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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8화 === 벽력탄은 복선이요 궁존은 최전방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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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8-01-20 22:57 조회4,815회 댓글0건

본문

열혈강호 538화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무술년 1월의 미세먼지 자욱한 어느 주말
 
 
 
 
 
<프롤로그>
헉~
7~14일 미국 출장을 다녀오는 바람에 이리 되어버렸습니다.
라는 핑계를 먼저 던져 드립니다. ㅠ.ㅠ
덕분에 2회분 스토리가 밀려버린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휴~~
아무리 날림 운영자라지만 저도 염치가 있으니 그저 송구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숙제는 제때 하지 않으면 큰 짐이 된다지요.
생업의 일 등등 열혈강호 스토리 편집 작업이 점점 힘겨워지기도 합니다.
허나 어쩌겠습니까?
어쩌다보니 근 20여년 가까이 해내고 있는 일이니 말입니다.
열혈강호가 완결되는 순간까지 해보겠다는 약속을 해버렸으니 말입니다.
늦었지만 밀린 숙제 해치우기 위해 집중해볼게요.
....
그나저나 언제쯤 완결된답니까? ㅡ.ㅡ
 
 
 
 
 
<잠시의 이별>
 
산해곡 동굴 앞에서 그들이 수근대고 있다.
일단 한비광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다.
코를 벌름거리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뭔가에 삐져있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백강 사형이 다짜고짜 벽력자 할배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라지 않는가 말이다.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는 한비광이다.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한비광으로서는 벽력자 영감탱이 때문에 고생한 게 한 두건이 아니다.
이제는 기억도 가물거리지만 그 뭣이냐... 폭독 때문에 개고생도 했었고...
기타 등등 저 늙은이랑 얽혀서 고생한 게 어딘데 감사의 마음이 있겠냐 말이다.
 
그렇게 버럭 버럭 소리를 질러대는 한비광을 보며 벽력자도 시큰둥하다.
사실 한비광 녀석이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름 이 멀고 먼 신지까지 달려와 나름 큰 도움을 줬는데...
너무 개차반 취급을 당하는 꼴이 벽력자로서도 기분이 좋을 리는 없다.
 
백강의 입장 또한 그러하다.
과거에 한 사제가 좀 당한 모양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번에 벽력자 어르신이 아니었다면 우리 일행들 모두는 신지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그 정도라면 그래도 조금은 감사를 표현하는 게 맞다고 보는 거다.
 
그런데도 한비광은 여전히 막무가내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는 입장이다.
아무리 신지에서 도움을 받았더라도 과거에 당한 것들이 너무 열 받아서일 게다.
백 사형의 타이름도 무시하고 쌀쌀맞게 등을 홱 돌리는 한비광이다.
 
그런 실랑이를 옆에서 보고만 있던 벽력자가 결국 입을 연다.
사실 그냥 떠나려고도 했으나 굳이 한비광을 불러달라고 한 이유에 대해서다.
옆구리 찔러 절 받으려고 백강에서 심부름을 시킨 것은 아니었다.
 
 
“여보게. 내 예전에 자네를 몰라보고 실수했던 건 사과하지. 내가 자네를 보고 싶었던 건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어서였네.”
 
 
오히려 벽력자가 한비광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어서였단다.
백강의 말처럼 신지에서의 도움에 대한 인사 따위를 받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벽력자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지며 살짝 흐뭇한 미소가 엿보이기도 한다.
그의 기억 속에 떠오르는 회상 장면은 바로 천마신군과의 술 한 잔 모습이다.
그때 두 사람은 약속을 했었다.
무림의 전쟁에 휩쓸려 가족을 모두 잃고 분노만 가득했던 벽력자에게...
천마신군은 이 오랜 무림의 악순환을 끝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주었다.
정파와 사파의 모든 이들을 하나로 규합하여 평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사람...
그런 인물이 나타난다면 자기로 열성을 다해 그를 돕겠노라는 약속.
 
잊고만 있었던 오랜 꿈을 다시 보게 해주었고...
천마신군과의 오래된 약속도 지킬 수 있었으니 오히려 감사해야 할 사람은 한비광이 아니라 자신이라며 기꺼이 감사의 표현을 숨기지 않는 벽력자다.
 
