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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6화 === 자하마신에 대한 묵령의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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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7-12-10 15:52 조회6,0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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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강호 536화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편집/20171210 차가운 비는 바람을 타고 지구를 폭행하고.....
 
 
 
 
 
<프롤로그>
 
세월이 이리도 빠른줄 알고는 있었지만...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을 보며 스산한 마음 억누르기가 힘이 듭니다.
곧 도래할 오십 번째 생일이 반갑지 않은 까닭이겠습니다.
하필이면 마지막 달 마지막 날이라니 더욱 더 그러한 듯합니다.
이번에 들을 제야의 종소리는 감회를 괜히 더 가중시켜보겠지요.
우리 열강 회원님들은 연말을 나름 의미있게 보내고 계신가요?
요즘 업데이트가 자꾸 지연되고 있어 송구한 마음 반으로 접고 시작합니다.
 
 
 
 
 
<무림 연합의 전략>
 
산해곡 어느 아담한 평지 한 공간에 그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검황 어르신의 처소 옆일 게다.
넒은 원탁에 둘러 앉은 그들은 검황, 백강, 한비광, 그리고 풍연이다.
은총사는 자신의 주군인 검황의 왼쪽 옆에 호위무사 역할 겸, 서 있다.
그들은 작금의 사태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의 전략에 대해 회의 중이다.
 
검황의 의견이 발제된 상태다.
즉, 곧 당도할 후발대를 기다렸다가 합류하여 신지를 다시 공략하자는 안건이다.
그런 의견에 대해 검황은 내심 어느정도 긍정적인 입장인 듯하다.
허나, 풍연은 대뜸 지극히 회의적인 의견을 쏟아낸다.
자신의 충고를 들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며...
그게 얼마나 미친 짓인지 아냐며 계속 시큰둥한 반응이다.
풍연은 자신이 신지인으로서 경험을 토대로 진심어린 충고를 하는데 말이다.
 
그렇게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있는 상황에서,
백강은 검황의 의견에 찬성을 하고 나선다.
이유인 즉슨, 어찌됐든 이곳 산해곡을 임시 최전선으로 만들어 놓자는 것...
즉, 신지와의 전투에서 가장 최접점으로서 산해곡이 최고의 장소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산해곡이 가진 지형상의 특수성 때문이다.
 
산해곡이 어떤 곳인가?
신지의 엄청난 대군이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무림으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다.
일부 고수급들은 굳이 동굴을 통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나갈 수 있지만...
나머지 대다수의 일반 무사들의 경우는 꼭 그렇지 않기에 그러하다.
만일 이곳 동굴이 폭파되어 사라진다면 신지로서는 다소 곤란한 상황인 거다.
안전하고 빠른 지름길을 두고 멀고 험한 길을 돌아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지 입장에서는 어떻든 이 산해곡 동굴을 포기할 수 없다.
그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검황과 백강이다.
 
그렇기에 검황의 제안에 전격 동의하며 전략을 풀어내보는 백강이다.
그 또한 신지의 어마어마한 위력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의 힘을 생각할 때 넓은 지역에서 상대하는 것은 그야말로 미친 짓이다.
따라서 가능한 한 좁은 공간에서 대적하는 것이 무림 입장에서는 절대 유리하다.
 
예전 영화인 “300”이 생각난다.
스파르타의 정예 300명의 전사가 수십만의 페르시안 군대를 맞서 싸운 곳.
그곳 또한 산해곡처럼 통로가 매우 좁고 주변은 몹시 험한 지형이 아니었던가!
내부의 변절자가 페르시아 측에 우회 통로를 밀고하지 않았더라면...
스파르타 전사들은 훨씬 더 긴 시간 동안 페르시안 군대를 저지시켰을 것이다.
 
