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일기 <32> 310 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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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3-07-22 08:56 조회1,321회 댓글0건본문
과연 그 사실을 믿어야 할까...
그래도 괜찮은걸까...
Club de Golf Deux-Montagnes 에서 일이 벌어졌다.
나 뿐만 아니라 동반자 모두에게 드라이브 샷 최장타 기록이 쏟아져 나온거다.
12번 홀에서였다.
파 5, 530야드짜리로써 18홀중 가장 긴 홀이었다.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서보니 앞에 펼쳐진 것은 그야말로 광야를 연상케 하는 풍경이었다.
시야가 탁 트이고 페어웨이가 아주 널직하게 마련된 파 5 홀.
게다가 적당한 세기의 바람이 우리의 등뒤에서 그린쪽으로 정확히 직선으로 불고 있었으니...
네 명중 누군가 한 두명은 훅이나 슬라이스가 나 숲쪽으로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왠일인지 12번 홀에서는 셋은 페어웨이에 안착, 나머지 하나도 그리 크게 벗어나지 않은 옆 쪽에
볼이 떨어졌다. 나를 비롯 다른 동반자들 역시 하나씩 드라이브 샷을 쳐낼때마다 서로 "굿 샷"을
외치며 탄성을 내질렀다. 언듯 보기에도 엄청나게 볼들이 날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뭔가 기분좋은 일이 벌어질것만 같은 예감을 지니고 천천히 공이 있는쪽으로 걸어갔
다. 저만치서 하얀 공들이 머리를 빼꼼 내밀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페어웨이 한 가운데 박혀있는 파란색 말뚝 근처에 우리의 공들이 안착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파란
색 말뚝의 의미는 바로 그린까지의 거리가 꼭 200야드 남았다는 표시다.
530 야드에서 파란색 말뚝까지의 거리 200 야드를 빼면 티잉 그라운드에서부터의 거리는 330 야드
라는 얘기다.
헉~~~
뭐냐 이거.
그렇다면 티샷이 300 야드 이상 나왔다는 말인데.....
우리들 모두는 서로의 눈을 의심해가며 파란 말뚝에서부터 각자의 공까지의 거리를 어림짐작했
다. 나와 또다른 동반자의 공이 엇비슷한 위치, 즉 티잉 그라운드쪽으로 20 야드 정도 거리에 놓
여 있었다. 대충 잡아도 티샷의 거리는 310 야드 !!!! 80타 중반의 실력의 박프로 공은 한 술 더 떠
파란색 말뚝을 훨씬 지나쳐 있다. 그의 티샷 거리는 무려 360 야드 정도!!! 허걱~~ 타이거 우즈가
가끔 날린다는 거리라고나 할까?
정말 엄청난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물론 뒷바람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가능한 결과였지만 어
쨌든 네 명의 티샷 거리가 모두 310~360 야드 사이에 위치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 아닌가. 당
연히 네 명 각자의 생애 최고 비거리 기록이 되었다.
이 한 번의 티샷으로 그날의 경기 결과가 109점으로 심히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뒤 몽땅 골프장 12번 홀에서의 드라이브 샷 310 야드 기록은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깨뜨릴 수 없
는 기록이 될 것만 같다.
얌전하게 고분고분 골프를 친다면 물론 더 좋은 점수를 기록할수도 있겠지만 젊은 혈기에 한참을
날아가는, 그리고 세컨 샷을 치기 위해 또 한참을 걸어가야만 하는 그러한 드라이브 샷에 대한 꿈
을 버리지 못하는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골프 2년차의 신참내기에게는 더더욱 말
이다. 타이거 우즈나 미셀위가 인기가 있는것 역시 골프인들의 그러한 절대본능을 그들이 대신 보
여주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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