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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강호 527화 --- 진풍백의 위기 그리고 매유진

페이지 정보

작성일2017-07-16 00:59 조회8,009회 댓글0건

본문

열혈강호 527화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20170715 비 내리다 습기 내리다 비와 습기...
 
 
 
 
<프롤로그>
 
점입가경이란 이런 장면들을 두고 하는 말이겠습니다.
진풍백과 사음민의 한 치 양보 없는 사활을 건 진짜 대결이 그것입니다.
소위 열혈강호 간지남의 타이틀에 빛나는 진풍백의 참 진지한 무공.
신지 최고의 전략가이자 재수남인 사음민의 사력을 다하는 무공.
그 두 남자의 피말리는 승부가 이어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과연 이번 이야기에서는 뭔가 실마리가 보일까요?
자, 일단 가봅시다.
늘 그랬듯이....
 
 
 
 
<혈우등천과 혈우폭풍 그리고 반격>
 
마령검의 능력을 한껏 이용하는 사음민은 조금씩 승기를 잡아가는 듯하다.
반면에 오직 진기만을 소모시키며 대응하는 진풍백은 조금씩 지쳐가고 있다.
마령검이 만들어낸 4개의 환영은 동서남북의 방위에서 진풍백을 압박한다.
사음민은 그저 저만치에 서있을 뿐인데 진풍백은 환영들과 싸워야만 하는 상황.
이런 식의 대결은 진풍백에게 절대 유리하지 않다.
시간이 갈수록 승부의 추는 급격하게 사음민에게 기울 것이다.
그것을 진풍백 또한 알고 있다.
아무리 무한내공에 가까운 능력자지만 그것이 무한은 아니기에 말이다.
뭔가 승부처를 만들어내야만 한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사음민은 강하다.
물론 마령검의 위력 때문에 그렇지만 어쨌든 너무 강한 상대다.
 
진풍백은 나름 묘수를 하나 생각해낸다.
조금 전까지의 공격에서 미처 회수하지 못한 혈우환들...
여기저기 땅바닥에 흩어져 놓여있다.
지니고 있는 혈우환의 개수도 이젠 거의 바닥을 보이는 상황.
더 이상 선택의 여지는 없다.
이것으로 승부다.
 
 
“혈우등천!”
 
 
바닥에 있던 혈우환들이 움찔거리면서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내 맹렬한 속도로 치솟는다.
하나 둘 셋 넷.... 그리고 더 많은 혈우환들이 총알처럼 떠오른다.
사음민의 다리 사이 바닥에도 만일 혈우환이 하나 있었더라면....
그것이 솟구쳤다면 혈우환은 사음민의 항문을 뚫고 들어갔을 것이다.
그것은 사음민의 몸통을 수직으로 관통하며 정수리를 뚫어냈을 것이다.
그러면 그것으로 이 대결은 종지부를 찍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음민에게는 천만다행으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아무튼 혈우환들은 그렇게 허공으로 치솟도니 진풍백에게로 모여든다.
강한 진기가 그의 몸통을 휘돌아 감기 시작한다.
 
 
고오오 고오오
 
 
소용돌이치는 혈우환들은 진풍백을 감싸며 돌고 돌고 돌고 돈다.
뭔가 진지한 기운이 느껴진다.
혈우등천만으로도 이미 많은 진기를 소모하고 있을 게다.
허나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진풍백의 반격은 이제 시작된다.
 
 
“이 지저분한 환영들... 깨끗하게 거둬주마! 혈우폭풍!”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표정의 진풍백.
오른팔을 스윽 들어올린다.
엄지와 검지는 펴고 나머지 셋은 수직으로 세운 모습이다.
그리고 조용히, 그러나 참으로 묵직하게 혈우폭풍을 시전한다.
 
 
쿠 아 아
              콰 아
                                 퍼 퍼 퍽 퍽

 
일제히 혈우환들은 총알의 속도로 환영들을 향해 발사된다.
그리고는 그것들에게 둔탁한 충돌음을 발생시키며 처박힌다.
혈우등천에 이은 혈우폭풍!
하나만으로도 대단한데 둘을 연거푸 시전하는 진풍백.
역시 그의 내공은 명불허전이다.
사방에 어지럽게 흩어져 맹렬한 속도로 나아가는 혈우환들..
무차별 공세가 시작되는 것이다.
환영들은 혈우환에 맞아 깨지고 뭉개지고 있다.
나머지 혈우환들은 사음민을 향한다.
사음민은 황급히 마령검으로 막아내고 처내기에 바쁘다.
 