갑자기 벽력자는 완손바닥으로 오른주먹을 감싸며 앞으로 조금 내밀더니...
고개를 살짝 숙이는, 그야말로 예의를 제대로 갖추더니만 이러신다.
 
 
“고맙네. 다 자네 덕분일세”
 
 
이건 또 뭔 소린가... 싶어 고개를 뒤로 돌려 벽력자를 바라보는 한비광.
그러자 벽력자는 더욱 고개를 조아리며 간절한 주문을 외듯 이러신다.
 
 
“부디 앞으로도 지금처럼 이 무림의 희망이 되어주길 바라겠네.”
 
 
여전히 한비광은 벽력자에게 등을 돌린 상태다.
그저 슬쩍 고개 돌려 얼핏 쳐다보았을 뿐이었다.
뜻밖의 태도와 말씀에 한비광 또한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다.
한비광이 자기의 얘기를 들었거나 말았거나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벽력자는 자기 할 말을 다 했으니 되었다 생각하는 모양이다.
물끄러미 두 사람 사이에 서 있는 백강을 보채며 그만 가자며 길을 재촉한다.
그렇게 백강을 앞세우며 산해곡 동굴 입구로 들어서는 벽력자와 그 일행들...
그렇게 갑자기 이상하게 변한 상황을 골똘히 생각해보고 있는 한비광.
사나이 대장부가 더 이상 속 좁게 삐져있는 모습으로 기억되게 해서는 안 될 일!
이번엔 백강, 벽력자의 등을 향해 한비광이 예를 갖추며 외친다.
 
 
“천마신군의 여섯 번째 제자, 한비광! 벽력자 어르신의 말씀과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부디 몸 건강히 돌아가시고, 또 뵙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자신의 등 뒤에서 울려 퍼지는 우렁찬 녀석의 목소리가 영감은 좋았나보다.
훗~ 하는 미소를 굳이 숨기지 않지만 그렇다고 뒤를 돌아보지도 않는다.
그저 오른손을 스윽 들어 올려 답례의 인사를 표시하는 벽력자 어르신이다.
그런 두 사람의 교감을 중간에서 지켜보며 백강은 기분이 많이 좋아진다.
인자한 미소를 지어 고개 돌려 한비광에게 날려주는 백강 형님이다.
 
그렇게 동굴 저 안쪽으로 멀어져 가는 벽력자를 바라보며 한비광은 만감이 교차한다.
그동안 당한 것들이 너무 열 받고 억울해서 만나기만 하면 일단 때려주려 했는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먼저 감사 인사를 받게 되다니.. 게다가 사부님과의 약속?
무림의 희망이 되어달라고?
쳇~ 무슨 말인지 잘 알지는 못하겠지만 어쨌든 예상치 못한 상황이니 나름 재밌다.
저 늙은이가 먼저 머리를 조아리는데 더 이상 젊은 나로서는 버틸 수 없지 않은가!
 
 
<벽력자의 선물>
 
야명주가 제법 촘촘히 동굴 천정에 박혀있는 산해곡 동굴.
백강이 앞장서며 길을 인도하고 그 조금 뒤 옆에 벽력자가 걷고 있다.
두 사람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걷고 있다.
백강으로서는 내친김에 진풍백 즉, 진 사제까지 불러 인사 시키고 싶었다.
허나 지금 진 사제는 정찰을 나가 있으니 그 부분이 좀 아쉬운가 보다.
벽력자는 나름 한비광에게 인사 나눈 것만으로도 충분하고도 남는다.
녀석의 사부와 한 오래전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음을 확인한 자리가 아니던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 위험한 신지까지 내달려오지 않았냐 말이다.
진 사제까지 대령시켰으면 더 부담스러울 뻔했으니 차라리 잘 되었다.
 
사실 산해곡 동굴이야 외길이고, 이대로 가기만 하면 되는 통로이기도 하다.
백강의 안내가 더 길어지는 게 부담스러운지, 이쯤에서 인사 나누자는 벽력자.
 
 
“지금 가시는 길입니까?”
 
 
갑자기 우렁찬 목소리가 동굴을 울린다.
뒤를 돌아보니 급하게 걸어오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검황이다.
벽력자가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따라온 모양이다.
 
