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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룸메이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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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2-04-02 09:09 조회9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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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니 불현듯 한 방을 썼던 대학 친구 생각이 난다.

여름이면 덥다고 문 다 열어놓고 부엌에서 샤워를 하던 친구다. 지나가는 사람이 보든 말든...
생긴건 말끔하게 잘 생긴 편이었는데 단점이라면 청소를 통 하지 않는다는거다.
방세를 절반씩 부담하고 한 방을 쓰기 때문에 당연히 관리도 나눠서 같이 해야 옳을일일터다.
사실은 나도 지저분하게 해 놓고 사는데에 어느정도 일가견(?)이 있다.
그러나 나는 그 친구에 비하면 너무도 깔끔한 성격이었다.

그 당시 1주일에 한 번 정도 청소를 하고 살았드랬는데... 늘 내가 했던거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오기가 발동했다.

'그래, 한 번 버텨보자. 더러워지면 너도 청소란걸 하겠지. 나도 이제부터 안 해..씨....'

그렇게 서로 청소 안하고 버티기가 시작되었고...1주일...2주일...3주일...4주일...시간은 흘렀다.
우리방에는 점점 각종 먼지들이 쌓여갔고, 사발면 먹다 흘린 국물들이 방바닥에 문신처럼 여기저
기 말라붙기 시작했다. 방 구석에는 빈 맥주병들이 어지럽게 드러누워 있었고 빨지 않고 벗어 놓
은 양말들이 악취를 풍기며 의자 밑에....책상 옆 틈새에...나뒹굴고 있었다. 그래도 그 친구는 천
하태평이었다. 두툼하게 쌓인 먼지는 머리카락들과 어울려 덩어리가 되어 방 여기저기를 굴러다
니기 시작했고....방 안을 점령한 악취는 창문을 열어놔도 좀처럼 빠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어느날 아침, 코 끝이 가려워 눈을 떴다.
으허억~~
엄지 손톱 만한 먼지+머리카락+비듬조각+담뱃재 등등으로 구성된 물건(?)이 내 호흡에 리듬을 맞
춰 나랑 함께 자고 있는게 아닌가. 내 코를 살살 간지르면서..... ㅡ.ㅡ

결국 내가 졌다.
그 친구는 아무일 없듯이 일어나 세수하고 지 얼굴에 로션 바르고 나가버렸고 난 청소를 했다.
그런 일로 해서 그 친구와 다투거나 하진 않았던것 같다.
그냥 그런대로 상대방을 이해하는 수준에서 내가 포기를 한거다.

그 친구는 내가 어울렸던 친구 중에서 가장 먼저 결혼을 했다. 지금은 학부형이 되어 있겠다.
잘생기기도 했지만 말빨도 좋아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녀석이었다. 그래서일까... 지금까지
내가 봤었던 친구 부인들 중에서 가장 미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지금 그 얼굴은 생각나지
않지만... 장남이었기 때문에 결혼하자마자 본가에서 부모님과 함께 신혼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궁금하다. 그 녀석의 부인은 집안 청소를 잘 하는 여자인지... 하긴 뭐, 시부모를 모시고 한 집에
사니 안할래야 안 할수가 없겠지만 말이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나와서 조그만 사업체를 차렸다는
게 몇 년 전에 들은 마지막 소식이었다. 그리고는 IMF가 터졌었드랬는데... 요즘은 뭘 하며 살고
있는지 오늘 갑자기 그 녀석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워낙 낙천적이고(청소를 그렇게 안하고 그렇
게 지저분한 방에서 한 마디 불평도 없이 태연히 살 수 있는 것만 봐도 안다) 담백한 성격이라서
뭘 하든 나름대로 잘 살고 있겠거니 한다.

대학시절 조직(?)했던.... 공부 잘하고 나이트 가는거 좋아하고 미팅 엄청 해대기로 악명을 떨
친 '카시오페아' 다섯 멤버 중의 하나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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