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일기 <5> 마지막 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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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2-05-31 08:05 조회1,189회 댓글0건본문
<5> 마지막 레슨
총 5회의 레슨을 받기로 되어 있는데 오늘이 그 마지막 시간이다. 원래는 두 명이서 1시간 20분
씩, 5회 레슨에 각각 150$(약 12만원)이었는데 중간에 같이 레슨 받고 있던 분의 친구가 한국에서
오셨기 때문에 세 명이 되었고 시간은 두 시간으로 늘어났다. 아무튼 오늘이 벌써 마지막 레슨이
라니 아쉬운 마음이 밀물같다.
그동안은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수업을 했었는데 오늘은 정말로 골프장엘 갔다. 왜냐하면 어프로
치 샷과 퍼팅을 배운 후 곧바로 연습 라운딩을 돌기로 했기 때문이다. 몬트리올 시내에서 25분 정
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메도브룩(Meadowbrook Golf Club, Tel (514) 488-4875)이라는 퍼블릭 골
프장으로 정해졌다. 왜냐하면 선생님이 그 골프장의 회원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린피를 따로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 회원은 그린피가 24.35$인데 거기에 연방세와 퀘벡주세를 포함하
면 꼭 28$이 된다. 거의 모든 재화를 구입하는데 있어서 원천징수되는 세금이 무려 15% !!! 거의
살인적(?)이지 않는가? 처음엔 그런 느낌도 들었지만 1년 넘게 살다보니 이젠 그 세금마저도 물
건 가격에 당연히 포함시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젠 그저 무덤덤해졌다는 말이다.
골프장 가기 전날 밤, 아흐~~ 드디어 18홀을 내 발로 밟아보는구나. 그 설레임을 어떻게 표현할
까! 어떻게 표현하긴….밤새 잠을 설치는걸로 표시가 나더라~ 미팅 시간은 오전 10시 정각. 아직
그곳엘 가보지 않았지만 듣기로는 차로 약 25-30분 정도 걸린다고 하고 약속시간보다 최소한 15
분 전에는 도착하는게 예의가 되겠기에 따져보니 집에서 9시 10분 정도에 나서면 될것같아 자명종
을 열심히 맞춰놓고 잠에 들었겠지. 몇시에? 8시에…왜냐하면 4-5시간동안 쉬지않고 계속 걸어다
녀야 하니 든든히 먹고 나서야겠기에 곰탕에 밥 말아 김치 얹어 먹을 시간과 약간의 스트레칭 시
간을 감안한것이었겠다.
그런데…아…지금 생각해보니 적어도 다섯 번은 선잠을 깼었나보다. 창밖이 밝아 문득 눈을 떠 시
계를 보니 새벽 4시…다시 벌떡 일어나 시계를 확인하니 겨우 4시 40분…6시…7시 10분…7시 45
분…에잇~~ 말자 말어. 자명종 시계가 울 시간은 아직 더 남았지만 스위치를 꺼버리고 일어나버
렸다. 몸이 여간 찌뿌둥한게 아니다. 국민체조 몇번 한 다음 곰탕 반 밥 반 해서 대충 먹고 골프장
에 도착하니 9시 40분쯤이 되더라. 주차장에서 다른 일행과 만나고… 어젯밤 잠을 설쳤노라고 궁
시렁대니 이미 수 년의 구력을 가진 그 분 왈~ 자기도 처음 골프장 가던 날 전날밤에 거의 한 잠
도 자지 못했다고 하신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 ^^;
햇살은 무척이나 따사로웠다. 그러나 바람… 왠 바람이 그리 세차게 불어대는건지…처음엔 반소
매 셔츠 차림이셨던 선생님이 잠시 후 추워서 안되겠다며 긴소매 스웨터를 입고 나오신다. 그래
도 비 내리지 않는게 어디냐며 비오는날 빼고 바람 부는 날도 빼고 그러면 몬트리올에서는 골프
칠 일이 없을거라고 하신다. 덧붙여, 바람을 어떻게 잘 이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골프 실력이
판가름나는거라고 하신다. 한쪽의 퍼팅 연습장에서 생전 처음 홀컵을 향해 퍼팅도 해보고…그린
근처에서 어프로치 샷도 날려보고 심호흡 한 번 크게 하고 드디어 18홀 라운딩이 시작되었겠다.
