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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일기 <27> 성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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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3-06-28 14:41 조회1,1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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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미국 프로골프(PGA)에서는 큰 일이 벌어졌었다.
54년만에 재현된 남녀 성 대결이 그것이며 주인공은 바로 여자 프로골프의 여제라 불리우는 아니카 소
렌스 탐이 그 주인공이었다. 결과는 끝내 컷오프를 면치 못하고 탈락하고 말았지만 어쨌거나 그 사건
은 한동안 회자되고도 남을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각설하고…
오늘 오후, 몬트리올 메도브룩 골프장에서 그와 비슷한(?) 성 대결이 펼쳐졌으니, 이름하여 여자 골프
의 지존과 남자 초보 골퍼의 비공식 대결이 바로 그것이다. ^^

갑자기 골프가 땡겨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평소에 친동생처럼 신경써주시고 한 수라도 더 골프를 가
르쳐주기 위해 늘 배려해주시는 카페 쏠레 최정림 사장님께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사장님이라는 호칭
보다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더 좋아한다. 호쾌히 응해주셨다. 그렇게 다분히 충동적으로 순식간에 골
프장에 가게 되었는데…. 도착해보니 조한주 사장님이 사모님과 함께 당도해 계시는게 아닌가. 그분들
을 뵙는 순간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런 분들과 함께 라운딩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굉장
한 행운이기 때문이다. 그 두 분 모두 이미 자타가 인정하는 江湖高手, 그리고 사모님 역시 여자 골프
계의 소리없는 强者가 아니신가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절정 고수들 틈바구니에 낀, 이제 막 걸음
마를 배우기 시작한, 한 마리 순한 양의 꼴이 된 셈인가? ^^

지난번 투어때부터 온갖 기록들을 적어나가기로 작정을 했고 그래서 페어웨이 안착률, 그린 적중률(규
정 타수에서 2를 뺀 타수로 그린에 올린 경우의 분율), 평균 퍼팅 수 그리고 덤으로 최장 드라이버 샷
거리 등의 기록을 착실히 적었었드랬다. 그러나 오늘 라운딩에서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동반자
모두의 스코어를 도맡아 기록하는 바람에 그런저런 것들을 따로 적어나가기가 여의치 않았고, 그보다
더 큰 이유로는 고수님들의 황금 같은 조언과 그때그때의 포인트 레슨을 온통 신경을 써 귀담아 들어
야만 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바쁜 순간들이었다. ^^

다시 성 대결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굳이 성 대결이라는 카피를 뽑은 이유는 그냥 재미있어서이다? 아니다.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소렌
스 탐이 PGA에 출전하여 남자들과 똑 같은 티잉 그라운드를 사용했듯 조 사장님의 사모님 역시 그랬
던 것이기 때문이다. 여자로서 남자용 티잉 그라운드를 쓴다는 말은 무려 435 야드를 포기한다는 의미
이며 그만큼 가혹한 여건이 된다는 뜻이다. 농담 삼아 누군가 그러신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진다면 남
자 망신이라고…. 그래서 그렇게 되었다. 흑흑~

제1번 홀.
남자 티잉 그라운드에서 티샷을 하시는 사모님의 모습이 사뭇 위풍당당해 보인다. 힐끗 뒤를 돌아보
니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신기한 눈치로 열심히 구경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
이…. 여자가 남자용 티박스에서 티샷 하는게 어디 그리 흔한 광경인가 말이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사모님의 골프는 용모단정한 모범생 같은 느낌이다. 거리가 절대로 짧지도 않으면서 페어웨이에 사뿐
히 안착하는 드라이버 샷, 훅이나 슬라이스가 거의 나지 않는 똑바른 아이언 샷을 보면서 매우 정돈된
느낌을 받았으며 욕심내지 않고 안정적으로 홀을 공략하는 터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
게 하는 플레이를 내내 보여주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의 성 대결은 나의 완패로 끝이 났다. 109점과 96점이 그 스코어다. 그래서 창
피하냐고? 절대 아니다. ^^ 그럴 이유도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기에 그렇다. 오늘의 골프 라운딩은 소
다. 왜냐하면 버릴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강호고수들과 함께 골프를 즐길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도 기쁜 일인데 더구나 그때그때 원포인트 레슨까지 받았으니 이 아니 보람차지 않겠는가!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골프 역시 저절로 쉽게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
다. 자기에게 맞는 선생님을 만나는 행운을 거머쥘 수 있어야 하겠고 또 그보다 몇 배 이상의 부단한
연습과 연마가 병행되어야만 그나마 경우 골프에 대해서 몇 가지를 깨우칠 수 있는것만 같다. 산들바
람이나 동반자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만으로도 허무하게 흔들려버리는 심약한 마음을 담금질하는
내공수련 또한 넘어야만 할 큰 산이다. 내가 어쩌자고 이런 험악한(?) 골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을
꼬!!

제19번 홀,
주린 배를 일단 시원한 맥주로 달랜 후 돼지감자탕을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오늘따라 맥주는 대체 어
쩌자고 혀에 착착 감기는 건지… 감자탕은 또 왜이리도 꿀맛인지…. 이렇게 늘 얻어먹기만 해도 되는
것인지…. 아참, 두 분의 절정 강호고수님들은 스코어를 7이라는 숫자로 시작하셨다. 7…. 아… 7 !!!

골프채를 들 수 있는 힘과, 플레이를 함께 할 수 있는 세 명의 동반자, 그리고 그린피를 낼 수 있는 약
간의 돈만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 아니겠는가… 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결국 그런건가….

오늘처럼 화려한 분들과 언제나 또 골프를 즐기며 배우며 할 수 있을까! 막연히 그 날을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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