 
     차 차 차 창
 
 
진풍백은 조금전의 자세를 그대로 유지한 체 전진하기 시작한다.
혈우폭풍의 한 가운데에 그가 있다.
그가 나아가는 사방은 혈우환들이 철저히 에스코드하고 있다.
환영들은 혈우폭풍에 의해 일단 제압되는 형국이다.
혈우환의 어지러운 파상공세를 막아내기에 급급한 사음민.
속으로 감탄해마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토록 진기를 많이 소모하는 무공이기에 그렇다.
그런 무공을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까지의 대결로 이미 엄청난 진기를 소모했을 텐데 말이다.
도대체 녀석의 진기는 바닥이 없단 말인가?
사음민은 비로소 당황하기 시작한다.
예상보다 강한 상대의 모습을 지금 보고 있기에 그렇다.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는 진풍백을 잔뜩 긴장의 눈빛으로 보고 있다.
사음민의 시야에 뭔가 잡힌다.
그것은 바로 진풍백의 오른손이다.
어느새 혈우환 몇 개가 그의 손가락 사이사이에 끼워져 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음민은 잘 알고 있다.
 
 
카 락
           쉬 쉬 쉬 쉭
 
                                  슈 하 학

 
그렇다.
그것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접했던 혈우환 공격이다.
자신을 향해 발사된 혈우환들을 향해 황급히 마령검을 휘두른다.
혈우환을 맞추기 위함이 아니다.
마령검은 순식간에 작은 꽃잎들을 무수히 만들어낸다.

바로 화령의 방패다.
대결의 중반 즈음에 있었던 양상과 아주 똑같은 모습이다.
화령의 방패가 혈우환들을 막아내는 장면 말이다.
혈우환은 화령의 방패에 처박힌다.
그리고는 강하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마치 솜사탕 막대기가 돌며 솜사탕을 뭉쳐내는 것과 같다.
몇 개의 혈우환들이 각각 회전하며 화령을 말아내기 시작한다.

그러자 작은 공간이 생성된다.
그것은 바로 빈틈이다.
사음민의 예상대로다.
조금 전의 대결과 같은 양상이 아닌가!
이제 저 틈으로 놈이 치고 들어올 것이다.
또다시 아까처럼 초근접전을 펼치려 할 것이다.
허나, 처음엔 당해줬지만 이번엔 어림 없다.
놈이 그것을 노린다면 나는 역공으로 녀석을 제압할 수 있다.
 
점점 벌어지는 틈을 잔뜩 노려보는 사음민이다.
카운터 펀치를 노리는 복서와도 같다.
이 한 번의 반격으로 이 대결을 끝낸다.
그것이 사음민의 노림수다.
마령검을 쥔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간다.
한편으론 진풍백이 존경스럽기도 하다.
자기로서는 도저히 구사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내공의 소유자.
연거푸 그렇게 많은 기공을 소모하는 공격을 가하는 기세가 놀랍다.
사음민의 표정이 최고치로 진지해진다.
 
 
     투 하    학
 
 
드디어 온다.
화령의 방패에 틈과 공간이 생기는가 싶더니 뭔가 나타난다.
놈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런 생각도 할 겨를도 없이 사음민은 마령검을 휘두른다.
 
 
   파 카   칵
 
 
뭔가를 베었다.
그런데....
그것은 인간의 육체가 아니다.
작은 구슬이다.
헌데 그것은 혈우환과 크기는 비슷하지만 확실히 다른 모양이다.
뭔가 이상함을 본능적으로 감지한 사음민.
 
 
번 쩍
                      콰 콰 콰 콰 앙

 
 
그렇다.
그것은 혈우환이 아닌 소형 벽력탄이었다.
사음민이 기세 좋게 베어낸 것들은 벽력탄 세 개였다.
그것도 사음민의 얼굴 바로 대 여섯뼘 정도의 거리에서 말이다.
그리고 벽력탄들은 일제히 폭발을 일으킨다.
역시 벽력자 할아버지의 솜씨는 명불허전이다.
그야말로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사음민의 모습은 사라진다.
 
이것으로 사음민은 끝인가?
 