백강은 그 영화를 보지 못했겠지만...
아무튼 이곳 산해곡이야말로 당분간 신지를 상대로 버틸 수 있는 천혜의 요충지.
백강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팔대기보.
그것도 팔대기보를 진각성한 고수가 두 명이나 있다는 것.
한비광과 매유진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화룡과 파천집멸시의 위력이라면 결코 쉽게 이곳을 어찌하진 못할거라는 계산이다.
 
한비광이 한 마디 거들고 나선다.
어쨌든 후발대와 합류하여 산해곡을 최전선으로 삼는 것까진 오케이...
화룡도와 파천궁으로 최대한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것도 오케이...
허나, 그래도 안 될 경우에는 잽싸게 동굴을 통해 빠져나간 뒤 동굴을 폭파!
그것이 한비광이 파악한 백강의 의중이다.
그리고 그것은 틀리지 않았다.
검황도 백강도 그리고 한비광 역시 그러한 전략 구상에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게다가 한비광은 한 발 더 나아간다.
 
산해곡에서 최대한 버티며 시간을 끌어야만 하는 이유를 말이다.
즉, 신지 입장에서의 파악이다.
신지가 무림 정벌을 위해 필요한 것은 최단 시간의 최대 병력의 이동이다.
당연히 산해곡의 이 동굴 통로가 최적이다.
그런데 무림인들이 이 동굴을 빠져나간 후 무너뜨려버린다면...
신지는 아쉽지만 산해곡 통로를 포기하고 얼른 다른 길을 찾아낼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산해곡이 온전히 있는 한 이 통로를 포기하진 못할 것이다.
 
백강은 한비광의 말을 받아 잇는다.
이곳 상황은 이미 전서구를 날려 무림에 알렸으며...
신지 지주는 머뭇거릴 이유가 사라졌으므로 곧 무림 정벌에 나설 거라는...
그렇다면 신지의 대규모 병력이 이곳을 향해 총진격할 것이고...
우리가 할 일이라고는 이곳에서 그들의 진격을 늦추는 정도가 될 것이라는...
 
풍연은 여전히 이 모든 계획에 회의적이며 냉소적이다.
백강의 말이나 한비광의 말이나 심지어 검황 할아버지의 말씀도 마찬가지다.
신지의 무서움을 알지도 못하면서 자꾸 맞서려고만 하니 말이다.
게다가 이들은 직전의 전투에서 입은 부상에서 아직 회복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신지를 잘 안다는 백강 즉, 환존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깊은 한 숨을 내쉬는 백강.
그 또한 이런 복잡하고 힘겨운 상황에 대한 뾰족한 타개책을 알진 못한다.
다만 주어진 상황에서의 최선책을 따져볼 뿐이다.
지금의 백강 또한 그러하다.
그도 솔직히는 잘 모른다.
 
 
“다만, 이건... 지금 이곳에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네.”
 
 
저 한마디가 백강의 속마음이다.
중과부적이며 역부족임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
그것이 바로 지금 상황에서의 유일한 행동강령이라 믿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생각을 강요할 마음도 없다.
특히, 신지를 빠져나온... 신지를 배반하고 합류한 풍연에게는 더더욱 그러하다.
 
백강의 말에 일제히 풍연에게 눈길이 쏠린다.
풍연은 그저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더 이상 말을 섞어봤자 입만 아픈 상황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자기도 할 만큼은 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며 한 마디 덧붙인다.
무림인들이 지금 신지에 들어와 잠시 전투를 치러봤다고 해서...
그게 신지의 전부는 아니다. 극히 일부분을 겪었을 뿐이다.
신지의 무서움을 아는 자라면 함부로 신지에 맞서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 이들이 짜고 있는 계획이라는 것이 고작 신지와 정면으로 싸워보겠다는 거다.
신지에서 나온 사람들이라면 절대 이 계획에 동참하진 않을 것이다.
그것이 풍연의 생각이요 믿음이다.
왜냐하면...
신지엔 정말 두 번 다시 보고 싶지도 않은 괴물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지의 절대일검 묵령>
 
자하마신, 즉 지금의 신지를 다스리는 지배자이자 주군의 얼굴이 묘하다.
살짝 미소를 짓는가 싶지만 그 내면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냉소가 배어있다.
 
