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일기 <3> 백구야 날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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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2-05-27 10:28 조회1,077회 댓글0건본문
<3> 백구야 날아라
여기 몬트리올은 5월도 한참 지났건만 여전히 쌀쌀하며 때론 춥기까지 하다. 자주 흐리고 제법 강
한 바람이 허구헌날 분다. 왠 바람이 이리 잦은지…아마도 몬트리올이 섬이라서 그런가?
그러나 오늘은 모처럼 날씨가 화창했다. 골프 연습하기에 딱 좋은 날씨다. 주저없이 차에 골프백
을 싣고 드라이빙 라운지로 향한다. 차 안에서 이런저런 스윙에 대해 이미지 메이킹을 해보고…오
늘은 잘 맞아줘야 할텐데….드디어 드라이버 연습을 해봐야겠다…등등 잡다한 생각에 드라이빙
레인지까지 가는 거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짧게 느껴진다.
여느때처럼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공을 날리고 있었고…난 한적한 자리를 골라 공 한바구니 뽑아
놓고 연습을 시작했다. 샤프트를 수선한 5번 아이언을 뽑아들어 휘둘러본다. 느낌이 좋다. 딱~ 딱
~ 소리를 내며 씨잉~ 하고 날아가는 흰공을 바라보는 기분이 꽤 좋다. 드디어 드라이버 차례다.
아이언과는 정말 다르다. 길이부터 비교가 안되고 휘청거리는 느낌이라든지 헤드의 크기라든지
또 스윙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전혀 다른거다(초보자라서 그렇댄다. 원래는 아이언이나 드라이버
나 똑 같은 마음가짐으로 스윙을 하는거라고 하더라…). 사실 드라이버 레슨은 아직 받질 않았다.
우선은 아이언 샷을 위한 스윙과 자세만을 배운 상태였다. 다음 레슨시간에 드라이버를 연습할텐
데…미리 그동안 책을 보고 익힌 지식을 바탕으로 혼자 예습(?)을 하려는거다.
아니나 다를까… 첫 스윙에서 보기좋게 뒷땅을 치고 말았으니…두 번째? 역시 뒷땅을 퍼억~ 하
고 후려쳤다. 다행히 양 옆에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민망한 기분은 별로 들지 않았다. 음..역시 이
론과 실제는 다르구나. 왼팔을 쭈욱 펴고 어깨를 돌리고 허리도 따라 돌아가는 것이겠고…눈은 임
팩트 될 때까지 공을 노려보고…공을 때리거나 치는게 아니라 공이 아예 없다고 생각하고 드라이
버가 자기 스윙 궤적을 따라 물흐르듯이 지나가게 하면 좋은 타구가 나온다고 여기저기 교본에서
본 기억을 열심히 되살렸다. 심호흡 한번 하고 다시 스윙….이번엔 뒷땅을 치는 대신 아예 헛스윙
이다. 에고에고~~
아~ 이래서 드라이버는 정말 장난이 아니라고들 하는거구나. 아이언 샷은 그런대로 잘 맞아주고
있는데 드라이버는 차원이 다른 그 무엇이었다. 초보에게는 가장 어려운 샷이라고 했나? 공 10개
를 치는 동안 제대로 맞춘건 단 한 개도 없다. 빗맞거나 뒷땅을 치거나 공의 상단부를 톡~하고 건
드려 바로 앞에 떼굴떼굴 굴러 떨어지거나 그도저도 아니면 헛스윙이다. ^^;; 저만치서 역시 드라
이버 연습을 하고 있는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슬쩍 컨닝을 해본다. 그도 역시 초보자 같긴 한
데 스윙은 부드럽고 또 정확히 갖다 맞추고 있는 것 같다. 공이 제대로 쭉쭉 뻗어나가주니 말이
다. 그저 부러울뿐이지 뭐.
그런데, 내 옆에 자리를 잡는 노인장 한 분 계셨으니…언듯 봐도 연세가 60은 넘어보인다. 무슨 힘
이 있으실까 싶었지만 웬걸~ 굉장한 실력자이신듯 하다. 아이언이면 아이언…드라이버면 드라이
버…치는 족족 공들은 그야말로 창공을 가르며 시야에서 금새 사라져 버리는거다. 자세는 그리
썩 좋아보이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본인에게 맞는 자세를 익히신듯 하다. 특히 드라이버 샷….내
가 무진장 헤매고 있는 드라이버 샷을 기가막히게 하시는거다. 어드레스도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
이 거침없다. 휘두르면 공은 어느새 까마득히 날아가 사라져버린다. 저정도면 300야드쯤 날아가
지 않았을까? 옆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니 저 연세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공 한바구니를 금새 쳐내
는 그 노인장의 모습이 그렇게 보기 좋을 수가 없었다. 60이 넘은 나이에 축구나 야구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이들어서도 젊을때랑 가장 비슷하게 하면서 즐길 수 있는 운동중의 하나가 바로
골프가 아닌가 싶다. 골프 연습장에 가보면 절반 이상은 노인장들이 차지한다. 노부부가 함께 와
서 나란히 공 한바구니씩 때리고 다정히 손 잡고 돌아가는 정겨운 모습도 종종 본다. 한폭의 그림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모든 것들이 혹시 캐나다나 미국에서만 가능한 일은 아닐는지 잠시 생각해본다. 자주 인터
넷 골프 싸이트에 가서 이런저런 글들을 읽어보고 있는데, 하나같이 답답한 이야기들 뿐이다. 한
국에서는 여전히 귀족냄새가 폴폴 나는 스포츠이며 라운딩 한번 하기 위해 벌어지는 엄청난 부킹
전쟁…그뿐이랴… 한 게임 하는데 드는 비용이 무려 25만원 이상!! 나 또한 여전히 한국에 살고 있
었다면 골프는 꿈도 꾸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저런 생각을 하면 그냥 답답해진다.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오로지 공에 집중을 한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어드레스에 이은 백스윙, 그
리고 임팩트… 제대로 맞았다. 티타늄 헤드에서 울리는 탁음이 귓전을 맴돌 때쯤 조그많고 하얀
골프공은 허공을 가르며 날아간다. 잡다한 상념들을 함께 싣고 저 멀리 뻗어간다.
백구야~ 훨훨 날아라.
눈이올때면: 꾸준히 올리시네요.. 골프일기 재밋네요..... 저는 사랑하며 배우며 코너가 젤 재밋드라고요 열강 다음으로...많이많이 올려주세요~~~!^.^ [05/29-23:17]
봉용: 재밌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골프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가요? [05/30-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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