제 1번 홀
앞 조의 네 사람이 차례차례 티샷을 하고 있다. 유심히 살펴보니…대부분 나랑 수준이 비슷한 초
보자들같다. 앞을 살펴보니 앗~ 티박스 전방 20여미터 지점이 움푹 들어간 계곡이 아닌가. 초보자
들은 당연히 1번 홀 티샷부터 엄청 긴장을 하게 마련이란다. 더구나 저 앞에 계곡이 버티고 있으
니… 아니나 다를까! 앞 팀의 네 명중 세 명은 겨우 그 계곡을 넘기고 한 명은 티샷한 공은 코 앞에
서 떼굴떼굴 구르더니 그 계곡으로 쏙 빠져버린다. 이럴때 1번 홀에 한해서 친선게임인 경우 ‘멀리
건’이란걸 준다고 한다. 멀리건이란 사람 이름에서 유래한건데 제 1번홀의 티샷이 저런식으로 미
스가 나면 벌타 없이 한 번 더 치게 해주는 일종의 ‘봐주기’라고 보면 되겠다. 그러나 저 초보는 두
번째 샷에서도 또 계곡행. 할 수 없이 그 밑으로 내려가서 힘겹게 쳐 올렸는데 공은 간신히 페어웨
이로 올라갔다. 바라보고 있는 내가 다 안쓰럽다. 에고…잠시 후의 내 모습이 저럴까?
선생님이 먼저 치셨다. 사실 드라이버샷 하시는 모습은 처음 보는거다. 어드레스 후 백 스윙. 이
분의 백 스윙은 매우 침착하게 그리고 비교적 느리다. 테이크 백 후 탑스윙시 아주 약간 숨을 고르
며 멈춘 후 곧바로 점화~ 다운 스윙은 힘차고 간결하고 빠르게 하신다. 동시에 울리는 티타늄 헤
드와 골프공의 충돌음. 아차하면 날아가는 공을 놓칠 정도로 공은 빠르고도 정확하게 페어웨이 상
공을 날아간다. 비행중인 공을 보고 있는 내 기분이 다 시원하다.
드디어 내 차례다. 티를 꽂고 공을 조심스레 올려놓고 드라이버를 빼들었다. 사실 드라이버샷에
대해서는 아직 레슨을 받질 않았다. 그것까지 레슨 받기에는 한정된 시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이
다. 내 나름대로 드라이빙 레인지에 가서 그동안 세 바구니 정도 연습을 했던게 전부라면 전부다.
게다가 이건 그야말로 실전에서의 첫 드라이버샷이 아니던가.
퍽~
허걱…이건 무슨 소릴까?
티에 얌전히 올려진 공은 내가 방금 스윙을 끝냈는데도 불구하고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거
다. 대신 내 드라이버 헤드는 애꿎은 뒷땅만 후려친게 아닌가. 식은땀이 후끈 난다. 음…원래 초보
는 다 그런거야…하며 애써 위안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보고 계시던 선생님이 침착하게 다시한번
해보라신다.
틱~
으악~ 이건 또 무슨 소리다냐…
아주 경박스러운 소리와 함께 내가 친 공은 내 발 앞에 쪼르르 굴러 떨어지는게 아닌가. 흔히 말하
는 Top이 난거다. 공의 상단부를 도끼 찍듯 내리칠 때 생기는 현상이라지? 에고~ 챙피………나
역시 멀리건을 받게 되는 순간이었다. 세번째 스윙에서 겨우 내가 친 공은 저 앞의 계곡을 간신히
넘어 페어웨이에 굴러 떨어졌다. 거리? 그건 드라이버로 친 거리라고 할 수 조차 없는거다. 사실
아이언으로 친 것보다도 훨씬 더 적게 나왔으니 말이다. 그렇게 그렇게 나의 생애 첫 연습 라운딩
이 시작되었다. 나는 이날을 ‘머리 올린날’이라고 기록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선생님과 함께 이런
저런 것들을 배워가며 돌았기 때문이며 또한 게임 진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구력 3년의 한 분만
개인 플레이를 했고 나머지 세 명은 묶어서 함께 했기 때문이다. 즉, 세 명이 친 공 중에서 가장 상
태가 좋은 공(페어웨이에 무사히 안차한 공)을 선택한 후 나머지 두 명도 그 자리에서 같이 그 다
음 샷을 해나가는 식이었다.
