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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여행후기> 강원도 평창 목장길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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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줴이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6-10-08 16:57 조회6,65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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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5년을 살다 올해 7월에 귀국한 우리 가족으로서는 이번의 강원도 여행이 생각처럼 그리 설레지는 않았다.
대한민국에서의 강원도 이미지는 말 그대로 청정한 공기와 여유로운 전원 풍경들 그리고 시야가 탁 트인 깨끗한 바다와 높디 높은 첩첩산중 정도일게다.
그런 그림들은 이미 하늘이 축복한 자연의 선물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는 캐나다에서 나름대로 실컷 만끽하고 왔던 터였다.
이번 가족 여행은 아내가 모든 것들의 기획 및 준비를 도맡아 주었는데, 캐나다의 광활한 대자연에 너무 취해 있는 까닭이었을까? 나로서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여행지 숙소인 펜션의 홈페이지 한 번 훑어보지 않은 채 무작정 운전대를 잡고 강원도로 출발.
그러나 숙소인 펜션 ‘목장길 따라’에 도착한 순간부터 왠지 느낌은 심상치 않았다.
 “ 아빠~ 저 아저씨는 왜 저기에 매달려 있어? ”
 네 살박이 아들의 그 말 한마디로 우리 가족의 환상적인 일정은 막이 올랐다.
뭔가 인상적인 볼거리를 만들기 위해 노심초사하셨을...
아니 지금도 고민하고 계실 펜션 운영자의 세심한 배려로 인해 네 살짜리 아들의 첫마디가 탄생한 것이 아닌가!
캐나다산 나무로 지어진 집이라서 더욱 더 편안함을 느낀 것일까?
사실은 캐나다에서도 두어번 비슷한 경험이 있다.
 그곳에서는 펜션이라는 용어는 사용되지 않는 대신 오두막집(Cabin)이라고 하며 주로 캠핑을 가게 되면 그런 나무로 지어진 캐빈에서 묵게 된다.
들어서는 순간 풍기는 진한 나무 냄새는 순식간에 도시에서 찌든 오염의 때를 구석구석 씻어준다.
지금 내가 만지고 있는 이 나무는 수령이 얼마나 될까? 50년? 100년?
울창한 밀림에서 수십년을 맑게 살고 있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마음껏 지저귀는 야생 조류들의 노래 소리와 빼곡한 나뭇가지들 틈을 비집고 들이닥치는 가슴 시원한 햇빛, 그리고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마저도 싱그럽게 어루만지고 지나가는 청정한 바람 향기가 지금 나의 비강을 적시는 듯 하다.
비록 짧은 순간이었을 지언정 펜션 ‘목장길 따라’의 구름동 라벤더 객실은 나를 캐나다의 어느 울창한 숲 속 캐빈으로 안내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인간이 살지 않았을 시기에도 울창하게 번성하고 있었을 커다란 아름드리 나무 곁으로 나를 데려다 놓는다.
비강을 자극하는 은은한 나무 향기는 그곳과 이곳 사이에 놓여 있는 수 천년 세월의 간극을 이어준다.
퍼뜩 정신을 차려보니 바로 이곳이다. 강원도 평창의 펜션 ‘목장길 따라’... 바로 이곳이다. 2박3일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양떼목장...승마체험...용평리조트에서의 마운틴 코스터...허브나라...바베큐 파티... 발코니에서의 바비큐 파티가 그 서막.
참숯 향기와 어우러져 피어나는 고기 굽는 냄새는 숨겨져 있던 인간의 본성, 무한식욕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1998년산 샤또 그랑퀴리 오 메독 와인의 향 역시 강원도의 청정한 공기와 잘 어우러진다.
디켄팅 생각이 살짝 들긴 했으나 그런대로 중후한 끝맛과 빛을 거의 투과시키지 않는 진한 자색은 지금 함께 와인잔을 들고 건배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개개인의 칼라까지도 흡수하는 듯 했다.
너와 내가 아닌 우리가 되는 자리다. 한 밤중이다. 그야말로 칠흑같은 그것이다.
은가루를 흩뿌려놓은 듯한 멋진 광경이 지금 머리 위에 있다.
오염 한 줌 없는 하늘 아래에서만 볼 수 있는 하늘의 선물이다.
저리도 선명한 북두칠성을 본 적이 있었던가... 몇 개 되지 않지만 알고 있는 별자리들을 짚어 본다.
북극성...북두칠성...카시오페아...오리온... 너무도 까만 하늘인지라 달빛이 오히려 태양처럼 빛을 발하고 있다.
그리고는 온통 적막이다. 적막... 그 단어는 늘상 어느 친구를 떠올리게 만든다.
알래스카를 홀로 여행했던 친구다. 텐트를 치고 황홀한 오로라에 온 몸을 맡겨 본 행복한 녀석이다.
강력한 자기장 때문에 문명의 이기들은 전혀 쓸모가 없는 상황. 오로지 하늘과 땅과 자신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하나 더.... 그것은 적막이다.
그야말로 완벽한 적막이다.
너무도 고요하여 자신의 숨소리가 오히려 큰 소리로 울려 퍼지며 오직 그 소리만이 다시 고막을 울리고 있는 그런 블랙홀 같은 상황을 경험했다 한다.
늘상 온갖 소음 속에 살아 온 우리들로서는 그러한 완벽한 고요함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공포심을 느껴야만 했다고 한다. 도저히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고 했다.
사실, 알래스카의 소름끼칠 정도의 기가 막힌 적막함...그 정도까진 아니었을게다.
그러나 이곳, 강원도 평창에서 경험해보는 눈이 시리도록 맑은 밤하늘의 적막함은 그에 버금가는 황홀한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함이 있다.
캔터키 목장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목장길 따라’ 펜션의 발코니에서 맞이하는 코 끝이 찡한 강원도의 밤 하늘과 고요함은 Priceless.......!!!
펜션 운영자님의 몸에 배인 친절함이라든지 고구마, 반건조 오징어, 와인, 포도, 이쁜 머그 등등의 깜짝 선물들은 ‘목장길 따라’에서만 얻을 수 있는 보너스인 셈이다.
“ 눈이 쌓여 있는 풍경을 담으러 한 번 더 와야겠습니다.
” 사람 좋은 웃음으로 꼭 다시 찾아 달라는 운영자님의 구수함을 뒤로 한 채 자동차 키를 힘껏 돌린다.
다시 일상 속으로.....
속세의 때를 덕지덕지 온 몸 가득 묻혀 놓으리라...
그래서 올 겨울, 다시 오리라... 이곳에서 나이테를 하나 더 잉태하리라.........
2006년 10월 1일~3일, 2박3일간의 ‘목장길 따라’ 펜션 여행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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