벽력자를 보자마자 너무 반갑기만 한 검황이다.
제대로 인사를 드렸었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못내 아쉽다는 표정이다.
이렇게 떠나는 자리에서 뵙는 것 또한 예의가 아님을 양해 구하는 검황이다.
그러자 오히려 벽력자가 손사래를 치며 몸 둘바를 몰라 한다.
 
한비광 녀석에게 인사를 받은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조금 전 백강 또한 정중히 예를 갖추며 감사 인사를 해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젠 검황님까지 이렇게 극진한 예의를 갖춰 저러시다니 말이다.
자기가 뭐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다들 왜 이러냐 싶은 거다.
 
그러나 검황의 생각은 다르다.
보고 받기를... 이번 신지에서의 전투가 벽력자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는 것!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고 분혼마인 등 신지 세력 격퇴가 가능했던 거다.
 
 
“저희 일행 모두를 대신해 감사드립니다.”
 
 
갑자기 검황 또한 정중히 예를 갖추며 머리를 조아린다.
그런 모습에 벽력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난처하고 당황스럽다.
한비광, 백강에 이어 검황님까지 저런 인사를 하다니....
그야말로 오래살고 볼 일이다.
무림의 골치덩이로 악명이 자자했던 폭탄의 신 벽력자가 아니었던가!
그런 벽력자가 정파와 사파의 거물들에게 감사 인사를 받게 되다니...
감개가 무량하다고나 할까?
그 옛날 천마신군과 술 한 잔 하며 나누었던 이야기가 새삼스럽다.
아무튼 기분은 날아갈 것 같이 좋고 또 좋은 건 사실이다.
역시 벽력자는 나름 기분파다.
극진한 인사까지 받았는데 그냥 가면 사람의 도리가 아닌 게지.
 
벽력자는 부하에게 상자 하나를 내려놓으라 시킨다.
저 상자 안에는 벽력탄이 가득 들어있다.
사실은 신지에 가져온 벽력탄 상자 중 마지막 물건이다.
그냥 도로 가져가려고 했었는데 뜻밖의 인사를 마구 받다보니 기분이 좋아서다.
그리고 혹시라도 신지와의 전투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은가!
감사 인사를 받은 것에 대한 답례품이랄까?
그렇게 선물 한 상자 내려놓고는 벽력자 일행은 총총 걸음으로 길을 재촉한다.
 
 
<결전의 준비>
 
백강은 검황이 어디를 다녀오는 길인지 대략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퇴로를 확보하고 확인하는 전술적인 행보다.
검황도 백강도 잘 알고 있다.
이번 신지와의 싸움은 결코 대충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아직은 조용하다.
신지에서 뭔가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언제든 재격돌이 있을 텐데 그때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싸움이 될 것이다.
수 많은 목숨들이 사라지고야 말 그런 처참한 전쟁이 될 것이다.
그런 것들을 예측하고 우려하고 있는 검황으로서는 퇴로 확보가 중요하다.
단 한 명의 목숨이라도 건질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뭔가 준비를 해 놓으신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백강의 몸 상태를 물으며 걱정을 해주는 검황이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백강이 여전히 제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겨우 운신할 정도에 그치고 있으니 조만간의 대전투때 어찌될지 걱정스럽긴 하다.
 
 
벽력탄 상자는 아까의 그 자리에 그대로 둔 체 자리를 뜨는 그들이다.
조용히 걷고 있던 중 백강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입을 연다.
실은 어떻게든 만나게 된다면 묻고 싶은 게 있었던 백강이었기 때문이다.
 
 
“화린이 일 말인가?”
 
 
그랬다.
담화린의 안위가 너무도 걱정되는 백강으로서는 당연한 질문이기도 하겠다.
애초에 그 시작은 검황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 그러하다.
왜냐하면 검황이 손녀딸을 신지로 보낸 셈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무림인으로서는 가장 위험한 곳이 바로 신지가 아니던가?
그런 사지에 하나밖에 없는 손녀딸을 보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 백강이다.
검황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그 궁금증에 대한 답을 꺼내 놓는다.
 
즉,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가 믿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세상엔 운명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것!
검황의 입에서 운명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자네, 팔대기보의 전설에 대해 알고 있나?”
 
