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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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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3-12-04 03:11 조회1,23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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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하나 더 태어났다.
그러자 집안에 이상한 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네살짜리 딸아이와 이제 막 열흘된 아들, 그리고 그 둘을 둘러싸고 있는 엄마와 아빠.
그 모든것들을 제압하는 저기압.
피곤은 짜증을 부르고 짜증은 신경질을 부르고 신경질은 다툼을 부르고 다툼은 번민을 불러들인다.
생각해보니 그 모든 안좋은 것들의 근원지는 바로 나 인듯 하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을 새겨야 하는데 그저 동쪽만 쳐다보는 꼴이 아닌가.

자상한 아빠와 남편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엄한 모습만 남아 있는것만 같다.
아주 엄하셨던 아버지의 모습이 문득문득 뇌세포 한구석에서 고개를 내민다.
우리 아버지는 무척이나 완고하면서 엄격하셨다.
자식들에게 살갑게 해주셨던 기억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이상하게도 유년시절에 엄마, 아빠와 함께 희희낙낙했던 기억이 잘 그려지질 않는다.
마치 그 시절을 훌쩍 생략해버린듯 하다.
어디갔을까.

종종 아버지의 그 엄하기만 하셨던 모습이 내게로 투영되어 그대로 내 자식에게 비춰지는것만 같
아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 자상한 아빠가 되고 싶은데 말과 행동은 그저 무섭고 엄하고 늘 혼내기
만 잘하는 아빠만 날뛰고 있는것 같아 마음이 천근이다. 완전한 생각 따로 행동 따로다.

요즘들어 딸아이가 너무 자주 눈물을 흘리는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다.
생계를 책임져야만 하는 가장의 역할과 자식들에게 늘 다정다감하고 자상한 아빠의 역할, 그리고
육아와 가사에 고생인 아내의 지친 어깨를 주물러 줄 수 있는 그런 남편 역할. 그 어느 역할도 요
즘 같아서는 빵점이다.

아빠 노릇을 해야 할 시간에도
남편 노릇을 해야 할 시간에도

가장 노릇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질 못하는게 현실이다.
그 문제에 치여 다른 곳에 신경 쓸 여력이 별로 없다는게 싫다.

나도 key maker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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