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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담에 마음 놓기] 145 - 연필깎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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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2-03-23 22:02 조회2,7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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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연필을 깎았습니다.
요즘은 다들 연필 깎는 도구에 푹 찔러 넣어 빙빙 돌려주면 된다지요?
허나 아직까지 한 번도 그런 짓은 해보질 않았습니다.
자주 깎지 않으니 그렇기도 하거니와 어릴 적 추억이 오롯이 남아있는 까닭이겠습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유년시절의 연필에 대한 기억은 아껴 쓰는 물건이었습니다.
손에 쥐어지지 않으면 모나미 볼펜에 끼워 악착같이, 거의 끝까지 써야 하는 필기구였지요.
연필심이 늘 송곳처럼 뾰족하고 깎인 모양이 한결같은 연필이 나란히 담겨 있는 친구의 필통을 마냥 부러워했던 어린 마음도 생생합니다.
그때의 내 필통에는 연필심이 뭉툭한 것들만 있었습니다.
아깝다며 연필심에 칼을 대지 못하게 하셨던 엄마 말씀이 아련합니다.
가늘고 예쁜 글씨를 쓰고픈 마음에 생긴 요령이란 건 연필을 잔뜩 기울여 연필심의 모서리를
최대한 이용하는 방법이었지요.
덕분에 아직도 그때의 글씨체를 떨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랜만에 정성껏 연필을 깎았습니다.
나뭇결이 베어지는 서걱거리는 소리와
슬근슬근 흑연 가루가 쌓이며
연필심이 뾰족해지는 소리가
오늘따라 자장가로 들립니다.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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