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양말을 빠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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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3-11-07 14:15 조회1,346회 댓글0건본문
매일 양말을 빠는 남자가 있었다.
인천에서 오랜 자취생활...그리고 많은 친구들과의 동거...
그중에 한 친구가 그리했드랬다.
집이 서울인 그 친구는 주말에는 집엘 가고 주중에는 자취생활을 하며 학교에 다녔다.
주말에 집에 갈때 언제나 배낭 가득 빨래감을 모아가곤 했다.
그러나 그중에 양말은 없었다.
왜냐하면 신고 있는 양말 외에는 가져온 양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다.
그 친구는 늘 양말은 여분을 준비해오지 않았다.
그래서 매일 매일 자기 전에 양말을 빨았다.
그래야지만 다음날 그 양말을 신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다 미처 마르지 않은 경우에는 헤어 드라이기를 이용해 억지로 말려 신는다.
한번은 물었다.
왜 그러냐고... 나같으면 양말을 다섯 켤레 가져오겠다고...
그 친구가 그랬다.
양말을 많이 가져오면 분명히 신었던 양말을 빨지 않고 한쪽에 쳐박아 둘거다.
그러면 냄새도 나고 또 그만큼 자신이 게을러지는게 아니겠냐고...
양말이 한 켤레 밖에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매일매일 빨아야만 하고....
그로인해 그 정도라도 매일매일 거르지 않고 규칙적으로 하는 일이 생기는 셈이고...
그걸 거울 삼아 매일 뭔가를 꾸준히 해낼 수 있는 마음가짐도 생겨나고...
그만큼 자기 자신을 다잡을 수 있는게 아니겠냐고....
지금 생각해보니 "양말철학"이다.
배수의 진을 친것과도 같은 분위기가 물씬 배어난다.
더 이상 물러설데가 없는....
오늘 이 양말을 빨아 놓지 않으면 내일 신을 깨끗한 양말이 없다는 그런 느낌.
괜히 머리만 복잡해지고 되는 일도 딱히 없는 요즘.
불현듯 그때 그 친구의 양말철학이 생각난다.
궁즉통!
bossng: 대단한 친구분을 두셨습니다.
그 친구분께선 정말 자기자신을 사랑하고 계시나 봅니다. --[11/07-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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