 
“호오... 이거 오랜만에 보는군, 그래...”
 
 
“절대일검 묵령!”
 
 
드디어 등장했다.
신지의 확고부동한 2인자, 절대일검 묵령!
지금 그가 신지의 주군 앞에 깍듯이 예를 갖추며 알현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사음민...
그의 머릿속은 엄청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사음민 또한 말로만 들었지 묵령의 실력을 직접 확인한 적은 없다.
명실공히 신지의 2인자로서 독보적인 내공과 무공 실력의 소유자.
사음민의 생각은 한 술 더 뜬다.
즉, 신지의 2인자라는 뜻은 어르신 또한 가장 껄끄러운 상대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신지의 권력 구도까지 아울러 상황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음민이다.
 
 
“주군!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소!”
 
 
..... 있소?
방금 뭐라 그랬나?
주군의 부름을 받고 달려온 2인자가 지금 하는 말투가 심상치 않다.
극존칭을 써도 모자랄 판에 저런 어정쩡한 말투라니...
묻고 싶은 게 있소?
저런 말투는 대략 비슷한 서열끼리 주고받는 정도가 아니던가?
다짜고짜 다소 퉁명스런 질문 어투에 사음민도 왕좌의 그도 잠시 어리둥절하다.
묵령은 작심한 듯 질문을 이어간다.
 
 
“이틀 전, 회의를 위해 불러 모은 각파 장로들은 지금 어딨소?”
 
 
이 사람... 묵령...
화법은 주로 ~소 라는 접미어를 즐겨 사용하나보다.
두 번째 질문 또한 ~소 로 끝나는... 다소 따지듯 윽박지르는 듯한 말투다.
묵령은 여전히 두 팔을 앞으로 모아 오른 주먹을 왼 손으로 감싸는 공손한 자세다.
자세만 공손했지 말투는 전혀 공손하지 않지만 말이다.
질문하는 내내 묵령의 눈매는 지극히 침착하고 차분하며 또한 날카롭다.
 
뜻밖의 불량스런 어투의 질문을 들은 자하마신...
잠시 아무런 말이 없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묵령... 너 이 자식 많이 컸네... 언제부터 내게 이런 식이었지?
뭐 그 정도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그는 일단 질문을 들었기에 대답을 해준다.
대체 그런 건 왜 묻냐고 말이다.
표정은 어쩐지 흥미롭다는 듯 옅은 미소가 보이는 것 같다.
 
 
“이거 어쩐지 태도가 무례해 보이는데... 내 기분 탓인가?”
 
 
묵령의 불손한 질문 태도에 직접적인 불만을 표시하는 자하마신이다.
만일 묵령이 아니었다면, 신지의 그 누구라도 저런 무례한 태도를 보였다면...
그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목이 베어져 바닥에 나뒹굴었을 것이다.
신지의 절대고수와 2인자 간의 대화가 두 사람 사이의 공간을 짓이기는 듯하다.
 
묵령은 주군이 뭐라 하거나 말거나 준비하고 있던 발언을 이어간다.
신지에서 요즘 주군에 대한 원성이 높아가고 있는 건 알고 있느냐고 말이다.
즉, 작금의 상황에 대한 묵령의 일종의 질타다.
적들이 침입해왔는데도 왜 진압 명령을 내리지 않고 무사들을 방치했느냐는 거다.
신지의 통치자라면 그럴 수는 없다는 것이 묵령의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상황을 방치하고 있었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그래서 온갖 추측과 소문이 무성해지고 퍼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주군의 꿍꿍이 말이다.
 
