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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일기 <7> 머리 얹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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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2-06-27 06:06 조회1,1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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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채를 잡고 나서 처음 알았다.
처음으로 골프장에 가서 라운딩을 한 날을 ‘머리 얹은 날’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왜 그런 말이 쓰이게 되었는지 살짝 궁금해진다. 새색시가 혼사를 올리고 첫날밤을 치르게 되면
역시 머리를 올렸다 라고 말하지 않는가! 서로 연관이 있나?

뜻밖의 연락을 받았기에 그 일이 가능할 수 있었다.
레슨도 다 끝나고 해서 가끔씩 연습장에서 공이나 한 바구니씩 때려대고 있었드랬다. 그러다가 2
주 전 쯤, 스윙하다가 뭐가 잘못되었는지 왼쪽 견갑골 부위의 근육이 영 시원찮아졌다. 백스윙이
건 포워드 스윙이건 어깨를 돌릴라 치면 통증이 느껴지는 통에 한동안 골프채를 놓고 있어야만 했
던 차였다. 레슨 선생님께 여쭤보니 스트레칭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너무 열심히 스윙 연습을
하다보면 그렇게 근육이 약간 늘어나는 수가 빈번하게 생긴다고 하신다. 쯔쯔… 역시 몸이 부실했
던게야.

그렇게 칩거를 하고 있던 차에 반가운 전화 한 통 받았으니… 함께 레슨 받던 그 멤버들이 라운딩
을 하기로 했는데 선생님이 나한테도 연락해보고 같이 필드에 나가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은
거다. 지난번 연습 라운딩때에는 주로 퍼팅과 칩샷을 배웠는데 이번에는 벙커샷을 주로 연습할 예
정이란다. 0.5초 정도 고민을 했다. 사실 어깨가 여전히 아픈 상태이기 때문이다. 내 대답은 yes!!
레슨 선생님과의 동반 라운딩을 거절한다는게 너무 아쉬웠기 때문이다. 그런 기회는 좀처럼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프긴 하지만 하나라도 더 배워야지!

CANDIC Golf Club
45 Chemin d’Auteuil, Candiac, Qc, J5R 2C8
Reservations : 450-659-9163
Maximum Playing time For 9 Holes : 2 h. 15 min.

파 73의 18홀을 돌기로 했다.
날씨가 매우 무더웠기 때문에 특별히 전동카트를 빌리기로 했다. 처음 타보는거다. 편하긴 하다.
아주 더운날, 어쩌다가 전동카트를 타고 라운딩 하는것도 그리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돈이 비싸긴 하지만서두….

정말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다.
정말 베스트 컨디션으로 임했어도 그러할 마당에 왼쪽 어깨 부상을 안고 라운딩을 했으니…게다
가 왕초보가 말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성적표이겠다.

Iles.jpg


Iles2.jpg



드라이버 샷은 19번 중에 딱 1번 엉성하게 맞아나갔고 그 나머지는 모두 여자용 티박스 까지만 내
가 친 공이 날아가고 말더라~ 어떨때는 세번을 쳐서 겨우 그만큼 거리를 내기도 하고…흑흑…

스윙을 할때마다 욱신거리며 왼쪽 어깨로부터 가슴 전반부로 파고 드는 그 예리한 통증. 매번 샷
을 날릴때마다 고통스러웠지만 뭔가를 배운다는 일념으로 참아야 할밖에… 그런줄 아시면서도 선
생님은, 백스윙시 내 어깨며 허리가 전혀 돌지 않고 오로지 팔만으로 스윙을 한다는둥… 몸이 너
무 좌우로 흔들린다는둥…백스윙이 충분치 않다는둥… 지적을 해주신다. 사실 그랬지만 나로서
도 더이상 어쩔수가 없었다. 내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날씨는 참 화창했다. 바람도 선들선들 불어주고…전동카트를 타고 엑셀레이터를 밟으며 씨잉~ 하
고 녹음이 우거진 숲과 초록 융단이 깔린듯한 페어웨이를 달리노라면 그 상쾌함이 온 몸 구석구석
을 적신다. 스윙시의 아픔도 그 순간만큼은 온데간데 없다. 초보중에 왕초보인 만큼 다음 샷을 치
기 위해 코스는 어디로 정할것이며 아이언은 몇번을 꺼내들 것인지 또 숏게임은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등등에 대한 전략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그런 생각을 할 능력이 아직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겠다. 부족? 하다기 보다는 아예 없다고 하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 뭐.

성적표는 대강 이렇다.

전반 9홀 : 총 71타
후반 9홀 : 총 69타 총 타수 : 140타 (파 73타)

On green 후 2 putt : 총 11번
On green 후 3 putt : 총 7번 (다행히 4 퍼트는 한번도 없었다.)

한심하기 그지없는 성적표지만 그래도 이것이 내가 머리 올린 날의 기록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
나마 위안을 삼는건 온 그린 후 2 퍼트로 홀 인 시킨 경우가 더 많다는 것, even par의 두 배를 넘
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가능성 하나를 더 둔다면 오늘 라운딩은 어깨 부상을 딛고 해낸 결과라
는 것 정도가 되겠다.

오늘 코스가 얼마나 어려웠느냐 하면…네 명이서 잃어버린 공이 무려 12개나 된다는 것이다. 레
슨 선생님이 3개, 내가 4개, 동반자 A 역시 4개, 그리고 제일 초보였던 동반자 B는 단 1개. 왜냐하
면 그 분이 친 공은 얼마 날아가지 않아 뻔히 보였기 때문에 찾기가 아주 쉬웠다. 심하게 굽은 개
다리 (dog leg) 코스 10번 홀에서 서로서로 왕창 잃어버리고 짬짬히 연못에 빠트리고 숲으로 날리
고 나무 위로 올라가서 안 내려오고…진흙 뻘 속에 박혀버리고…. 에고~아까워라. 공 값도 비싸던
데…

18홀의 전체 거리는 6,219 yard = 5,686 m.
라운딩 소요시간은 약 4시간 40여분.

전반 9홀을 끝내고 오후 2시가 좀 넘은 시각에 잠깐 짬을 내 준비해 간 유부초밥을 먹는 맛은 정
말 기가막힌 꿀맛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머리 얹으러’ 가는 남편을 위해 손수 맛있는 유부초밥 도
시락을 준비해 준 아내의 얼굴이 홀 컵에 꽂혀 있는 깃발 위로 아스라하게 엿보이는듯 하다. 그 덕
분에 후반 9홀에서는 전반에 비해 3타나 줄일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

어쨋거나 나의 골프 입문에 있어서 단 한번밖에 없다는 성스러운(?) 행사는 그렇게 치뤄졌다. 기
억하기도 쉬운 140타 라는 엄청난 기록과 더불어…!!

싱글? 내가? ……차라리 남북통일 되는게 더 빠르겠다……암, 그렇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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