 
뜬금없이 백강에게 질문을 던지는 검황.
물론 알고는 있다.
그걸 모르는 무림인은 별로 없을 것이다.
팔대기보는 의지가 있는 신지의 진짜 정신이라는 전설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네. 팔대기보는 신지를 지키고 정화시키는 존재라는 전설이지.”
 
 
검황은 그 한 마디로 팔대기보의 전설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신다.
두 가지 기능이라셨다.
신지를 지키고.... 신지를 정화시킨다....
사실 그 전설의 기원과 진실 여부를 아는 사람은 아마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전설이 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검황이 파악하고 있는 사실이라면 현재의 신지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
그 원흉은 다름 아닌 자...하...마...신.... 이다.
현재의 신지는 자하마신이라는 병이 들어 있는 상태라는 것이 검황의 판단이다.
검황이 혈혈단신으로 산해곡을 지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아무튼 전설을 좀 더 살펴보자면...
팔대기보는 신지를 지키고 정화시키는 존재라고 했다.
그러하니 현재 병들어 있는 신지를 팔대기보는 정화하려 들 것이고...
그렇다면 선택된 그 주인들은 신지를 향해 모여들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이 검황의 생각이었다.
산해곡을 지키며 내린 결론 또한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던 차에 손녀딸이 어느날 불쑥 자신을 찾아왔다.
그것도 복마화령검을 갖고 말이다.
게다가 다른 3기의 팔대기보와 함께 말이다.
즉, 화룡도와 파천궁과 귀면갑까지 동시에 신지 입구에 나타난 셈이다.
복마화령검이 어떤 검이건가?
주인을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진 사악한 검이 아닌가!
그런데 잡아먹히지 않고 그 검을 들고 여기까지 온 것 자체는 무슨 의미인가?
그것은 즉 그 애가 선택받았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신지에 가는 것은 운명이 아닐까?
검황의 생각은 그곳에까지 닿았던 것이다.
그래서 운명이기에 손녀딸을 신지에 가게 허락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더구나 한비광, 그 녀석까지 함께 했으니.......
 
 
“그렇다면 어르신은 손녀 따님이 여섯째 사제와 함께 신지의 혼란을 막을 운명을 타고 났다고 생각하신 거였군요.”
 
 
그렇게 백강은 검황 어르신의 운명론을 아무 이의없이 수긍하게 되었다.
물론 운명에 맡기겠다는 검황의 생각이 너무 지나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으니 백강으로서는 아직은 잘 모르기는 하지만 말이다.
허나, 이 대목에서 백강이 확실히 알 수 있는 부분이 하나 있기는 하다.
 
즉, 사부님 또한 여섯째 사제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
신지의 운명 더 나아가서는 무림의 운명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 바로 한비광이라는 생각은 천마신군 또한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 부분이 정파와 사파의 두 거두가 생각을 일치시키는 대목이다. 어쩌면 두 거두는 한비광과 담화린에게 무림의 운명을 통째로 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신지가 정화되지 않고서는 무림의 평화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황 또한 잘 알고 있다.
백강의 사부인 천마신군이 한비광 그 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말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동굴을 되돌아 나온 두 사람은 어느새 입구에 도착한다.
그 즈음에 검황 또한 백강에게 궁금한 것이 있다며 묻는다.
왜 한비광이는 같이 오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사실 백강은 한비광을 데리고 나오려 했었으나 녀석이 너무 강하게 거절했다.
사실 한비광의 상태는 온전하다고는 볼 수 없다.
정신이 홀딱 나가기도 했었는데 어쨌든 지금은 많이 호전된 상태이긴 하다.
그렇긴해도 왜 그곳에 남기를 고집했는지는 백강으로서는 잘 모르는 대목이다.
백강이니까 잘 모르는 거다.
왜 그가 그토록 고집을 부리며 신지에 남아야만 한다고 했는지를 말이다.
 
 
<신지 배반자들의 결의>
 
언성이 점점 높아진다.
풍연의 목소리에 짜증이 잔뜩 배어있다.
기가 막히고 환장할 노릇이니 그러하다.
아니... 신지에 남겠다고 말도 안 되는 고집을 피우고 있으니 말이다.
풍연과 말싸움을 하고 있는 이는 바로 철혈귀검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남겠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건지...
여기 있다간 그저 죽음뿐이라는 것을 신지인이기에 너무 잘 알면서 말이다.
 