사방으로 흩날리는 바닥의 돌조각과 흙먼지로 주변은 금세 자욱하다.
주변에 있던 무사들조차 그 파편을 피하느라 황급히 얼굴을 가려야 했다.
 
그뿐 아니다.
어찌나 그 폭발음이 거창했든지 후방에 있는 한비광 일행에까지 들릴 정도다.
 
 
 
<한비광의 분노>
 
무슨 소리였을까?
풍연은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퇴각 중인 앞쪽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 같은 느낌 말이다.
풍연은 대뜸 한비광에게 그런다.
도와주러 가지 않아도 되겠느냐고....
허나, 한비광은 여전히 무표정 무관심하게 반응한다.
진 사형이 알아서 잘 하겠지... 뭐 그런 태도다.
그만큼 진풍백의 실력에 대한 믿음이겠다.
또는 심드렁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 태도가 풍연으로서는 자꾸만 이상하게 느껴지는 거다.
 
풍연의 생각은 이러하다.
어쨌거나 자기 여자 친구 구하는 걸 도와주겠다는 사형이란 사람에게
툴툴대며 나대지 말라고 하질 않나....
저렇게 앞쪽에서 이상한 낌새가 있는데도 전혀 걱정하지 않질 않나...
그러다가 이렇게 시간만 질질 끌다가 정말 그 아이가 죽기라도 한다면...
뭐 그런저런 생각이 저절로 드는데 정작 당사자는 저토록 무심하다니!
처음 보았던 한비광과 지금의 한비광은 달라도 너무 달라져 있으니 말이다.
덜렁대며 나불대기 좋아하던 녀석이 지금은 지나치게 진지하다.
아무리 봐도 풍연으로서는 뭔가 이상하다.
 
 
“너 말이야... 실력이 는 게 아니라 혹시 사람이 바뀌어버린 거 아니냐?”
 
 
풍연은 기어코 궁금증을 털어낸다.
그 말이 진작부터 하고 싶었었다. 갑자기 달라진 녀석한테 말이다.
신지의 어르신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이 아예 바뀌었다는 의심 아닌 의심!
그것이 지금 풍연이 바라보는 한비광의 캐릭터다.
 
그런 말을 듣자 한비광은 더욱 진지해진 표정이다.
그렇게까지 풍연이 정색을 하며 물어보니 한비광도 마음의 입을 연다.
 
 
“화가 나 있는 거다... 난...
그 자의 정체를 모르고 상대하려 드는 모든 이들에게 말이야.”
 
 
그것이 한비광의 속내다.
그동안 아무 표정 없이 별 반응도 없이 심드렁했던 이유를 말해준다.
화가 났다고 했다.
신지의 어르신이란 그 자의 정체를 몰랐었다는 것...
그자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존재인지 전혀 모르고 상대하려 했다는 것...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도 그러했었고 허무하게 죽어가야 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지냈던 과거의 나날들이 너무 화가 난다 했다.
여자 꽁무니만 보면 좋아하고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즐기고...
뭐 그런 식으로 대충대충 살아가고 있던 자신의 과거가 화가 난다고...
 
그러나 그것들보다 더욱 더 한비광을 화나게 하는 것은... 따로 있다.
 
 
“그건, 내가 그 자의 마음을 느끼고 있다는 거야.”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뜻밖의 말에 풍연은 그저 어안이 벙벙하다.
어르신의 마음을 느끼고 있다는 게 어디 말이 된단 말인가?
신지의 모든 이들이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말이 아닌가!
어떻게 감히 어르신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단 말이더냐.
그러나 한비광은 더욱 진지한 표정이다.
그의 분노가 발산되고 있다.
치가 떨리는 듯한 분노다.
 
 
“질릴 정도로 그 자의 본모습을 보았으니까. 몇 번 아니 몇십 번 이상...”
 
 
한비광은 그 어느때보다도 진지하고 심각한 표정이다.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이 너무도 강렬하다.
그 자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는 한비광.
그렇다면 지금 그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자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어.”
 
 
바로 그 대사...
한비광이 분노하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하는 마음이다.
그 자의 마음을 느끼기에 더욱 치를 떨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상 최고의 실력을 가진 신지의 지배자.
그를 상대해봤기에 그 무공의 무서움을 잘 알기에...
이런 저런 신지에서의 상황을 단숨에 정리할 수도 있는 무공이기에...
 
