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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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5-06-03 04:05 조회1,473회 댓글0건본문
인생...
그 자체가 바로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여정이 아닐까...
길...
가는 길이...가고 있는 길이...가고자 하는 길이...
하나만 눈 앞에 놓여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나 살아보니 절대 그렇지가 않더라.
언제나 눈 앞에는 두 갈래의 길이 있었고 그 둘 중에 하나만을 선택해야만 했더라.
대학에 들어갈때 그랬고
대학원에 들어갈때 그랬고
한국을 떠나 올때 그랬고
또 지금 다시 한국에 돌아가야 하는 문제가 그러할것이다.
딱 1년만 공부하고 돌아갔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랬던것이 어영부영 벌써 만 4년을 훌쩍 넘겼다.
4년...
꽤 긴 세월이다.
무슨 일들이 그 세월을 채우고 있을까.
둘째 아이가 태어났고 직장생활도 해봤고 아담한 사업체도 부업꺼리로 꾸려가고 있다.
이것저것 본 것 들은 것도 제법 많은 편이고 오만가지 생각이나 잡념들... 그로인한 숱한 번뇌는 측량
불가능이다. 아내와의 갈등의 골도 제법 굵어졌고 아이들에 대한 쓸데없는 잔소리와 공포스런 윽박지
름은 가히 하늘을 찌를듯 하다. 나보다 키는 두 배쯤 더 크고 몸집은 네 배쯤 더 커다란 괴물이 눈을 부
라리며 소리를 지르며 내 눈 앞에서 나를 위협하는 광경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 짓을 나 자신
이 저 쬐그만 아이들에게 하고 있다니.... 스스로가 혐오스러울 뿐이다.
각설하고...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늘 고통을 수반한다.
어느날 날아온 한국에서의 엄청난 제안.
용기백배, 임전무퇴, 배수진, 붕의유신
그 분야에서만큼은 한국 최고의 수준과 규모를 갖춘 기업체에서의 스카웃 제의.
대표이사의 호방한 스타일을 보여주는 파격인사.
연구소장으로의 전격초빙.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뛰고 있는 젊은 기업.
세계 1위 기업인 핀란드의 노키아와 한국의 삼성전자를 배경으로 힘을 내고 있는 당찬 기업.
그곳에서 연구소장 겸 상임이사 직책을 나에게 맡기고자 하고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의 나를 비롯 우리 가족들의 삶은 무엇이었드랬나.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거꾸로,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그곳에서의 삶은 또 어떨런가.
심각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캐나다?
머지않아 캐나다 영주권이 나올테고, 그와는 상관없이 현재 하고 있는 소일꺼리 부업은 더 꾸려가든
지 아니면 처분하고 다른 일을 해보든지 하겠다. 작년에 다녔었던 회사의 중국인 동료로부터의 계속되
는 러브콜... 전자부품 관련 국제무역업을 함께 해보자는.... 중국과 한국시장을 아우르자는.... 그도저
도 아니라면 아무튼 생계를 위해 뭔가를 해야만 할테고... 아이들은 영어랑 불어를 유창하게 배우며
교육을 받을테지만....불어 문맹인 부모는 안절부절 전전긍긍 헤매며 이런저런 문제꺼리들에 치여 허
덕허덕거릴 가능성이 농후하고... 유난히 긴 겨울때문에 영락없이 우울증과 친하게 지낼테고... 능력많
고 의욕 넘치는 젊은 엄마의 한숨소리는 갈수록 볼륨이 높아질것이고...
한국?
젊은 회사의 핵심역할을 해내야만 하는 연구소장으로서의 직장생활은 결코 만만치 않을테고... 체력
이 과히 좋지 않은 나로서는 수시로 열리는 이런저런 술자리에 간장은 늘 초긴장 상태...하지만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것이려니 체념하고 적응하면 그또한 아니될리 없을테고... 아내는 원하는 직장, 초등
학교 교사로서의 복직 그로인한 사회생활을 통해 그냥 집에만 있어야 했던 캐나다에서에 비해 스트레
스는 극적으로 격감될터이고... 둘이 맞벌이를 하니 수입은 대략 남부럽지 않을 수준이 될듯하지만 그
래도 한국인지라 10억이 넘는다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괜시리 쓸데없이 부러워하며 목을 늘일 가
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겠도다. 혹시라도 팔자에도 없는 대박을 두둘겨 맞는 복이 터지면 모를까.
연거푸 이어지는 대표이사님의 완곡한 설득과 대학원 선후배 박사, 석사들의 신념과 도전정신.
똘똘 뭉쳐 그 무언가를 성취해내려는 강맹한 에너지는 태평양을 넘어 나에게까지 닿고 있다.
나의 존재를 나의 가치를 알아주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그 아니 행복한
가...
선택이다.
한국에 돌아갈것인가 그대로 캐나다에 남을것인가.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려워지지만 단순무식하게 생각하자면 무지하게 쉬워진다.
그 두 가지 방법을 모두 택한다.
................
2005년 6월 2일 목요일 오후
공식적으로 선포한다. 선포? ㅡ.ㅡ;
낙엽이 지기 전에 한국에 돌아가노라고....
이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기만을 바라며....
단지 내일을 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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