물론 철혈귀검 임철곤 또한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신지의 무서움을 그가 모른다면 누가 알겠는가?
허나 그에게는 죽음과도 맞바꿀 수 있는 그 무엇이 가슴에 있는 것이다.
그와 그의 부하들이 남겠다고 한 이유는 신지에 갚아야 할 빚 때문이다.
바로 그의 친동생.... 허무하게 죽어간 동생에 대한 복수가 바로 그 빚이다.
내 목숨을 버려서라도 복수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닌 거다.
 
 
“신지는 괴물들을 이용해서 우리를 처분하려고 했습니다. 그건 우리를 무사가 아닌 쓰레기 취급을 한 겁니다!! 우린 신지에게 보여줄 것입니다. 놈들이 무시한 철혈천검대가 어떤 부대인지를...!!”
 
 
철혈귀검의 두 눈은 분노가 이글거리고 그의 입에서는 사자후가 터져나온다.
자신과 부하들이 죽음을 불사하며 신지에 남겠다고 한 이유를 말이다.
그런 외침에 풍연은 갑자기 당황스러움을 넘어 살짝 무섭기도 하다.
그러던 차에 한비광 나타나 풍연을 부른다.
지금 거기서 뭐하고 있냐며....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지 살펴볼 겸 나섰던 차에 옥신각신하는 풍연 일행을 본 거다.
한비광으로서는 지난번 회의때 대사형이 지시한 내용의 이행 여부 확인도 겸해서다.
그때 회의 결과로는 여기서 나갈 사람들은 얼른 행동을 취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듣자하니 철혈천검대는 퇴각하지 않고 이곳에 그대로 남아있겠다는 눈치가 아닌가!
철혈천검대 임철곤 역시 자신과 부하들은 신지를 떠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으니...
 
상황이 이렇게 되자 풍연은 한비광 앞에서 더욱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나름 신지의 후계자요 소지주라고 불리던 신지의 차기 리더가 아니었던가!
물론 이젠 다 소용없는 허울뿐인 타이틀이란 것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철수하라는 지시를 어기고 굳이 죽을 걸 알면서도 신지에 남겠다는 그들....
그런 그들 앞에서 풍연은 한비광에게 뭐라 말을 섞을 자신이 없다.
아니 솔직히는 명색이 자기 부하들인데 그 앞에서 체면이 말이 아닌 게다.
일단 풍연은 한비광의 손을 부여잡고는 그 자리를 뜨기로 한다.
 
다른 이들의 시선을 피할만한 어느 곳까지 가서 두 사람은 대화를 재개한다.
아니, 대화라기보다는 풍연의 일방적인 하소연이랄까?
속마음은 이미 미칠 지경이기 때문이다.
그런 것도 모르고 한비광은 오히려 염장을 지른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만...
 
 
“왜? 널 따르는 부하들과 함께 신지와 싸울 생각을 하니 그렇게 좋아?”
 
 
분위기 파악을 안 하는 건지 아니면 할 능력이 못되는 건지... 역시 한비광이다.
농담이나 지껄이고 등등 그럴 분위기 아니라며 버럭 화를 내는 풍연이다.
여전히 순진무구한 눈망울을 껌뻑거리는 한비광에게 풍연은 푸념을 늘어놓는다.
다들 미치거나 돌아버린 것 같다고 말이다.
신지에게 무시를 당했다고... 그것 때문에 목숨 걸고 자기들 실력을 보여줄 거라며...
그런 말도 안되는 명분 따위가 목숨을 버릴 정도의 이유가 되다니...
풍연으로서는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다.
내친김에 풍연은 한비광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쟤네들은 놔두고 일단 우리 둘이라도 철수해서 검황 할아버지한테 얘기 좀 해보자고...
 