그러나 그 자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그것이 한비광을 화나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치 고양이가 생쥐를 가지고 노는 꼴과 다름 아니다.
요리조리 가지고 놀면서 도망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주는...
그러나 절대 고양이는 생쥐를 살려줄 생각이 없다.
그저 죽기 직전까지 가지고 놀 뿐이다.
생쥐의 눈에는 저만치 쥐구멍이 보인다.
거기만 들어가면 살 수도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고양이다.
끝까지 희망을 주다가 결국 밟아 죽일 생각인 고양이다.
그것이 바로 신지의 그 자의 마음인 것이다.
그 마음을 느낄 수 있기에 한비광은 너무도 분개하는 거다.
 
 
“사람들이 절망과 욕망 속에 죽고 죽이는 이런 모습을...
그 자가 바라는 건 그저 정복과 살육에 대한 욕망뿐이니까....”
 
 
     고 오 오   오    오      오
 
 
음산한 기운이 퍼지고 있다.
한비광이 느끼고 있는 그 자의 마음...
그 자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
그런저런 기운이 고스란히 신지에 퍼져나간다.
그 기운은 어느 한 곳에도 정확히 전달된다.
 
 
자하마신...
한비광이 뿜어내는 그 기운은 그곳까지 전해진다.
아니 정확히는 그 자가 지금 똑같이 느끼고 있는 거다.
신지 깊은 곳 어느 장소... 그 자가 앉아있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두 손을 몸 중앙에 모아 손을 맞대고 있다.
허연 기운이 사방을 감싸고 있다.
 
 
“큭큭큭... 그래, 그래. 제대로 알고 있구나...
어디, 네놈도 끝까지 발버둥을 쳐 보거라...”
 
 
신지의 지배자는 스윽 몸을 일으켜 서며 발걸음을 옮긴다.
한비광의 분노를 느끼며 그것을 즐기고 있는 거다.
그런 마음을 느끼기에 한비광이 몸서리를 치는 거다.
 
희망...
생쥐가 고양이 손을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그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들...
어쩌면 죽지 않고 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헛된 희망...
그러나 결국 죽어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
끝까지 품었던 희망이 좌절되는 순간을 겪어야만 하는 사람들...
그리고 끝내 비참하게 죽어야만 하는 사람들...
그런 모든 것들을 그저 즐기고 만끽하고 싶은 신지의 지배자다.
 
 
 
<매유진의 진각성>
 
여전히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매유진.
그 옆을 지키는 궁종의 금자현 궁사.
그는 매유진과의 대결을 떠올리고 있다.
자신의 비장의 기술을 그렇게 간단히 깨뜨린 그 무공.
그것은 분명 인간이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더욱 경외스럽다.
그 모습이 너무도 강렬하고 선명했기에 금자현은 존경심이 솟는다.
그 궁술을 다시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인 금자현.
 
물끄러미 매유진을 바라보는 금자현.
도무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기에 안타깝기만 하다.
그리고 그녀 옆에 놓여있는 궁종의 신물, 파천궁.
원래부터 궁종의 보물이었다.
파천궁이라도 수거해 가는 수밖에 없다.
궁종의 무사로서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금자현은 파천궁을 집으려 손을 내민다.
 
 
우 우 웅
 
 
그때 파천궁이 깨어난다.
밝은 빛을 발산하며 파천궁이 깨어나고 있다.
 
 
 
<진풍백 vs. 사음민>
 
스 스 스 스 스
 
흙먼지가 서서히 걷히고 있다.
진풍백의 회심의 일격이 제대로 먹힌 듯하다.
그렇게 되었을 거라 여겼다.
아무리 내공의 초고수라지만 진풍백도 힘겨웠다.
상대를 얕본 게 실수인긴 했지만 그래도 놈은 너무 강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까지 진기를 모두 끌어낸 적은 없었다.
바닥에 있는 진기를 모두 끌어낸 듯하다.
점점 걷혀가는 흙먼지 속에서 진풍백의 얼굴이 나타난다.
무척 피곤한 표정이다.
그토록 진지한 얼굴은 본 적이 없을 정도다.
그리고 참 지쳐 보인다.
 
 
벽력탄...
남겨놨던 벽력탄이 아니었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화령의 방패를 깨고 그 틈을 노리는 작전.
언제까지 진기를 쓰며 싸울 수는 없었다.
바닥까지 끌어 썼다는 것은 진풍백으로서도 치명적일 수 있다.
벽력탄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그 한 번의 공격.
그것이 진풍백으로서는 최후의 반격 카드였다.
그리고 일단 회심의 일격은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만큼 벽력탄의 위력은 대단했으니까....
 