그것은 바로 정적 제거!
외세의 침입을 오히려 정적 제거에 이용하지 않았느냐는 소문이 그것이다.
신지인들의 관심과 시선이 무림인들의 침입에 온통 쏠려있는 동안의 정적 제거!
그래서 그랬던 것 아니었냐는 신지 내부의 소문을 보고하고 있는 묵령이다.
 
그런 발언에 사음민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과연 절대일검 묵령... 신지의 확고부동한 2인자 답다.
어르신의 면전에서 저런 말투로 저런 말을 할 수 있다니 말이다.
사음민이 지금 세 사람 중 가장 긴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초 절정 고수들 사이에 낀 보잘 것 없는 실력의 목숨 하나 정도의 의미랄까?
 
묵령은 거침없다.
그의 질문은 여기 오면서 이미 작심을 했기에 그러하다.
궁금한 것을 해소하기 전까진 질문을 멈출 생각이 전혀 없다.
연거푸 묻는다.
 
 
“그 장로들은 지금 어디 있소?”
 
 
이번에도 역시 무례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소 로 끝나는 말투다.
묵령의 눈빛은 조금 전의 그것보다 한층 더 강렬하고 매섭게 빛나고 있다.
이쯤되자 중간에 서있는 사음민이 가장 곤혹스럽다.
그 모든 상황을 목격했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고 곧이곧대로 어르신이 장로들을 다 죽였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든 중간에서 이 곤란한 상황을 얼버무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음민.
서둘러 묵령의 질문에 자신이 나서려고 입을 열어본다.
대충 시간을 끌며 장로들은 지금 다른 곳에서 회의중이라고 하려던 순간....
사음민의 뒤통수 쪽에서 울려 퍼지는 어르신의 짤막한 한 마디!
 
 
“다 죽였다.”
 
 
그 한 마디에 사음민은 그야말로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느낌이다.
지금 저렇게 솔직하게 말을 해줘도 되나 싶은 거다.
묵령의 태도는 지금 뭔가 잔뜩 불만스러워 한 판 따져볼 분위기가 아닌가!
살살 달래며 주의를 다른 곳에 분산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음민이었는데...
어르신은 묵직한 돌직구 한 방 시원하게 날렸으니....
사음민의 머리는 더욱 더 미친 듯이 복잡하게 엉키고 있는 듯하다.
 
뜻밖의 말에 놀랍고 당황스럽기는 묵령 또한 마찬가지다.
잠시 할 말을 잃어버릴 정도니 말이다.
 
 
“그 소문대로 항상 내게 반대만 하는 놈들이라 그냥 모아놓고 죽여버렸다.”
 
 
사음민도 묵령도 동시에 주군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킨다.
당혹감과 분노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허나, 쉽게 마음의 평정심을 잃지 않는 듯한 묵령은 이내 감정을 추스린다.
한 마디의 말을 듣고 모든 상황을 그쪽으로 몰아갈 수는 없다는 뜻이다.
재차 질문을 던져보는 묵령.
장난하는 거 아니니 사실대로 말해달라는 묵령의 다그침이다.
조금 전의 그 말을 차마 믿고 싶지 않은 때문이기도 하다.
신지의 2인자로서 각 문파와의 관계 유지는 매우 중요한 과업 중의 하나다.
그리고 문파들의 장로들은 정신적 지주와도 같은 존재들이 아닌가!
그들이 없다면 신지로서도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자신 또한 장로들과 신지의 대소사에 대해 의논해야 하기데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다짜고짜 다 죽여 버렸다고 말을 하고 있는 주군이라니.......
쉽사리 믿어지지도... 믿어서도 안 되는 말이기도 하다.
 
 
거듭 날아오는 질문에 슬슬 짜증이 밀려드는 주군이다.
여전히 오른 주먹으로 오른뺨을 기댄 자세의 그는 표정이 변하기 시작한다.
 
 
“다 죽였다니까!”
 
