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일기 <1> 골프채를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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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2-05-14 13:50 조회1,387회 댓글0건본문
몬트리올 골프일기 <1> 골프채를 잡다
캐나다행을 결심하고 일을 추진하던때가 있었다. 만나는 이들은 모두 이구동성으로 내게 그랬다.
캐나다에 가면 다른건 몰라도 골프만큼은 꼭 확실히 배우라고… 왜냐고 물으면 그랬다. 거긴 싸잖
아… 이왕 캐나다에 살러 가는데 그런 기회에 배워놓지 않으면 언제 또 배우겠냐고…
골프가 취미이신 어느 선배님은 좀 더 구체적으로 당부(?)를 하셨다. 영어를 배우거나 프로젝트
관련 연구를 열심히 하는것도 중요하지만 골프 배우는 일도 절대 소홀히 할게 아니라고 하셨다.
물론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골프를 배워놓으면 나중에 그게 얼마나 도
움이 될지 너무도 자명하다는 이론을 펼쳐놓으셨다.
주변에서의 그런 말들을 들을때마다 나는 고개만 끄덕였고 그저 약간의 맞장구를 쳐주는 정도었
다.
그리고는 2001년 5월 21일, 훌쩍 한국을 떠나 캐나다 몬트리올에 왔다. 생각같아선 당장이라도 골
프를 시작하고 싶었지만 주변 여건들이 날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주위의 친구들은 하
나 둘, 골프 레슨을 받기 시작했고 소위 ‘머리를 올리러’ 가는 친구를 조금은 부러워하며 그렇게 그
렇게 몬트리올의 첫 여름은 흘러갔다.
지난 2001년, 무엇을 하며 그리 바삐 살았을까…낯선 땅 캐나다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필요 이상으
로 나 자신을 옭아매며 살았던것만 같다. 지나고나니 은근히 아쉬운 생각이 든다. 지난 여름에 열
심히 골프를 익혀놓았더라면 지금쯤 필드에 나가 라운딩을 했어도 벌써 여러 차례 했었지 않았을
까 싶다. 후후…지나간 일이라고 그냥 생각없이 투덜거려보는거다. 기다리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
다고 했던가! 아주 우연한 계기로 골프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으니…
골프를 하기로 맘을 먹은 후부터 가끔씩 하는 고민이 있었드랬다. 레슨을 받긴 받아야 할텐데 과
연 누구한테 배울것인가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예전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캐나다인 레슨프로
에게서 강습을 받았다. 캐나다인이니 골프도 배우고 짬짬히 영어도 연습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
는거다. 나도 처음엔 그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또 다른 고민은 바로 한국인 레슨프로에게
서 강습을 받는것이다. 비용으로만 치면 후자가 약간 더 비싼 셈이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고 따
져보니 점점 한국인에게 배우는 쪽으로 기우는거다. 영어니 한국어니 하는 언어적인 문제는 정말
사소할 뿐이다. 중요한건 골프를 배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얻어질 수 있는 인간관계다. 캐나다
인에게서 배운다면 대여섯번의 레슨이 끝나면 모든 것이 함께 끝난다. 그러나 한국인 교민에게 배
운다면 100% 이해하고 그 느낌까지 전달받을 수 있는 의사소통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레슨 도
중 혹은 레슨이 끝난 후에도 충분히 골프 선생님과 제자로서의 인간관계를 유지해나갈 수 있으리
라 생각 되었다. 그래서 지인의 소개를 받아 한국인 레슨프로의 지도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결과
론적이지만 그것은 적절한 판단이었다.
2002년 4월 18일 목요일, 내가 생전 처음 골프채를 손에 쥐어본 역사적인(?) 날이다. 이미 두 달전
에 중고 골프채 풀세트(Spalding)를 사두고 있던 터였다. 레슨을 받기 전에 한국에서 가져온 얇
은 골프교본을 서너번 정도 정독했었지만 막상 레슨을 받기 시작하니 실제적으로는 그리 큰 도움
은 되지 못함을 알았다. 그러나 사전에 어느정도 배경지식을 습득하고 있음으로써, 처음 골프를
시작함에 따른 막연한 두려움이랄지 혹은 뜬구름 같은 설레임들이 보다 구체적이며 논리적인 측
면으로 전향되어 있음을 문득문득 깨닫게 되는 것은 커다란 소득이며 보이지 않는 자신감의 원천
이 되었다. 앞으로 골프를 배워나감에 있어서 얼마나 많은 책을 읽어야 할런지는 아직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골프채를 더 이상 들 일이 없어지지 않는 한 관련 학습은 쉼없이 계속되어야만 할것
이라는 거다.
아무튼 캐나다에 온지 거의 1년만에 드디어 골프채를 잡아볼 수 있었다. 처음 레슨을 받았던 장소
는 흔히 말하는 드라이빙 레인지(Driving Range)였는데, 한국에서 보아왔던 그물이 드리워진 실
내연습장과는 차원이 틀렸다. 역시 캐나다는 땅덩이가 넓은 나라였다. 그물은 보이지 않고 대신
눈이 아스라해질때까지 넓게 펼쳐진 녹색 잔디밭이 바로 골프 연습장이었던거다. 강가에 위치한
이 드라이빙 레인지는 시내에서 매우 가까운 곳으로써 늘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라 한다. 들판 중
간 여기저기의 나무나 지형지물에는 100야드, 150야드 혹은 200야드 등의 거리표식이 붙어있다.
곳곳에 벙커도 마련되어 있고 양 옆에는 퍼팅만 연습할 수 있는 그린이 꾸며져 있다.
연습장 사용료는 연습용 골프공 한 바구니 가격인 5$ 정도가 전부다. 대략 75개 정도의 공이 들어
있는데, 물론 치는 스타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생각도 좀 하고 연습 스윙도 한 두번 해가며 연습
한다면 공 한바구니 치는데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1시간의 운동에 4,300원 정도인데 이는 한국
에서 당구나 볼링치는 비용보다 더 저렴한 셈이다. 비용 얘기를 좀 더 해보자면…골프채의 경우
도 이곳이 한국에 비해 많이 싸다고 들었다.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할 경우 25~40$ 정도면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물론 캐디는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7-8만원이 든다는 캐디피도 없다. 대신 각자
가 골프백 캐리어를 끌고 다녀야 한다. 전동차를 대여한다면 물론 일정액 그 사용료를 내면 된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한국에서는 그린피가 20만원 이상이라고 한다. 단순비교를 한다면 그린피의
경우 몬트리올이 한국에 비해 7~10배 정도 싸다는 얘기다. 한국에서 라운딩 한번 할 돈으로 여기
에서는 많게는 10번까지 할 수도 있으니 정말 어마어마한 차이가 아닐 수 없다.
내가 골프에 대해 너무 지나친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품어본다. 예전에
내가 한동안 빠져있었던 당구, 테니스, 볼링 그리고 스쿼시. 비록 썩 잘하는건 없지만 그렇다고 못
하는것도 없다. 누구하고라도 충분히 그것들을 즐길 수 있으며 또 그것으로 만족이다. 이제 시작
하려는 골프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타이거 우즈처럼 ‘엄청난 녀석’이 되려는게 아닌 이상 지금까
지 내가 해왔던 운동들처럼 골프도 그런 정도로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눈이올때면: 멋지네요...운영자님 정말 팔방미인이시군요.. 아니 팔방미남인가....
[05/15-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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