 
그러나.....
뭔가 이상하다.
아까 사음민이 서있던 그 자리가 수상하다.
 
 
쿠 르 르 르
 
 
서서히 흙먼지가 걷히고....
뭔가 보이기 시작하려는 그 찰나...
솟구치는 형체 하나 있다.
바로 사음민이다.
그 광경에 진풍백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야말로 마지막 진기까지 끌어모아 반격을 했건만...
벽력탄까지 써가며 대결의 끝을 보려 했건만...
그것이.,.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은 듯하다.
지금 진풍백의 시야에 사음민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맹렬한 기세로 도약하여 자신에게 쇄도하는 모습이...
 
 
콰 쩡
              후 우 웅

 
 
다짜고짜 진풍백에게 마령검을 내리꽂는 사음민.
그 기세가 실로 놀랍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손가락에 낀 혈우환으로 막아내는 진풍백.
마령검과 혈우환이 정면으로 충돌하며 발생하는 굉음!
그리고 그 충격파로 인해 사방으로 몰아치는 후폭풍!
주변의 무사들이 일제히 그 어마어마함을 느낀다.
 
분명 달라졌다.
조금전의 그 격돌할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기운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그 위력이 두 배 아니 몇 배는 족히 되어 보인다.
 
그리고 연거푸 이어지는 공격과 방어.
사음민이 공격하고 진풍백이 막아내는 형국이다.
사음민으로서는 일단 역습에 당하긴 했다.
그래서 정말 위험할 뻔도 했다.
허나, 이 정도 폭발로 당한다면 사음민이 아니다.
게다가 마령검까지 있지 않은가 말이다.
비록 잘생기고 매끈한 얼굴이 살짝 상처로 얼룩지긴 했지만...
그래서 피가 좀 맺히고 흐르고는 있지만 그 정도까지다.
 
하나의 수확이라면...
상대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끝도 없이 솟을 것만 같은 진기를 이용한 공격 일변도였는데...
폭탄까지 쓴 걸 보면 이제 녀석의 진기도 바닥이 났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사음민은 또한 알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정신없이 맹공을 퍼붓고 있는 거다.
 
 
쩌 저 저 엉
 
 
결국 올 것이 왔다.
지금껏 마령검의 예리한 검끝을 잘 막아내고 튕겨냈던 혈우환.
그 혈우환이 깨지는 소리다.
진풍백의 진기가 거의 바닥이 나면서 그렇게 되어버린 거다.
평범한 구슬일지라도 진기를 담아 그 위력을 극대화시킨 혈우환.
진풍백의 진기에 의존하는 무기라고도 볼 수 있는 혈우환.
이제 그것이 이렇게 무력화되고 있는 거다.
 
손가락 사이에 끼고 있던 혈우환이 산산조각이 난다.
그 파편으로 진풍백의 손가락에 상처와 함께 피가 솟는다.
뜻밖의 부상에 신음을 내며 뒤로 물러서는 진풍백.
 
사음민은 이제 승기를 잡았다.
그의 예상대로 저 구슬은 이제 더 이상 마령검의 기운을 막지 못한다.
허나, 사음민도 마냥 유리한 상황만은 아니다.
그 역시 이미 상당한 내력을 소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음민 또한 더 이상의 내력을 쓰다가는 마령검에 먹힐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선택지는 거의 없다.
어쨌든 상대는 지금 기진맥진한 상태다.
이대로 끝내지 않는다면 뒷일은 또한 장담할 수 없다.
승기를 잡았을 때 이 싸움을 끝내기로 한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기로 한다.
 
 
    콰 아 아
 
 
사음민은 마령검을 힘껏 쥐고는 전력을 다해 진풍백을 향해 쇄도한다.
그렇게 달려드는 사음민을 응시하고 있는 진풍백.
그는 잔뜩 긴장한 기색이다.
그러면서도 두 손을 모아 진기를 끌어모으고 있다.
그야말로 최후의 진기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 방어 혹은 공격이기도 할 것이다.
저런 기세의 상대라면 이 정도 진기로는 어림도 없을 듯하다.
허나, 더 이상의 남은 카드는 없다.
 
 
“쳇... 여기까지인가?”
 