 
그러자 묵령의 표정은 일순간 싸늘해진다.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비로소 확연하게 알아차렸노라는 표정이다.
그런 묵령을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는 주군과 그런 그를 올려다보는 사음민.
사음민은 식은땀을 흘리는 듯하다.
지금의 상황은 그로서는 도저히 예상할 수도... 있어서도 안 되기에 더욱 그렇다.
도대체 어르신은 무슨 생각이기에 지금 저런 말씀을 하고 있다는 것일까?
신지 최고의 전략가인 사음민조차 도무지 일 초 앞을 추측하기도 무서운 상황이다.
그 순간, 사음민의 뇌를 강타하는 한 가지 생각...
 
 
............. 설마, 절대일검마저....? .................
 
 
그 생각에 이르자 사음민은 금방 주저앉을 듯이 온 몸에 힘이 빠지는 듯하다.
이틀 전, 각 문파들의 장로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파리 죽이듯 죽였는데...
이제는 신지 2인자인 묵령마저 그런 식으로 제거하려는 생각인 건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신지의 유일한 경쟁자라서?
무림 정벌을 위해 불필요한 정적들을 다 제거하려는 계획인 건가?
그렇다고 2인자까지 죽인다는 것은 신지로서도 어마어마한 손실이 아니던가?
대체 어르신은 어떤 의중일까?
이제는 아무것도 추측할 수 없게 된 사음민은 그저 머릿속이 하얗다.
 
 
팽팽한 긴장감...
아니 그보다는 터질듯하다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 것이다.
묵령은 주군의 거듭된 확인에 잠시 아무런 말이 없다.
할 말을 갑자기 잃어버린 듯하다.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음을 확인한 순간에 밀려드는 허무함이랄까?
묵령은 오른쪽 눈을 감는다. (왼쪽 눈은 안대를 차고 있으므로....)
그리고는 잠시 후, 후우~ 하고 깊은 한 숨을 내쉰다.
동시에 계속 취하고 있던 예를 갖춘 동작을 푼다.
그러면서 내뱉는다는 말씀이...
 
 
“아... 빌어먹을...”
 
 
헉?
사음민은 귀를 의심할 정도다.
신지의 주군 앞에서 누가 감히 저런 욕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빌어먹을... 이라니...
그 네 마디가 끝나기 전에 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데...
지금 어르신의 면전에서 묵령이 저런 말을 내뱉고 있는 믿을 수 없는 상황!
그게 전부가 아니다.
 
묵령은 어느새 갖췄던 예를 풀고 두 팔은 덜렁 늘어뜨린 자세다.
금방이라도 주먹을 날릴 듯한 태도로 하시는 말씀이...
 
 
“어이... 한상우! 너 죽고 싶냐?”
 
 
Oh, my god!!!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
어떻게 지금 이런 상황극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인지...
전부 목격하고 있는 사음민은 그저 심장이 터질 듯 쿵쾅거릴 뿐이다.
 
묵령의 눈빛은 이제 돌변했다.
싸늘한 살기로 가득 차 있다.
중간에서 애써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을 수습해보고자 하는 사음민이지만...
이미 그가 어찌해볼 수 있는 분위기는 애시당초 물 건너갔다.
사음민 따위가 뭘 어찌할 수 있단 말인가!
 
어쩔줄 몰라하는 사음민을 우선 제지시킨 후 그는 애써 태연한 척 하며 말한다.
 
 
“무례하군. 난 네 주군일 텐데?”
 
 
그러자 묵령은 한 술 더 뜬다.
고개를 뒤로 젖히며 카아악~ 하며 힘껏 가래침을 긁어 모으더니만...
퉤~ 하고 바닥에 뱉어 버린다.
그러면서 하는 말씀이....
주군 짓을 해야 주군 대접을 해주던가 말던가 할 것 아니냐며 짜증을 확 낸다.
 