말은 툭 내뱉듯 그리했지만 풍연의 속마음은 사실 심각하다.
괜히 싸우기 싫어서... 목숨이 아까워서 일단 도망가고 보자는 그런 게 아닌 거다.
괜히 그러는 게 아니다.
왜냐하면 이건 진짜 의미가 없는 짓이기 때문인 거다.
적어도 풍연의 입장에서는 온전히 그러하다.
신지에 대해서 너무도 속속들이 나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풍연이다.
그런 입장에서 신지와 맞서겠다는 것은 그 누구라도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
신지가 마음먹고 여기 쓸어버리겠다고 나서면 여기 있는 사람은 전부 죽는다.
그것이 풍연의 믿음이기에 그렇다.
 
 
“정 그게 싫으면 너 혼자 그냥 가면 되잖아. 버려두고.”
 
“미쳤냐? 저놈들을 두고 가긴 어딜 가! 저놈들을 다 같이 데리고 가지 못랄 바엔 차라리 나도 여기서 같이 죽겠어.”
 
 
오호라~
이제야 드디어 풍연의 속마음이 표출되기 시작한다.
겉으로는 버럭버럭 소리지르며, 신지와 싸우는 건 개죽음일 뿐이라며...말리더니만.
그래도 기어코 부하들이 여기 남겠다면 자신도 기꺼이 같이 남아 싸우다 죽겠단다.
그것이 바로 풍연의 진심이었다.
그런 마음을 듣고는 물끄러미 풍연을 바라보는 한비광.
뭔가 느끼는 게 억수로 많은 듯한 표정이다.
한편으론 부러움이 절반은 섞여있다고나 할까?
저 많은 부하들이 풍연을 따르는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
결코 자신을 내버리지 않는 리더에 대한 부하들의 충성심을 확인하는 대목이다.
비록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런 리더와 함께 죽음을 택하는 부하들의 충성심.
신지에게 실력을 보여주겠노라는 표면적 이유는 있지만 속내는 바로 그런 것이었다.
 
 
“뭐, 대충 사정은 알겠고...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는 마.”
 
 
처음엔 농담으로 시작했지만 풍연의 속마음을 확인하면서 다시 진지 모드로 전환.
한비광은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다.
다시 멀쩡한 총각 표정으로 돌아온 그는 고개를 틀어 저 너머를 바라본다.
 
 
“우리의 최전방에는 궁존께서 버티고 계시잖아.”
 
 
궁존이라...
신지에 와서 비로소 파천궁을 진각성하여 궁존에 오른 매유진.
한비광이 믿는 구석이라는 것은 바로 매유진이다.
지금 그녀가 있는 곳은 또한 최전방이다.
신지와 가장 접점에 있다는 뜻이다.
궁존에 추대된 그녀는 궁종의 많은 궁사들과 함께 방어진을 치고 있다.
언제 닥칠지... 그리고 과연 어느 정도의 고수들을 상대하게 될지 전혀 모른체...
 
 
 
 
 
<에필로그>
신지 에피소드는 역시 늘 그랬듯 톱니바뀌 맞물려 돌 듯 그렇게 돌고 있습니다.
주거니 받거니... 형님 아우님... 하면서 스토리는 전개되고 있지요.
어느 정도는 복선을 깔고 그것을 우리 독자들은 대략 눈치 채기도 하고...
때로는 떡밥을 덥석 물어 나중에 헛물을 켜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아무튼 이번 이야기의 핵심은 폭풍 직전의 고요하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그 흔한 액션 장면 하나 없는 까닭입니다.
 
벽력자는 쓰다 남은 벽력탄 한 상자를 동굴 어귀 어딘가에 놓고 떠났죠.
(나중에 그 벽력탄 덕분에 동굴을 폭파시킬 수 있겠죠. 그쵸? )
신지의 정화를 위해 팔대기보가 속속 모여들고 있으며 벌써 4기가 있는데..
조만간 한 두기 정도 더 합류될 것만 같은 느낌... 다들 느끼시는 거죠?
(일단 아군이든 적군이든 어쨌든 도월천이 열심히 달려오고 있다지요?)
철혈천검대는 죽기를 각오하고 잔류를 결정했고 그런 부하들과 풍연은 함께 하다죠.
최전방에는 든든한 우리의 궁존이 지키고 있으니 한비광은 안심이라지요?
과연 그 안심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두고보면 알 일이겠습니다만...
아무튼 이래저래 복잡하고 미묘한 요즘 이야기랍니다.
감히 예측을 무색하게 만드는....
그래서 더 재미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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