 
진풍백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는 얼굴 표정을 내비친다.
마지막 한 방울의 진기라도 몽땅 끌어모으려 안간힘을 쓴다.
 
 
............ 아쉽군. 좀 더 극적인 최후를 생각해 왔는데 ..............
 
 
그는 지금 동귀어진을 생각하고 있는 것만 같다.
두 사내가 최후의 충돌을 앞두고 있다.
마령검에 잡아먹히기 전에 단 한번의 공격으로 끝장을 본다.
그런 기세로 마령검을 힘껏 상대에게 찌르고 있는 사음민.
이제 더 이상의 남아있는 진기는 없다.
이 한 번의 방어로 이 대결은 끝이다.
허나, 나 혼자 당하지는 않은 것이다.
이른바 동귀어진이다.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최선이다.
그렇게 진풍백은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무시무시한 일촉즉발의 상황.
이제 두 사내의 거리는 불과 1미터 남짓...
곧 대충돌이 벌어질 것이다.
죽이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혹은 같이 죽으려는 자....
 
 
바로 그때다.
그 두 사람의 허공이 수상하다.
그런 두 사람을 향해 뭔가 빠르게 강하하고 있다.
두 사람에게 그런 기운을 감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 물체는
화살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음민을 향하고 있다.
진풍백을 찌르려던 마령검을 황급히 들어올리는 사음민.
 
 
콰 아 앙
 
 
마령검에 정확히 꽂히는 화살. 그리고 충격파....
엄청난 충돌음으로 진풍백의 몸은 뒤로 훌쩍 튕겨진다.
화살을 막아낸 사음민은 그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을 입는다.
두 사람이 있던 자리에 커다란 분화구 모양의 자국이 생긴다.
실로 엄청난 충격이었음이다.
가뜩이나 얼굴에 얼룩덜룩 핏자국이 선명한 사음민이 더 망가졌다.
이번 충격으로 사음민 또한 매우 심각한 내상을 입었을 게다.
 
대체 이건 또 뭔가?
느닷없이 날아든 화살이라니.....
얼떨결에 당하고 당황스러운 그리고 좀 아픈 사음민이다.
진풍백도 나름 기진맥진한, 그리 좋지 않은 상태임은 물론이다.
 
 
 
화면은 빠르게 이동한다.
신지의 구불구불한 협곡을 지나고 지난다.
한참을 지나 보이는 얼굴은 넋이 반쯤 나간 표정의 금자현이다.
금자현 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모든 무사들이 당황스러운 분위기다.
금자현은 아예 엉덩방아를 찧으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뭐... 뭐였지? 방금 전 그 엄청난 탄기는...?”
 
 
고 오 오 오 오
 
 
심상치 않은 기운이 팽팽하다.
금자현이 입을 벌리며 눈을 휘둥그레 쳐다보고 있는 대상은...
바로 매유진!
그녀는 늠름하게 서 있다.
그녀의 왼손엔 파천궁이 힘껏 쥐어져 있다.
오른손은 방금 전 시위를 놓은 모양새다.
 
 
“정말 찾은 거야...? 현무..... 가족의 원수를.....”
 
 
드디어 매유진이 깨어났다.
그것도 범상치 않은 기운을 가득 풍기면서 말이다.
게다가 일어나자마자 어마어마한 탄기를 뿜으면서....
순식간에 화살 하나를 장전하여 날린 매유진이다.
그리고 그 화살은 진풍백을 향해 날아갔다.
가족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다.
자신의 문파를 몰살시킨 가문의 원수인 진풍백 말이다.
하필이면 그 앞에 있던 사음민에게 먼저 꽂히긴 했다.
그가 없었다면 그대로 진풍백을 관통시켜버렸을 화살이다.
사음민이 재수가 좀 없어서다.
아무튼 그렇게 매유진이 깨어났다.
그것도 파천궁을 굳세게 쥔 당당한 모습으로 말이다.
가족의 원수를 찾아낸 현무 덕분이다.
그리고 파천궁을 진각성 할 수 있게 된 것도 같다.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탄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에필로그>
 
아...
신난다.
드디어 매유진이 깨어나다니....
보란 듯이 화살 하나를 멋지게 날리면서 말이다.
진풍백과 사음민의 필사의 대결을 방해하긴 했지만...
그런 것쯤 아무렇지도 않다.
가족의 원수를 찾아냈으니.....
이제 원수를 갚는 일만 남았다.
의외로 원수는 가까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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