 
“야! 네 놈이 무림에 다녀온 뒤로 뭔가 이상해졌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뭐 어떻게 변해도 상관없어. 어쨌건 네 놈이 내 어릴적부터 친구였던
‘한상우’라는 건 변함이 없을 테니 말이야”
 
 
그런 사연이 있었던 거다.
신지에서 어릴 적부터 어울리며 성장한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던 것!
한 명은 신지를 다스리는 주군이 되었고 다른 한 명은 2인자가 되었던 것!
실력의 우위를 가늠하는 것 조차 별 의미가 없을 막상막하의 실력자!
신지 돌아가는 꼴이 그동안 탐탁지 않았던 묵령.
최근의 무림 세력 난입 사건을 계기로 뭔가 전환점을 모색하고 있다는 걸까?
무림에 다녀온 뒤로 뭔가 확연히 변해버린 친구 한상우를 바라보는 묵령.
안타까움과 분노가 교차하고 있는 듯하다.
 
묵령은 뭔가 결심한 모양이다.
이곳에 오라는 명령을 받은 순간부터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정상적인 신지의 주군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해서는 안될 짓을 저지른 친구.
어릴 적 친구로 어느새 신지를 통치하는 위치에 거의 나란히 서 있는 두 사람.
그러나 상황은 변해버렸다.
신지 통치자로서의 능력을 상실했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지는 거다.
각 문파의 장로들을 모아놓고 한꺼번에 죽여 버렸다는 사실은 이제 현실이다.
도저히 묵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신지의 2인자로서 더더욱 그러하다.
통치자가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면 신지를 위해 조치를 취해야만 하는 법!
그것이 또한 2인자의 숙명이기도 하다.
 
묵령은 진지하게 일성을 날린다.
 
 
“그런데 말이다... 네 녀석이 미친놈이 되어버렸다면, 난 절대 미친놈을 주군으로 섬길 생각은 없거든!”
 
 
묵령은 최후의 통첩을 보낸다.
이미 들은 대답이건만 묵령으로서는 그래도 한 번의 확인이 더 필요하다.
친구이기에... 친구였기에... 재차 확인하고자 하는 묵령의 심정은 무겁기만 하다.
이번의 질문에도 똑같은 대답이 돌아온다면 이젠 선택의 여지는 없으니 말이다.
 
 
“자, 이제 제대로 대답해. 장로들은 어디 있어?”
 
 
사음민이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그 소리가 주군과 묵령 사이의 공간에 크게 울려 퍼지는 듯하다.
잠시의 적막이 흐른다.
그 팽팽한 긴장감에 사음민은 금방이라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것만 같다.
이런 상황이 자하마신은 재미있나보다.
여유만만한 표정은 여전하다.
약간은 빈정대는 듯한 오묘한 표정이랄까?
 
 
“그래도 죽였다면?”
 
 
그렇게 묵령에게 재차 확인을 해준다.
그것으로 상호간의 확인 작업은 모두 종료되었다.
설마설마하며 끝까지 믿고 싶지 않았던 묵령의 바람은 물거품이 되었다.
어릴 적 친구로서의 우정을 그나마 믿고 싶었던 묵령의 마지막 기대였을 게다.
결국 최후의 대답을 들은 묵령은 그 또한 작심한 듯 외친다.
 
 
“그럼 너도 여기서 죽는 거지!”
 
 
 
 
 
 
<에필로그>
 
무시무시한 긴장감이 너무 고조되었던 장면들입니다.
신지 최고의 실력자 면전에서 대놓고 까대는 2인자 묵령의 패기.
망나니로 변해버린 통치자에게 반기를 드는 묵령.
신지의 권력 암투가 이번 에피소드의 새로운 맛을 가미해줍니다.
어찌 흘러갈까요?
설마?
사음민의 염려대로 주군이 2인자를 제거하려는 것은 아닐까요?
혹은 친구 사이의 두 사람이 쿨하게 화해하며 무림 정벌을 도모할까요?
묵령의 출현으로 뭔가 무게 중심이 살짝 옮겨가는 듯한 느낌입니다만...
다음 이야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기다려집니다.
과연 묵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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