가뜩이나 불안정한 스윙에 초보급인 나로서는 쏟아지는 빗줄기가 마냥 부담스럽기만 했다. 전
반홀을 무려 22개나 오버해버린 것이다. 그나마 9번 홀을 파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스러웠고 또한
그 파가 올 시즌 첫 파를 기록한 것이어서 더 의미가 있었다. 이윽고 후반홀이 시작되는 10번홀.... 줄
기차게 내리던 빗줄기가 드디어 가늘어지기 시작하더니 가랑비로 바뀌는게 아닌가. 동반자 A왈, 골프
를 치겠다는 정성에 하늘도 감동한 것이라나 ? ^^; 아무튼 그 이후로 우산이 필요없이 라운딩을 계속
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스럽던지.... 그 덕분에 후반홀을 14개 오버로 틀어막아(?) 총점은 108타가 되
었다. 비때문에 다소 신빙성이 떨어지는 기록이긴 하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것이기에 그런대로 봐줄
만 하다.
그런데, 오늘 내가 사고 아닌 사고를 한 건 치고 말았으니............
그 일은 13번 홀, 핸디캡 4 짜리 파 4홀에서 벌어졌다.
블루, 화이트 그리고 레드티가 각각 423야드, 407야드, 331야드였다.
물론 지금까지 우린 화이트 티박스에서 게임을 치르고 있었는데 박프로(우리는 그를 언제부턴가 그렇
게 부르고 있었다)가 경험삼아 이번 홀은 블루티박스에서 쳐보자고 하는거다. 블루티..... 막상 블루 티
박스에 올라서보니 티박스 바로 앞에서부터 저멀리 페어웨이를 향해 아주 커다란 호수가 떠억~ 가로
막고 있는거다. 나같은 초보자들이 공을 침착하게 호수에 퐁당퐁당 잘도 빠뜨리고야 마는 그런 홀이라
고나 할까... ㅜ.ㅜ
그래...까짓거 담력도 기를겸 한번 해보자~ 의기투합한 우리들은 해보기로 했다.
나는 무덤덤한 기분으로 마침 가방에 들어있던 연습용공을 꺼내 티 위에 올려놓았고...
호수에 빠질테면 빠져라 까짓거...라는 기분으로...그야말로 있는 힘껏...그리고 아무 부담없이 풀스윙
~~~ 공이 드라이버 페이스에 맞는 순간 왠지 느낌이 좋았다. 소리도 아주 경쾌하게 울려퍼졌을 뿐만
아니라 손 끝의 감촉이 매우 부드러웠기 때문이다. 잘맞았구나...
백구는 한참을 창공에 머무르다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는 저 앞의 화이트 티박스 즉, 일반인용 티박스에서 다시금 드라이버 샷을 날렸고....
공을 향해 가는데 왠일인지 공은 생각보다 멀리, 그리고 정확히 페어웨이 중앙에 떨어져 있었는데, 내
공이 셋 중에서 가장 멀리 날아가 있는거다. 그것도 파랑색 말뚝을 지나 흰색 말뚝 근처에서 내 공을
발견했으니.... 박프로가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 이거, 거리가 장난 아닌데요? 저보다도 30 야드 이
상 더 나가는데요? " 이 정도면 적어도 290 야드는 족히 되겠다며 동반자들은 이구동성이다. 이름하
여 "오잘공 (오늘 잘 맞은 공의 준말)"이었다.
헉~ 뭐시라?
드라이버 샷이 290 야드라고라?
물론 뒷바람이 좀 불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290 야드면...어쩌면 앞으로 한동안 나로 인한 그러한 거리
는 좀처럼 구경하기 힘들것만 같은 수준의 드라이버 샷 비거리가 아닌가 말이다!!
그러한 엄청난 드라이버 샷에 힘입어 오늘 게임에서의 마지막 세 번째 파를 잡을 수 있었다.
휴우....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찔한 드라이버 샷이었다.
오늘 85 타를 친 박프로가 인정해주지 않았다면 그냥 무덤덤하게 지나가버릴 수도 있었던 그런 무지막
지한 샷이었던거다. 지금도 그때 그 순간의 흥분이 피부에 남아 파르르 떨리는듯 하다.
비록 오늘도 역시 전체적으로 드라이버 샷과 아이언 샷이 매우 들쑥날쑥, 난조를 보였지만 수확이었다
면 퍼팅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것. 굉장히 긴 롱퍼팅을 두 개나 홀컵에 빠뜨렸으며 나머지 퍼팅들도 대
부분 홀에 바짝바짝 붙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역시 뭐니뭐니해도 13번 홀에서의 그 괴물같은 드라이
버 샷!!! 290 야드 짜리!!! 아........
내일 드라이빙 레인지에 가서 그 감동을 재현해보고 싶다.
백구야, 날아라~~
내 맘도 함께 날아라~~
올 시즌 목표인 99 타... 그녀석이 성큼성큼 다가오는것만 같다.
조만간 와락 안아주리라!!
bossng: 소렌스탐이 아무리 여자라지만 96위에 머물줄은... 골프무척어렵슴다. --[05/27-03:46]--
봉용: 해본사람은 압니다. 정말정말 어렵고 힘든 운동이란것을.... 특히 내공이 쌓이지 않으면 절대로 안된다는... ㅡ.ㅡ 저도 가끔씩 드라이버가 제대로 맞아주면 소렌스탐처럼 290야드 정도 날아갑니다. 그런일이 너무나도 가끔이란게 문제지만요.... ^^;; --[06/11-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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