전반 9홀을 모두 돌았다. 시간은 벌써 오후 2시를 향하고 있었고 배고픈 우리들은 매점에 가서 핫
도그 하나씩을 먹고 힘을 냈다. 후반에서는 나름대로 욕심이 생겼는지 나대로의 플레이를 해보고
싶어졌다. 물론 스코어에 기록하진 않았지만 차근차근 공을 쳐 나가니 어느새 그린 근처까지 도달
하게 되고…아까 배웠던 어프로치 샷을 날렸는데… 아 글쎄, 그 공이 그린 중간에 톡 떨어지더니
데굴데굴 굴러 홀컵 안으로 쏙 빨려 들어가는게 아닌가!!
그건 바로 파~였다. 파…!!! 양파도 아니고 대파, 쪽파도 아닌 ‘Par’였던 거다. 파 4 홀에서의 파
~~~ 그걸 보신 선생님께서 한마디 하신다.
“ 어? 오늘 아주 이상한 짓을 하셨네요? ^^ ”
나는 그랬다.
“ 이런걸 보고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았다고 하는건가요? ” ^^
다들 하이파이브를 하며 축하를 해주신다. 하지만 정작 나는 별다른 감흥이 나지 않는걸 보니 아
직도 뭐가 뭔지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게 분명하다. 물론 기분이 좋긴 했지만 말이다.
18홀을 모두 돌고 나니 피로가 몰려든다. 소요된 시간만도 거의 다섯 시간. 누가 골프를 설렁설렁
걸어만 다니는데 뭐가 힘이 드냐고 그랬던가? 그 사람은 골프를 해보지 않은 사람임에 틀림없을
것 같다. 4~5시간 동안 거의 잠시도 쉬지 않고 걷고 또 걸어야만 하는데, 게다가 어떤 이는 골프백
을 등에 지고(선생님은 메고 다니는게 더 편하다시며 줄곧 어깨에 메고 다니셨다) 또는 풀카트에
싣고 질질 끌고 다녀야 하는 것을……체력단련 좀 미리미리 해놔야겠다. 아무튼 무사히 18홀 연
습 라운딩을 마쳤다. 선생님이 내게 지켜보신 소감을 한 마디 하신다.
“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가르쳐보고 또 같이 연습 라운딩을 돌아봤는데, 나처럼 처음 나온 사람
이 거의 떨지도 그리 헤매지도 않고 침착하게 딱딱~ 공을 잘 쳐나가는 사람도 드물다고…”
뜻밖의 파~도 하나 잡고 선생님께 칭찬 비슷한 말도 듣고…오늘 연습 라운딩은 나름대로 대성공
이라 할 수 있겠다. 갑자기 자신감이 팍팍 생기는것만 같다. 하긴…원래 고스톱을 쳐봐도 처음 배
워서 어영부영 치는 사람이 그날 돈은 다 딴다더라. 그러다 조금 뭔가를 알게 되면서부터 돈을 잃
기 시작하는거란다. 골프도 그런게 아닐까? 뭘 모르고 덤벼들때는 그냥 다 하면 될것만같고 또 잘
맞아주기도 하다가 슬슬 뭔가를 느껴감에 따라 골프 어려운걸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것이리라.
애당초 골프가 만만한 운동이 아니라는건 각오하고 덤벼든 것이었다. 한창 볼링에 빠져 있던 시
절, 볼러의 꿈이라는 300점 만점…즉 퍼팩트 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그 얼마나 무수한 시련의 시기
를 겪어야만 했던가. 그러고도 결국 하이 스코어 242점에 그치고 거기서 만족을 해야만 했고… 그
당시 애버리지는 170점대. 그 정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 골프에서는 어느정도 실력이면 될까?
흔히 말하는 싱글 수준까진 아닌 것 같고 그저 두 자리수 점수를 유지하면 그 정도가 되는걸까?
‘어쩌자고 골프를 시작하셨습니까?’
인상적인 광고 카피였다. 곰곰 생각해니 참 살벌한 문구다. 이제 그 험한 여행을 떠난다.
아래의 사진은 레슨프로 선생님과 그의 제자들... 선생님의 호쾌한 드라이버 샷을 보며 왠지 침이
꼴까닥 넘어가는 이유는 뭔지... ^^;;
눈이올때면: 골프라..... 그럼 이제 레슨은 끝 [06/01-20:02]
눈이올때면: 인가요?? 이제는 봉용님 혼자서 ??? 열심히 하시길 이양 시작하신거 저위
에 광고 문구가 무색하게....고수의 반열에 오르시길... [06/01-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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